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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X정소민, 알아도 터지고 몰라도 터져

엑스포츠뉴스

내가 여기에 웃다니. 하지만 자존심은 상하지 않는다.


3일 개봉한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이 각잡고 웃음을 준비했다. 강하늘과 정소민이 로맨스 코미디가 아닌 '코미디 로맨스'로 강렬하게 돌아왔다.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온 이들은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달달함을 뽐내는 정열과 나라가 아닌 서로에게 지쳐 이혼을 앞둔 살벌한 부부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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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아니면 안 된다며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 정열과 나라는 서로를 향한 혐오만이 가득해진 채 협의 이혼을 위해 법원으로 향한다.


서로에게 화났던 점, 지쳤던 점, 이해가 가지 않던 점을 누가 질세라 앞다퉈 퍼붓는 이들. 결국 정열과 나라는 30일간의 이혼 숙려기간을 가지기로 하고 함께 법원을 나선다.

"알람 맞춰야징"

하루빨리 남남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30일 뒤 다가올 새로울 미래를 기대하던 이들이지만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된다.


서로를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 하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이들은 자신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데. 자식들의 기억을 찾아주고픈 가족들은 빠른 기억 회복을 위해 이혼 결정일까지 동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강하늘과 정소민은 은퇴 의심까지 받을 정도로 모든 걸 내려놓고 정열과 나라로 분해 세상 최고의 찌질함과 사나운 엉뚱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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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 중에 최고 상극인 두 인물의 물고 뜯기를 보다보면 웃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결국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빠지면 섭한 결혼 반대 클리셰, 유에서 무가 된 남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사랑 클리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 가능한 흐름 또한 관객의 웃음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서 이런 반응을 하겠지?'라고 예측하며 미소를 띄고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를 정확히 빗나가는 다음 대사에 당황스러운 폭소를 마주할 수 있다.


또한 '클리셰를 깨다니, 그럼 여기는 저렇게 비틀겠지'하는 장면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전개로 실소를 터트린다. 아무리 뻔한 주제라도, '30일'만의 특별한 웃음은 크고 작게 이어져 결국은 긴 재미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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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웃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장면도 부담스럽지 않다. 억지로 있는 웃음, 없는 웃음을 쥐어짜는 장면도 없다. 조민수, 김선영, 윤경호, 이상진, 송해나, 엄지윤 등 캐릭터성 짙은 인물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다채로운 웃음을 채울 뿐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코미디 배틀, 툭툭 내뱉는 빠른 대사와 심상치 않은 전개가 주는 시너지는 대놓고 웃음을 기대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더라도 변수 없는 웃음을 낳는다. 대놓고 웃기려는 배우도 없고, 혼자 진지한 인물도 없다. 모두가 개그맨이 되는 게 이 영화만의 강점이다.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특정 배우만이 코미디를 담당하며 개인기로 웃기는 물리적인 웃음을 지양하고 오로지 '상황'이 주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노력은 성공했다. 상황에 녹아드는 인물의 특징이 자연스러운 실소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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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감독은 "억지로 새로운 걸 보여주고 클리셰를 깨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극 중 클리셰대로 가지 않는 부분이 우리 현실과 가깝지 않나"라며 현실과 맞닿은 코미디 덕분에 관객의 예상을 비틀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어쨌든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기대해야하는 무거운 영화가 지겹다면, 어둡기만 한 요즘 뉴스에 지쳤다면 '30일'은 일상 속 힐링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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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설 연휴를 보낸 지금,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힘들 때 두 시간을 깊은 생각없이 웃음만으로 채우는 건 어떨까. 러닝타임 119분. 12세이상관람가.


사진 = ㈜마인드마크, 엑스포츠뉴스 DB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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