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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트래비 매거진

4타수 1홈런 1안타, 군산

세 남자의 탐식도시

군산은 낡아 있었다. 도심에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빈 건물이 가득했다.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 건물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문득 고민이 밀려왔다. “그래서 뭐부터 먹어야 하지.” 

비응항 근처에서 바라본 군산 바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 바다 앞으로 쌀을 가득 실은 배들이 끝없이 지났다

비응항 근처에서 바라본 군산 바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 바다 앞으로 쌀을 가득 실은 배들이 끝없이 지났다

●째보선창에서

“일단 째보선창부터 가자!” 내가 말했다. ‘째보선창’은 군산 구도심인 장미동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 주변에 옛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박물관과 갤러리 등으로 바꾼 ‘근대문화 역사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군산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우리도 일단 여행객이니 째보선창으로 향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은 크게 번성했다. 그 중심이 바로 째보선창이다. 군산을 배경으로 1930년대 식민지 사회를 그린 채만식 작가의 소설 <탁류>는 군산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비응항 방파제 , 갈매기 한마리

비응항 방파제 , 갈매기 한마리

‘선창은 분주하다. 크고 작은 목선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돛대를 옹긋중긋 떠받고 물이 안 보이게 선창가로 빡빡이 들이밀렸다. 칠산 바다에서 들어온 젓조기가 한창이다. 은빛인 듯 싱싱하게 번쩍이는 준치도 푼다. 배마다 셈 세는 소리가 아니면 닻 감는 소리로 사공들이 아우성을 친다. 지게 진 짐꾼들과 광주리를 인 아낙네들이 장속같이 분주하다.’


당시 째보선창에는 조기가 지천이었다고 한다. 포구에는 물고기와 소금을 실은 목선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어부와 상인들 주머니에는 돈이 넘쳐났고 여관과 술집, 식당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인근 충남의 논산, 부여 등지에서 몰려든 일꾼들, 객주, 행상, 유학생들도 뒤섞여 째보선창은 언제나 북적였다. ‘째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선창을 장악하고 있던 객주의 우두머리가 째보였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포구의 한쪽 귀퉁이가 움푹 파인 모양을 두고 입술이 째진 것 같다고 해서 ‘째보’라 불렀다고도 한다.


오늘날의 째보선창은 무심하고 처량한 풍경이다. 짙은 회색의 갯벌 위로 낡은 어선들이 배를 드러내고 비스듬히 누워 있다. 갯벌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비릿한 흙내음이 묻어 있다. 한때 ‘천 원짜리 지폐는 개도 안 물어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흥청망청했던 째보선창의 모습을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째보선창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풍경이 있다. 생선을 다루는 해산물 사업장과 선박 수리공업사들이다. 현대 선외기 엔진, 동부공업사, 문일공업사, 여수스크루 등, 포구를 따라 늘어선 공업사에서 망치 소리가 울린다. 이 공업사 한 편에 ‘반지회 백반’을 내는 집들이 자리한다. 중앙식당과 유락식당, 돌풍식당, 해성식당 등 4인방이 유명하다. 대부분은 20~30년은 기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지회무침,  분명 뭔가 다른 양념이야

“자, 어쨌든 군산에 왔으니 뭐라도 먹어야지!” 째보선창을 한 바퀴 휘휘 둘러보다 박찬일 셰프가 말했다. “뭐라도 먹어야 한다면 반지회가 아닐까요?” 내가 말했다. “반지회가 뭐죠?” 레이먼 김 셰프가 물었다. 박찬일 셰프가 해성식당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다.

반지회, 갈치구이 한토막, 반찬 예닐곱 가지가 가득 오르는 해성식당의 반지회 정식 한 상

반지회, 갈치구이 한토막, 반찬 예닐곱 가지가 가득 오르는 해성식당의 반지회 정식 한 상

해성식당은 반지회의 원조 격이다. 20년 전, 근처의 다른 식당이 준치회를 낼 때 해성식당은 반지회를 냈고 준치가 귀해지면서 다른 식당들도 모두 반지회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반지’가 뭐냐고요!”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며 레이먼 김 셰프가 다시 물었다. 메뉴판에는 아구탕, 반지회, 반지회덮밥, 반지회무침, 백반이 올라 있었다. “처음 먹고 나서 너무 맛있어서 끼고 있던 반지까지 팔아서 먹는다고 해서 반지회야.” 내가 레이먼 김 셰프에게 말했다. “최갑수가 구라(?)는 참 잘 친다!” 옆에서 막걸리를 따르던 박찬일 셰프가 말했다. 초록색 탁자와 의자가 놓인 전형적인 백반집 실내풍경. 현지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몇 분이 테이블에서 양은쟁반 위에 밥과 여러 반찬 생선구이가 올라간 백반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각종 야채를 푸짐하게 넣고 버무린 반지회무침

각종 야채를 푸짐하게 넣고 버무린 반지회무침

반지는 밴댕이다. 군산에서만 반지로 부른다. 반지가 표준어고 밴댕이는 강화의 사투리다. 반지라고 하면 강화의 어부도 알아듣지 못한다. 우리는 백반과 반지회, 반지회무침을 나란히 시켰다. 이 좋은 안주를 두고 술을 안 시킬 수가 없는 일. 막걸리와 소주도 시켰다. 쇠락한 선창에서의 낮술.


반지는 아직 제철이 아니지만, 맛은 좋았다. 잡자마자 급랭시키는 반지회는 비록 냉동이었지만 고소한 맛이 살아 있었다. 반지회는 상추보다는 차조기 잎이나 깻잎에 싸 먹어야 더 맛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먹으면 더 맛있다. 물론 반지회만 먹는 게 최고로 맛있지만.


해성식당에서는 반지회보다 회무침이 더 나았다. 사실 회무침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전국 어느 지방이나, 전국의 어느 횟집이나, 회무침의 맛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간재미회무침이든, 홍어회무침이든, 서대회무침이든, 영덕막회든, 회 몇 점을 썰어 넣고 미나리와 곱게 채 썬 무와 양파 그리고 식초와 고추장으로 버무린 양념을 잔뜩 얹은 후 그 위에 깨를 빈틈없이 뿌린다. 회무침이 나올 때마다 ‘아차, 깨를 십분의 일만 뿌려 달라고 미리 말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 음식에 깨가 빼곡하게, 하늘의 은하수보다 더 촘촘하게 뿌려졌단 말인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회무침 맛을 기대하며, 그러니까 별다른 기대감 없이 반지회 한 젓가락을 집어 들고 입에 넣었는데, 우리는 약 0.5초 정도 서로의 눈을 동시에 마주 보았다. ‘앗, 뭔가가 달라. 지금까지 먹던 회무침과는 뭔가 다른 양념이야.’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표정을 지은 후 한 젓가락 더 입으로 가져가 눈을 지그시 감고서는 천천히 반지회무침을 씹었을 것이다. 이런 독백이 흘러나왔을 것이고. ‘와, 대단한 맛이야. 지금까지 먹어 왔던 회무침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달라. 매운맛은 은근하면서도 묵직하군. 뒤에 따라오는 단맛은 결코 가볍지 않아. 반지에서 나오는 고소함은 끈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뒤를 받쳐 주는군.” 고개를 끄덕이는 고로상(줌인).

해성식당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146-17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전화: 063 442 5349

가격: 반지회무침 2만5,000원​

일제 강점기 시절 군산의 번성을 이끌었던 째보선창. 지금은 그 시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시절 군산의 번성을 이끌었던 째보선창. 지금은 그 시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아쉽지만 2연속 삼진

해성식당을 나와 중국집으로 향했다. 형제반점, 센 불로 고슬고슬하게 수분을 날려서 밥을 볶고 그 위에 오므라이스로 착각할 만큼 큼직한 계란후라이를 올린 볶음밥을 만들어 주는 오래된 중국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해성식당에서 형제반점까지, 도보 한 시간 거리를 우리는 기꺼이 걷기로 했다. 볶음밥을 먹기 위해 빨리 소화를 시켜야 했으니까. 그래서 이 무더운 날씨에도 택시를 타지 않고 걸었다. 적어도 두 시간은 기다려야 짬뽕 한 그릇을 겨우 먹을 수 있다는 복성루 앞에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희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복성루 짬뽕 그까짓 거 뭐라고’라며 시크하게 패스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느낌은 보통 안 좋은 쪽으로 향하더라. 셜록 홈스도 ‘직감’은 ‘뇌가 경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내는 긴급신호’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형제반점에 전화를 하니 수화기 너머로 노인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오늘 장사 안 해요!” 아, 이런! 


스마트폰으로 주변 음식점을 급하게 재검색했다. 현지인 짬뽕 맛집이라는 ‘○○반점’을 찾아냈다. 다행히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가게 입구에도 커다랗게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뇌는 경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직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빨리 탈출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자리에 앉은 뒤였고, 컵에 물을 따른 뒤였고, 단무지와 김치가 테이블에 세팅이 된 뒤였다. 우리는 서로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이미 너무 늦었어.’ 조금 있으니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 여행객이 한 명 들어왔는데 그 친구 역시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온 듯했다. 우리는 모두 속으로 외쳤다. ‘넌 아직 늦진 않았어!’ 아주머니는 재빨리 단무지와 김치를 세팅하고 있었다. 

뽀빠이 냉면의 물냉면. 소뼈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했다

뽀빠이 냉면의 물냉면. 소뼈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했다

짬뽕과 짜장면과 탕수육을 다 먹지 못했다. 주방에서는 서툰 웍질로 짜장 소스를 볶고 있었다. 짬뽕 국물은 쓴맛만 도드라졌다. 탕수육은 다시 튀겨달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반점’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찾은 군산의 유명 냉면집, ‘뽀빠이 냉면’. 60년이 넘은 냉면집으로 닭과 돼지, 소뼈로 육수를 내고 간장으로 간을 한다고 한다. “일단 한 번 먹어 보자.” 박찬일 셰프가 말했다(음식을 선택하는 건 그의 일이다). “그러시죠. 군산에서 냉면을 다 먹네요.” 레이먼 김 셰프가 말했다(추임새를 넣는 건 그의 일이다). 약간 검은빛을 띤 육수에 면이 소복하게 담겨 있었고 잘게 찢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수육, 채 썬 오이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었다. “소주 한 병 주세요(술 주문은 언제나 내 몫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집은 술은 팔지 않았다. ‘선주후면’을 못하다니. 국물만 후루룩 들이켰다. 서울에서 먹던 냉면과는 맛이 많이 달랐다. 냉면을 먹고 식당을 나서며 박찬일 셰프가 말했다. “3타수 1안타, 그래도 3할은 했네.” 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이 후덥지근했다.


뽀빠이냉면

주소: 전북 군산시 장재길 12-4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전화: 063 446 1785

가격: 물냉면 8,000원​

●홍집의 내력

‘3타수 1안타, 2연속 삼진’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시무룩해졌다. 오늘의 마지막 타석은 꼭 2루타 이상은 날려야겠다고 ‘신영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내야안타 정도는 칠 수 있다. 어느새 사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시내 술집은 비로소 손님이 슬슬 들지만 시장은 문 닫을 준비가 한창이다. 우리는 불이 켜진 ‘홍집’이라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드르륵. 실내는 평범한 밥집 분위기였다. 바닥은 ‘도끼다시’라고 부르는 연마광택으로 시멘트와 돌을 혼합한 옛날 방식, 주방에는 타일을 붙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랜 세월이 묻어났다. 한쪽 테이블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노인 두 분이 낯선 외지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보았다. 이런 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식당 구석에 놓인 공중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홍집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군산 앞바다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이 안주로 올라왔다

홍집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군산 앞바다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이 안주로 올라왔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정말 심플했다. ‘맥주 소주 안주일절’. 우리는 앉자마자 맥주와 소주, 막걸리를 주문했다. 아주머니는 냉장고가 아닌 문 앞에 놓인 아이스박스에서 술을 꺼내 주었다. 뇌는 CPU를 최대한 가동하면서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최소 안타. 

기본 찬으로 나온 간재미회

기본 찬으로 나온 간재미회

테이블에 안주가 깔리기 시작했다. 소라찜, 바지락무침, 간재미회, 박대구이, 붕장어조림, 묵은지 등이 3열 횡대로 늘어섰다. 여기까지가 기본 반찬인 것 같았다. 반찬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2루타. 박찬일 셰프가 수저를 집어 들면서 레이먼 앞에 내민다. “이거 봐. 손잡이에 학도 그려져 있고, 거북이도 그려져 있다. 옛날에 많이 썼던 것들이지.”


홍집은 통영의 다찌, 마산의 통술집, 진주의 실비집 비슷하다. 술 한 병에 5,000원 정도 하는데 술을 시킬 때마다 안주가 추가되어 나오는 식이다. 막걸리 한 병을 더 시키니 조기찌개와 파전이 나왔다. “아주머니 군산에서는 이런 집을 뭐라고 부르나요? 통영에서는 다찌집이라 부르는데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그냥 홍집이라 불러.” 3루타.

홍집 내부. ‘각시’ 가 잠깐 봐 달라고 한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아주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홍집 내부. ‘각시’ 가 잠깐 봐 달라고 한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아주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주머니가 물었다. “서울 사람들이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내가 답했다. “워낙 유명해서 일부러 서울에서 찾아왔죠.” 박찬일 셰프가 막걸리를 따르며 말했다. “최갑수는 너스레를 참 잘 떨어. 그런데 이 집 이름이 참 독특하네요. 이름이 홍집이면 그냥 빨간집이라는 뜻이에요?” 아주머니가 아이스박스에 턱 걸터앉으며 말했다. “내 말 잘 들어보소.”


홍집의 내력은 이렇다. 주인 아주머니는 홍집 근처에서 조그만 슈퍼를 운영했었다. “원래는 이 집을 어느 각시가 했는데, 그 각시가 참 솜씨가 없었어. 손님들한테 음식을 대충대충 맛없게 해주니까 손님이 다 떨어지는 것이여.” 어느 날 그 각시가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했단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대전 가서 초상 치르고 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이 집 좀 맡아 주시라. “그래갖고는 내가 맡아서 억지로 했어. 근데 상 치르고 삼우제 치를 날도 지났는데 안 오는 것이여. 내가 뭐 술집을 할 줄 알았나. 안 오니까 계속 맡아서 한 거지.” 레이먼이 물었다. “아직도 안 온 거예요?” “응, 그때 가서는 이즉까지 안 와.” 우리 모두 “와~”. “벌써 40년이 넘었네, 그래.”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이야기. “내가 손님을 왕창 잡았지. 장사를 잘 했어. 근데 나도 처음엔 음식을 제대로 할 줄 알았나. 그래서 어시장 가서 재료를 젤루 좋은 걸 사서 했지. 음식을 모르니 재료라도 좋은 걸 쓰자고 한 거지. 그랬더니 손님이 늘고 단골이 생기더라고. 지금이야 몇 집 없지만, 당시만 해도 이 장사가 많이 잘 됐거든. 그러니까 그게 벌써 한 40년 됐네.” 

군산 철길마을의 담쟁이. 경암동 철길 마을은 군산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다. 먹을 일로 바빴던 ‘탐식’ 일행은 당연히 패스

군산 철길마을의 담쟁이. 경암동 철길 마을은 군산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다. 먹을 일로 바빴던 ‘탐식’ 일행은 당연히 패스

그런데 이름은 왜 홍집일까? “아직 안 돌아오고 있는 그 각시 ‘샛서방’이 홍씨여. 그래서 내가 그 각시가 돌아오면 이 집을 아무 때나 쉽게 찾으라고 홍집이라고 지은 거지.” 레이먼 셰프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 아주머니가 지금이라도 와서 이 집 다시 내놔라! 하면 어쩌실 거예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줘야지 뭐, 별수 있나.” 우리는 각자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홈런. 그날 우리가 마신 막걸리와 소주 맥주가 정확히 몇 병인지는 모르겠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술값을 묻자 아주머니는 5만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고 아주머니는 “5만원만 줘”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10만원을 냈다. 다른 손님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2만원 어치를 먹고 5만원 낼 것이다. 아주머니는 5만원 치를 내주고 2만원만 받으려 할 것이다. 홍집…, 아직 이런 집이 남아 있다.

맛스넥 하우스의 잡채와 열무국수와 볶음밥. 양이 어마어마하다

맛스넥 하우스의 잡채와 열무국수와 볶음밥. 양이 어마어마하다

P.S. 이튿날 우리는 ‘맛스넥 하우스’라는 집에 갔다. 쫄면과 떡볶이와 볶음밥을 먹었다. 양이 아주 푸짐하다. 맛도 좋다. 재미있고 유쾌한 집이다. 추천한다.


홍집

주소: 전북 군산시 동신영길 47-3 홍집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가격: 막걸리(한주전자) 1만원

전화: 063 446 9912


맛스넥 하우스

주소: 전북 군산시 경암로 48 동부시장

영업시간: 매일 09:00~20:00

가격: 해물볶음밥 7,000원, 떡볶이 1만원

전화: 063 442 6644


*세 남자의 탐식도시에는 3명의 남자가 함께합니다. 최갑수 작가, 레이먼 킴 셰프, 박찬일 셰프. 맛을 느끼고, 분석하고, 쓰는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술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그냥은 못 지나칠 먹거리들이 가득하니까요. 도시의 맛을 탐식하러, 지금 세 남자가 떠납니다.​


글·사진 최갑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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