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브인가 표절인가…'연인', '바함사'와 유사 지적 '갑론을박'
단순한 모티브일까, 오마주일까, 표절일까. MBC 금토드라마 '연인'의 캐릭터와 극의 설정을 두고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인'과 미국의 소설가 마거릿 미첼이 쓴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의 비교글이 올라왔다.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레슬리 하워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출연한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2일 시청률 12.2%를 기록하며 파트1을 마무리한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 역사 멜로 장르 드라마다. ‘절정’,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등의 황진영 작가의 작품이다. 황진영 작가의 MBC 사극이다.
황진영 작가는 지난 7월 공개된 드라마 측과의 인터뷰에서 “병자호란, 4.3사건, 동학농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비극적 상황에 내동댕이쳐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연인'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병자호란 같은 경우 독한 패배의 역사이기에 쉽게 손대지 못했는데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받아 고난의 역사를 조금은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 말대로 유길채(안은진 분)는 주위 모든 남자를 사로잡는 앙큼한 여인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닮았다.
유길채는 연준이 은애와 결혼하기로 하자 홧김에 사랑하지도 않는 순약과의 결혼을 진행한다. 스칼렛 역시 애쉴리가 멜라니와 결혼한다고 하자 관심도 없는 찰스 해밀턴과 부부가 되기로 한다.
이후에는 남북전쟁 후 독립적이고 강인하며 사업수완이 좋은 여성의 면모를 보여준 스칼렛처럼 병자호란을 겪으며 사극에서는 보기 힘든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한다.
이장현(남궁민)은 보다 따뜻하고 애절하지만 스칼렛을 사랑하는 레트 버틀러를 떠올리게 한다. 결혼과는 거리가 먼, 또 스칼렛을 구해주지만 훌쩍 떠나버린 레트 버틀러처럼 비혼주의자이며 유길채를 두고 떠난다.
주변 인물들도 유사하다.
남연준(이학주)은 스칼렛의 짝사랑남이자 스칼렛의 친구 멜라니와 결혼한 애쉴리를, 경은애(이다인)는 애쉴리의 아내 멜라니 해밀턴과 유사하다. 구원무(지승현)는 스칼렛의 두 번째 남편 프랭크 케네디를 닮았고 공순약(박종욱)은 스칼렛의 첫 번째 남편이자 전쟁 중 사망한 찰스 해밀턴과 캐릭터 설정이 비슷하다.
나라도, 시대적 배경도, 정서도 다르지만 영화와도 유사한 장면이 많고 전개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피난 중 출산신이나 고향에서 떠나는 장면, 두 여자가 적을 죽이고 둘만의 비밀이 생기며 우정을 느끼는 것, 키스신에서의 대화나 분위기, 개울가 등 많은 부분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기한다.
누리꾼들은 황진영 작가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리긴 했으나 공식적으로 리메이크작이라는 표기가 없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일 경우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표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전체적인 틀과 흐름 외에도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똑같다", "설정에, 장면에, 대사까지 따왔는데 원작 표기를 안 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 없어도 원작 창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럴 거면 정식으로 리메이크하는 게 낫다" 등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반면 "작가가 이미 밝히고 시작한 작품인데 무슨 문제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몇몇 누리꾼은 "리메이크나 영감받은 것이나 그게 그거다. 명작 리메이크 수도 없이 많다", "직접 영감 받았다고 해서 더 기대했다. 원작 팬이어서 오히려 더 재밌게 보는 중인데 반응이 너무 격해서 놀랍다. 그냥 한국화가 잘된 고전, 재해석을 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시청자 사이에서 '연인'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모티브(예술 작품에서 창작 동기가 되는 중심 제재나 생각)인지, 리메이크(예전에 발표된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을 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다시 만듦)인지, 오마주(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일)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