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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트래비 매거진

주말을 더 알차게 ‘광주’ 여행지+맛집 페어링 3

특별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주말 오후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라면 어디를 방문해도 즐겁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강변과 공원을 걷고, 경건한 마음으로 사당도 둘러본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더해지면 반나절 피크닉은 한층 풍성해진다. 광주에서 또 하루를 보내며 찾은 여행지+맛집 페어링 3가지다.

풍영정길에서 본 무등산
풍영정길에서 본 무등산

●점심은 역시 경양식 돈가스
풍암저수지+처음봄

광주는 김치에 진심인 지역이다. 맛에 대한 자부심이 밑바탕이 된다. 광주 김치의 특징은 양념을 듬뿍 활용하는 것이다. 갖은 채소와 멸치액젓, 통깨 등을 팍팍 넣고 버무리니 강렬한 맛이 난다. 입에 착 감기는 압도적인 맛의 원천이다. 밥이랑 먹어도 좋은데, 수육 등 돼지고기 요리와의 궁합이 최상이다. 그런데 경양식 집에서 겉절이를 내는 곳이 있다. 특이하면서도 광주답다는 생각이 들어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풍암동 주택가에 자리한 처음봄(1st BOM)은 돈까스와 비후까스, 함박스테이크, 김치볶음밥, 이태리 돈까스(기본 돈까스에 치즈가 올라간 형태) 등을 내는 식당이다. 수프로 시작하는 건 일반적인데 큰 접시에 담긴 겉절이가 외지인을 놀라게 한다. 젓갈의 쿰쿰함이 살아 있는 광주식이다. 이게 돈까스와 궁합이 상당히 좋다. 제주도 여행 시 꼭 먹는 멜젓과 흑돼지 조합과 비슷한 느낌이다. 튀긴 음식과 겉절이의 궁합, 기대 이상의 콜라보다. 겉절이를 최대로 활용하려면 치즈가 올라간 이태리 돈까스보단 기본 돈까스를 추천한다. 

저녁에는 맥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골뱅이 소면, 돈까스 안주, 비후까스 안주 등이 준비되며, 또 재밌는 건 식사 메뉴로 북어국과 떡국(계절메뉴)도 갖추고 있다. 

식사를 마치면 가까운 곳에 있는 풍암호수공원에서 산책을 즐겨보자. 24만4,587㎡(약 7만4,117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은 데크길과 전망데크, 생태연못, 버드나무쉼터, 양서류서식지, 자연생태학습장, 꽃차원, 작은도서관 등으로 채워져 있다. 원래 1956년 관개용 저수지로 지어졌는데, 1975년 공원으로 지정됐다. 50년 가까이 서구 주민들의 산책을 책임지고 있다. 산책로 길이는 2.2km라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자연을 곁에 두고 쉬엄쉬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무등산 기운 받고 치맥!
충장사+한남동한방통닭

무등산 드라이브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다. 어디로 가도 무등산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엔 충장사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국난을 극복한 의병장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모시는 곳이다. 국내의 많은 사당이 그러하듯 충장사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건축물 자체가 화려하진 않지만, 무등산을 비롯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장군의 생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충장사
충장사
충장사
충장사

참, 등산인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출입이 어려웠던 무등산 정상이 57년 만에 상시 개방으로 바뀌었다. 9월23일부터 열렸으며, 상시 개방 구간은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인왕봉 전망대까지(왕복 약 390m)다.

무등산과 김덕령 장군의 기운을 받고 내려왔다면 이제 치맥 타이밍이다. 전남대 근처에 있는 한남동한방통닭. 흥미로운 건 이 집 김치도 보통 치킨집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한정식 전문점에서 나올 법한 묵은지가 밥상에 올라온다. 

메인 치킨은 한방통닭. 황기, 엄나무 등의 한약재와 생강, 후추, 천일염으로 12시간 숙성한다. 닭 뱃속에 찹쌀, 마늘, 은행, 대추, 감초 등을 채워 2시간 동안 참나무로 구워낸 한국식 치킨이다. 닭가슴살도 부드럽고, 껍질은 바삭, 전체적인 맛은 담백한 게 한 마리는 물리지 않고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꼬들꼬들하면서 한약재 향이 밴 찹쌀은 신맛 좋은 묵은지와 궁합이 좋다. 찹쌀 위에 묵은지와 닭고기 올려 한입에 먹으면 광주의 맛을 온전히 즐긴 셈이다. 


다른 메뉴로는 소금통닭, 양념통닭구이, 닭 모래주머니볶음 등이 있다. 2차를 갈 생각이라면 전남대 후문으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영산강 풍경길
풍영정+스타벅스

영산강은 전남 담양군에서 흘러 광주를 지나간다. 덕분에 광주에서도 영산강이 선사한 풍경을 여러 각도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그중 한 곳이 풍영정이다.

풍영정은 조선 중기에 김언거(1503~1584, 승문원판교를 역임한 문신)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 광주로 돌아와 세운 정자다. 자연을 즐기며 시가를 읊조린다는 뜻의 ‘풍영’, 그 이름에 맞게 정자는 강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여러 문인 학자들과 어울리며 생활했으며, 정자 안에는 명필 한석봉이 쓴 ‘제일호산(신선이 사는 정자)’이라는 커다란 편액이 걸려 있다.

신발을 벗고 정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여행자 입장에서 큰 매력이다. 옛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문인이 된 것처럼 시도 읊고 싶어 진다. 나무와 꽃도 수북한데,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는 붉은 꽃무릇을 만날 수 있다.

풍영정에서 내려와 풍영정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길도 잘 닦여져 있다. 지금도 쓰이는 철도가 있어 영산강과 기차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고, 저 멀리 광주의 랜드마크 무등산도 보인다. 여러모로 영산강을 잘 활용한 풍경길인 셈이다.

영산강 감상은 카페로 이어진다. 풍영정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국민 카페 스타벅스가 나온다. 서울 한강, 남양주 북한강 지점처럼 강을 낀 스타벅스가 광주에도 올해 2월에 생겼다. 영산강이라는 좋은 환경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테라스 좌석(2층)과 루프톱(3층)이 있어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화창한 날은 당연히 좋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도 매력적이다. 주황빛으로 물든 영산강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추천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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