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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트래비 매거진

중국 쓰촨성 자유여행, 청두 vs 구채구

쓰촨성을 여행했다.

그곳에서 마주친 모든 장면들.

더 가까워진 쓰촨성, 아시아나항공 

쓰촨성(四川省, 사천성)은 우리나라 면적의 5배 크기에 9,000만명이 거주하는 중국 남서부의 중심 지역이다. 그중 청두(成都, 성도)는 쓰촨성의 핵심도시이자 옛 촉한(중국 삼국시대 유비가 세운 나라)의 수도다. 쓰촨성은 우리에겐 사천요리로 유명한 미식의 고장이기도 하면서 해발 3,000m가 넘는 고산, 고원 절경이 수두룩한 꿈의 풍경을 지닌 여행지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7월 쓰촨성의 성도, ‘청두’로의 운항편 수를 주 5회로 늘렸다. 단 3시간 30분, 청두에 닿았다. 참고로 최근 쓰촨성 내 교통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구채구’와 ‘황룡’까지 돌아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패키지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현지 길에 능한 운전수와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성지, 무후사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 무후사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황제와 신하를 함께 모신 도교 사찰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 무려 1,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장소다.

무후사는 혜릉(유비의 묘), 한소열묘(유비와 제갈량의 제사를 모신 사당), 삼의묘(유비, 관우, 장비의 사당)로 이루어진 ‘삼국 역사유적지구와’ ‘금리 옛 거리’, 그리고 중국식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이 ‘무후사’를 두고 삼국지의 성지라고 일컫는다. 마량, 조운(조자룡), 황충, 마초 등 촉한의 영웅상을 함께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모든 형상은 <삼국지연의>에 기인해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한다.


무후사를 방문한다면 남송 초기의 무장 ‘악비(岳飛)’의 ‘출사표(出師表)’와 청나라 서예가인 ‘조번(趙藩)’이 쓴 ‘공심련(攻心聯)’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모두 제갈량에 의해 영감을 받은 글들이기 때문이다. 무후사 담장과 혜릉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의 벽체는 온통 붉은색이다. 중국의 MZ는 전부 이곳에서 인증숏을 찍는다.

●역사 속으로, 금리거리

금리거리는 과거 삼국시대(삼국지의 배경) 당시 촉의 문화와 청나라 시대의 양식을 테마로 꾸며 놓은 보행자 거리다. 쓰촨성 전통문화를 테마로 했기 때문에 고풍스러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청나라 말과 근대 중국의 초기 건축 양식을 복원하여 무후사 구역의 일부를 조성했다. ‘금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곳 청두가 ‘비단의 고장’이란 뜻을 의미한다. 

금리거리는 청두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스폿이다. 기념품, 찻집, 액세서리, 그림 그리고 다양한 음식이 즐비한 골목은 어느 중국영화의 한 장면 같다. 대략 550m 정도 뻗어 있어 느긋하게 거닐기 좋다.

그렇다고 단순히 예스럽기만 한 쇼핑몰은 절대 아니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버스킹, 퍼포먼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펼쳐지는 문화의 장으로 변모한다. 금리거리는 2005년 ‘중국 10대 상업 보행자 거리’로, 2006년에는 ‘국가 문화산업 시범기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2021년,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21곳’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푸바오 친구네 집,

청두 자이언트판다 연구기지

<쿵푸팬더 2>에 등장하는 주인공 판다, ‘아바오(阿宝)’는 쓰촨성 청두 출신이다. 그래서 영화 배경에도 청두가 자주 등장한다. 판다는 전 세계에 2,000마리밖에 없는 동물이다. 지난 7월 용인 애버랜드에서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장손, ‘푸바오’의 성장일기를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판다는 지독하게 귀여운 동물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 쓰촨성에는 판다를 보호하고 번식을 연구하는 기지가 5곳이나 있다. 그중 청두에 자리한 ‘자이언트판다 연구기지’가 가장 규모가 크다. 이곳에 사는 자이언트판다의 개체 수는 약 200마리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판다가 동물 이상의 존중과 관심을 받는다. 코로나 이전을 기준으로 연간 9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판다는 참 까다로운 동물이다. 두 마리의 새끼를 같이 키우지 않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만을 먹는다. 탐방객은 투어카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우리에 접근해서 판다를 관찰할 수 있다. 모든 판다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80명의 사육사가 정성을 다해 돌본다. 사방에 푸바오 친구들이 가득이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데굴데굴 구르는 판다, 죽순 씹는 판다, 고구마를 만드는 판다, 꾸벅꾸벅 조는 판다, 흰자위 보이며 눈 흘기는 판다. 여기가 천국이다.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

도강언 

도강언은 기원전 256년 진(秦)나라 촉군(蜀郡)의 태수(太守, 군의 으뜸 벼슬)로 있던 ‘이빙(李氷)’ 부자가 지역의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한 대형 수리시설이다. 일종의 제방인 셈이다.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2곳 꼽으라면 절반은 만리장성을, 나머지 절반은 이곳 ‘도강언’을 최고로 꼽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강언의 특징은 댐을 쌓지 않고 물길로 이용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쯔강(揚子江, 양자강) 상류에 있는 쓰촨성 지역은 예로부터 천부지국(天府之國, 하늘이 내린 풍요로운 땅)으로 불린다. 역사가들은 과거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들던 이곳을 지금의 천부지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도강언의 주역, ‘이빙 부자’의 공로라 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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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랄 만한 점은 도강언은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제방이란 점이다. 수세기에 거쳐 보수와 개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갈량이 직접 인력을 조직해 도강언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정비한 기록도 존재한다.

도강언으로 들어서는 도로 주변으로는 감각적인 카페와 식당가가 이어져 있다. 풍성한 나무와 고풍스러운 건물의 조화가 분위기에 한몫한다. 도강언 초입의 남문은 양쪽으로 트인 데다 아래로 강이 흐르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술꾼의 성지,

수정방박물관

양장피, 유산슬 그리고 수정방. 전국 술꾼의 심금을 울리는 조합. ‘수정방’은 2000년부터 생산된 중국의 백주다. 수정방의 모태는 중국 17대 명주인, 쓰촨성의 ‘전흥대국’이란 술이다. 수정방박물관에 이 술의 모든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수정방박물관은 600년 된 ‘수정방 양조유적지’에 지은 일종의 천연박물관이다. 중국의 유서 깊은 주류 브랜드, ‘첸싱(全兴)’은 공장을 개축하던 중 우연히 명나라의 옛 양조 시설과 유물을 출토하게 된다. 이후 출토된 양조유적지는 무형국가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첸싱은 그곳에 박물관을 설립하는 동시에 옛 방식을 그대로 본따 수정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박물관은 유물 전시장, 양조기술전시관, 체험 센터, 부속 증류주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탐방객은 박물관 투어에서 원나라 말부터 명나라 초기까지 이어진 고대 수정방의 제조기술과 유통과정을 이해하고, 생산 설비와 실제 제조과정을 자연스레 목격하게 된다. 투어의 백미는 역시 시음이다. 시음에 제공되는 72도의 수정방 원액은 시판되지 않는 것으로 오로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 잔 시원하게 꺾으니, 위 속까지 향이 전달된다. 수정방박물관 마지막 전시장에는 한정판매 혹은 기념 출시되었던 고가의 수정방을 만나 볼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쓰촨성 구채구

청두에서 구채구로 향했다. 구채구(九寨溝, 주자이거우)는 쓰촨성 북부 아바장족강족(阿壩藏族羌) 자치구에 속해 있으며 면적이 무려 720km2에 달하는 광활한 협곡이다. ‘구채구’란 이름은 종교적 갈등 때문에 티베트를 떠나 이곳에 정착한 아홉 부족의 장족을 뜻한다. 구채구는 중국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이며 일찌감치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다. 고산의 호수, 폭포, 숲, 설봉, 빙하, 장족의 정취는 ‘구채구의 6절경’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구채구는 크게 절벽지형과 원시 산림을 포함하여 5개의 경승지(景勝地, 경치가 좋아 지정된 장소)로 분류된다. 그중 수정구, 일측구, 측사와구가 만들어내는 50km에 달하는 ‘Y자 협곡’ 주위로 핵심경관이 집중돼 있다. 관광객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이동하며 주요 스폿을 탐방할 수 있다.

구채구 여행은 3~11월이면 아무 때나 좋다. 3~4월은 꽃이 개화하고, 5~6월은 여행하기에 기온이 적당하다. 7~9월은 수량이 풍부하며 10월에는 단풍이 든다. 버스에 올라 구채구를 둘러봤다. 이윽고 창밖으로 청녹색의 호수가 스쳐 갈 때, 그야말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런 풍경을 두고 도대체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거지?

●구채구에서 가장 높고 넓은 담수호,

장해 

측사와구(則渣洼沟)는 구채구에 있는 골짜기다. 이곳의 ‘장해’는 구채구 풍경구에서 가장 높고, 넓고, 깊은 담수호다, 무려 해발 3,101m에 위치한. 빙벽이 녹아 고인 물이며 땅으로 스며들거나 증발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장족들은 새지 않는 조롱박에 이곳을 비유한다. 짙푸른 색을 띠고 있는 호수는 까마득한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길가에는 장족의 복장을 대여하는 노점이 늘어서 있는데 희고 붉은 저고리에 구슬이 달린 머리 장식이 특징이다.

●오색빛 호수,

오채지

장해보다 조금 낮은 해발 2,995m에 자리한 호수다. 물에 잠긴 나무나 돌의 표면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다. 장해에서 흘러내린 물이 오채지를 채운다. 호수의 특징은 수면의 색이 위치에 따라 각각 달리 보인다는 점이다. 녹색의 해캄, 윤조류, 양치류 등의 수생 식물이 탄산칼슘이 풍부한 물과 결합해 다채로운 색을 연출한다.

●구채구의 영혼,

오화해 

오화해를 보려면 측사와구에서 수정구 갈림길로 내려와 다시 ‘일측구(日則沟, 구채구의 계곡)’로 올라가야 한다. Y자 협곡의 불편함이다. 오화해는 해발 2,472m에 위치한 호수다. 무려 백두산에 버금가는 높이다. 오화해는 구채구의 영혼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청초록 수면도 특별하지만, 주변 산세가 호수에 반영되어 수면을 분리하는 기하학적 풍경이 더더욱 장관이다.

●살아 숨쉬는 풍경,

진주탄폭포

‘오화해’를 탈출한 물은 황금빛 넓은 바위 계곡을 타고 흐른다. 그때 진주알(진주탄)처럼 기포가 발생하게 된다. 그 물이 모여 세력을 키우고, 결국 웅장하게 쏟아 내는 비경이 바로 ‘진주탄폭포’다. 구채구 최고 절경이다. 폭 200m에 달하는 대형폭포가 쏟아 내는 하얀 물줄기는 힘차고 우아하다. 그 모습을 본 어느 시인은 폭포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섬세하며 깨끗하고, 그 어떤 드라마틱한 영상이나 사진보다 입체적이라고 표현했다.

●벼락같이 찾아온 꿈의 여행지,

  황룡

구채구를 보고 난 후, 더 이상의 욕심은 없었다. 최고를 경험하면 여한이 없다. 여행의 분량을 다 채웠다는 안도감에 홀가분해졌다. 황룡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구채구에서 황룡까지는 약 2시간 소요된다. 

황룡은 중국 유일의 카르스트 고원 습지로 면적은 700km2에 달한다. 구채구에 비해 평균 해발고도가 약 1,000m 가량 높다. 황룡은 연못, 설산, 계곡, 삼림을 합쳐 ‘사절’이라 하고 여울, 고찰, 민속을 더해 ‘칠절’이라 부른다. 설산을 배경으로 무려 3,000개의 연못 군락이 크고 작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으며 그 주변을 원시 산림이 빼곡히 메우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동식물 자원까지 더해져 ‘세계의 비경, 인간의 요지’ 등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황룡 역시 세계문화유산, 생물권 보호지역, 국가중점 풍경명승지, 국가지질공원, 국가5A급관광지로 지정돼 있다.

황룡의 탐방 구간은 편도 4.3km, 걸어서 왕복해도 되지만 대부분 탐방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후, 약 2km를 더 걸어서 오채지를 보고 도보로 내려온다. 

●무협지 속 풍경, 오채지 

구채구의 오채지와 이름은 같지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걷다가 전망대에서 황룡 오채지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인공으로 만든 풀장쯤으로 여겼다. 자연이 만든 물색과 지형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래로 내려가 실감하고는 길고 큰 감탄을 쏟아 냈다. 하늘과 구름은 다랑논처럼 이어진 해발 3,533m, 693개의 연못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구나 눈 덮인 설보정(雪寶鼎, 해발 5,588m)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상상만 했던 무협지 속 장면이었다.

●천 층의 푸른 물,

금사포지

황룡협곡의 지표는 수만년 동안 카르스트 지형의 칼슘 침전물이 단단하게 쌓여서 황금색의 석회화 구간을 이룬다. 특히 금사포지는 현존하는 지질 구조 중에서 최상의 조건, 가장 큰 면적, 가장 긴 거리 및 가장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석회화 여울(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구간)이다. 설산에서 발원한 풍부하고 맑은 물이 황금빛 표면 위를 타고 내려 비경을 연출한다. 금사포지의 너비는 40~122m 정도. 황룡에는 8만 평방미터의 석회화 구간이 숲속에 숨겨져 있다. 청나라 문인, 호세영(胡世荣)은 ‘금사포지, 천 층의 푸른 물이 황룡으로 흐른다’라는 찬사를 남겼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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