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솔루션 - 식물과 함께 생활하기
왜 갑자기 식물 선호사상이 젊은 세대에서 싹튼 것일까
mademoisellepoirot |
바야흐로 원예의 시즌이다. 원예라니. 예전 같았으면 각박한 청춘들에게 멀고도 먼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않다. 화분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보다 힙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 계절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시대 상황도 시즌 그 자체다. 특별할 것 없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던 원예 산업은 식물을 인테리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문화로 거듭났다.
예를 들어 ‘분재’라고 하면 떠오르는 왠지 모를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Bonsai’를 검색해보면 타투를 한 유럽 청년들과 도쿄 긴자식스의 츠타야 서점 같은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요즘 괜찮다고 회자되는 카페나 라이프 스타일숍(심지어 무인양품, 이케아까지) 중에서 식물을 오브제로 내세우지 않는 공간을 찾기란 꽤나 어려운 실정이다. 예전에 골목길 동네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로 여겨지던 식물 가꾸기가 이제는 가장 세련된 문화생활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식물 선호사상이 젊은 세대에서 싹튼 것일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인도어 가드닝’이란 식물 애호 문화는 기존의 원예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저성장시대의 사회가 잉태한 이른바 불안정하고 좁은 주거 공간, 나쁜 공기 질, 점차 떨어지는 경제력 등등 젊은 세대가 마주한 여러 가지 결핍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실내 식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주거 공간이 좁은 도시인들, 특히 1인 가구 세대의 삶의 질을 저렴한 가격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완벽한 인테리어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발 상자보다 작은 화분 하나가 실내 분위기와 인상을 단숨에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식물은 자연이 선사하는 정서적 만족감을 준다. 정원을 갖거나 야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직접 기르고, 가꾸며 살아가는 자연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여기에 미세먼지가 창궐한 시대적 상황과 인스타라는 것이 인류 사회에 등장하면서 실내 식물은 정서적 가치 이상의 공기질 향상이란 기능과 인테리어라는 심미적 지위까지 갖게 됐다. 즉, 그 어떤 인테리어 솔루션보다 가장 싼 값으로 가장 드라마틱하게 우리 일상과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벽과 벽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 우리가 식물과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 보니, 요즘 실내 식물과 관련한 정보가 여기저기 넘쳐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식물이 어떤 멋이 있고 공기정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한 이야기나 여러 희귀식물들로 얼마나 힙하게 정글을 만들고 선반을 꾸몄는지에 대한 사진은 많지만 자연 공간과 비슷한 화원 온실에서 나고 자란 식물을 집 안으로 들이는 데 드는 노력과 제약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또한 식물이 살아가기에 척박할 수밖에 없는 주거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화분을 사서 예쁘게 꾸밀지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다면 수많은 살생 경험을 통해 터득한 아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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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선택의 문제. 요즘 유행하는 식물들, 포틀랜드나 북유럽 인테리어 사진에 있는 식물들은 대부분 비교적 실내에서 자라기 적합한 종이다. 다소 그늘진 공간에서도 잘 자라면서도 특이한 외형을 지닌 양치식물류나 용신목, 귀면각과 같은 선인장, 특이한 잎을 가진 열대 식물인 몬스테라, 필레아, 칼라데아, 셀렘 등이 그렇다. 공간을 훨씬 적게 차지하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한 틸란드시아, 디시디아, 박쥐란, 갈대선인장 등의 행잉 플랜트들도 꾸준히 인기가 높다. 빛과 통풍이 중요한 허브과는 피하는 게 좋고, 정말 자신은 없지만 꼭 기르고 싶다면 여인초, 스킨답서스, 여러 가지 변형된 페페가 무난한 선택지다. 혹시 기르는 식물도 남들과 달리 특이한 것을 찾는다면, 개인적으로 마다가스카르산 파키포디움이나 나무고사리를 추천한다.
두 번째, 물주기. 식물을 사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물주는 주기다. 일주일에 몇 번 주느냐 그것이 늘 궁금하다. 실제로 식물을 죽이는 대부분이 경우 물주기에서 비롯된다. 특히 말려 죽이는 경우보다 과습으로 떠나 보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이유는 기본 개념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식물은 물이 아니라 햇빛을 먹고 자란다. 화분 흙에 물이 아무리 많아도,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뿌리는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그럼 잎은 시들해지고 말라간다. 그런 상황에 마른듯해 물을 더 주고 그러다보면 뿌리가 괴사하는 게 과습이다.
따라서 해가 많이 드는 곳의 화분에는 물을 자주 주고, 그렇지 않은 화분에는 적게 줘야 한다. 그런데 실내는 햇빛이 자연이나 화원보다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생각하는 것보다 물주는 주기를 다소 길게 잡는 게 보편적으로 이롭다. 너무 많은 관심은 과습의 지름길이다. 감이 안 잡힌다면 겉흙이 마르면 듬뿍 주고 이런 말은 믿지 말고 손가락으로 흙을 파서 만져보거나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젖어 있으면 주지 말고, 말랐으면 주면 된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 식물의 원산지를 찾고 기후적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온도가 낮아지고 해가 덜 드는 계절엔 당연히 물을 더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물 주기가 너무 어렵다면 스킨답서스를 수경재배하거나 워터코인이라 하여 가운데 물이 고여 있는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물을 주면 되는 브로멜리아드를 강력 추천한다. 분갈이도 필요 없고 가벼운 코코피트에 심겨져 있어 초심자에게 가장 적합하다.
세 번째, 장소. 식물을 인테리어 오브제로 접근한 경우가 많다 보니, 식물 생장에게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가장 어울리는 장소에 화분을 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에어컨과 히터가 돌아가는 습도가 낮은 카페나 가게에서도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처럼 배치하다 보니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안타까움을 종종 접한다. 화분 팻말에 반그늘, 양지, 반양지에 어울리는 식물로 구분 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내 식물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둬야 한다. 실내에서 그늘과 양지를 따질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도를 최소한 60%이상 맞춰두면 잎이 넓은 식물들도 햇볕에 잎이 탈 경우는 거의 없고, 수분 함유 등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다만, 단열이 부족한 집에선 겨울철 결로를 방지하기 위해 습도를 50%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오히려 습도가 부족하면 잎이 타는 것처럼 마르기도 한다. 참고로 잎이 짙은 녹색을 띄는 건 적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 애쓴다는 뜻이고, 잎이 노란색이나 붉은 색을 띈다는 건 햇빛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서 반사시키기 위함이니 알고 있으면 환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 모든 식물들과 유행하는 식물들은 대부분의 화원이나 엑스플렌트, 심폴, 갑조네, 조인 폴리아 등에서 구할 수 있고, 조금 더 흥미가 있다면, 플랜트오드, 오버그린파크, 토분이야기(카페), 식물을 키우는 감각(블로그) 등을 통해 다양하고 멋진 실내 식물을 구할 수 있다. 끝으로, 실내에 식물을 들이면 어쩔 수 없이 날파리 같은 불청객이 따라들게 된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식물엔 무해하고 벌레만 죽이는 스프레이나 친환경 농약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말길 바란다.
글 | 김교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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