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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엑스포츠뉴스

'결혼지옥', 제목에 쓸데없이 충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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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제목대로 결혼은 지옥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이 또 논란에 휩싸였다. 아동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전파를 탔기 때문.


지난 19일 방송된 '결혼지옥'에는 육아 문제로 갈등을 겪는 '고스톱 부부'가 출연해 고민을 털어놨다. 부부는 7세 딸 양육 문제로 '결혼지옥'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재혼, 남편은 초혼이었다. 갑자기 7세 딸이 생긴 남편은 자신의 '서툰 애정표현'을 '괴롭힘'으로 받아들이는 의붓딸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남편은 딸을 껴안은 채 옆구리와 가슴 등을 간지럽히는가 하면, '주사 놓기 놀이'라면서 아이의 엉덩이를 찔렀다. 장난이라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장난'이었다면 아이가 "하지 마세요", "싫어요", "안돼요" 등을 반복해서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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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후 MBC 시청자 소통센터에는 폐지 요구 글이 쏟아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문제가 된 '신체접촉' 장면에 대해 "성추행 미화 방송 폐지해라", "범죄 처벌 목적 아니고서야 아동 성추행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는 이유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항의글을 올렸다.


MBC 측은 20일 오후 해당 장면을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 해당 장면들과 오은영 박사의 조언은 다시보기에서 확인할 수 없다. (엑스포츠뉴스 단독 보도) 그러나 이에 대한 해명도 사과도 없었다.


'결혼지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신 중 남편의 폭행, 전처와 잠자리 가진 남편, 말이 좋아 국제 부부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13살 연하 아내에게 "널 사왔다"고 말하는 남편, 대가성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남편, 34년째 외도 갈등 부부,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남편 등 고민이라기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부부들이 등장했다.


방송국이 아니라 법원을 찾아갔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부부들은 일면식도 없는 오은영 박사에게 의지해 '솔루션'을 받는다. 정말 해결이 되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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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다 큰 성인들을 '금쪽이'처럼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금쪽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결혼은 '선택'이다. 본인들의 선택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 생긴 문제점을 방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그 흐름이 의아스럽다.


'결혼지옥'에서 오은영 박사는 "중재자가 되어주겠다"고 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혼지옥'에서 오은영 박사의 역할은 상담이고, 프로그램 자체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오은영 박사가 곧바로 신고를 한다거나 극단적으로 이혼을 권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행동에 대한 지적보다는 불우했던 과거, 상처 등을 들춰내며 자기연민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특히 최근 의부의 신체접촉으로 문제가 된 회차에서 오은영 박사는 "아이가 '그만하세요'라고 이야기할 때는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한 거라도 그만해야 한다. 그게 존중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남편에 대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가여웠다"고 말했다.


패널들 또한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 이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아내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도 "신고는 충격적이긴 하다", "잘못이긴 하지만..."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아빠한테 너무 서사를 부여하는 것 같다", "패널들 반응이 당황스럽다", "이 방송 취지를 모르겠다", "가정폭력에 정말 무지한 것 같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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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 패널들, 제작진에게까지 시청자들의 항의와 분노가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상담 과정이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방송으로 내보내서는 안 됐다. 있던 일을 없다고 하라는 말이 아니라, 책임을 졌어야 했다.


앞서 '결혼지옥'은 다이어트, 국제결혼, 재혼 문제부터 외도, 알콜 중독 등 이제까지 공개적으로 다루기 꺼려졌던 사연들까지 가감 없이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번 다루기만 하고 끝나버리는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간의 '결혼지옥'을 보며 피로함을 느꼈던 시청자 입장에서 '아동학대' 회차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자극만을 좇은 방송, 누군가에겐 트리거(트라우마로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적 · 심리적 증상)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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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후 이틀만인 21일, '결혼지옥' 제작진 측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해당 부부의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시보기에서 삭제된 장면에 대해서도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당 회차의 기획 의도에 대해서는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그 상처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한 남편이 만나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며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결혼지옥' 측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은영 박사와 패널들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편집 문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며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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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이름에 쓸데없이 충실한 '결혼지옥'. 무책임한 방송, 무책임한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에게 이 결혼은 정말로 지옥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비단 이번 회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작진은 사과문 말미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반전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했다.


시즌2까지 달려온 '결혼지옥'의 방송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 제작진들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것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MBC 시청자 소통센터, MBC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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