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해남에서 마무리하는 2023년이라는 여행
땅끝전망대 9층에서 본 일몰 |
● 주변을 돌아볼 때
해남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소들이 꽤 있다. 땅끝관광지, 두륜산, 대흥사, 미황사, 우수영관광지(명량해상케이블카·울돌목스카이워크·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등 열 손가락은 꽉 채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남을 봤다. 대표 명소 곁에 있는 곳들도 챙겼으며, 아래 순서대로 다니면 하나의 코스가 된다.
오전에도, 일몰에도 좋은 목포구등대 |
시작은 목포구등대. 등대가 있는 화원면 매월리는 해남과 목포를 잇는 곳이자 해남의 최서북단이다. 또 다른 땅끝인 셈이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예사롭지 않다. 탁 트인 서해와 붉은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등대가 품은 이야기도 기억해 둘 만하다. 1908년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진출을 위해 설치됐는데, 긴 시간이 흐르고 2003년 12월에서야 온전히 해남에 녹아들었다. 그때 지금과 같은 현대식 범선 형태(36m 높이)의 등대로 탈바꿈했고, 전시실과 등대체험 시설도 갖추고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명량대첩비 |
다음 목적지도 일본과 관련 있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명량대첩비’다. 한적한 마을에 무게감을 더하는 요소다. 대첩비에는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적함대를 무찌른 상황이 자세히 적혀 있다고. 특히, 돌산에 비가 있어 장군의 위업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또 매년 4월28일 탄신을 맞아 제례를 지내는 신성한 충무사도 있다.
법정스님마을도서관 |
명량대첩비와 함께 돌아볼 만한 곳이 법정스님 마을도서관이다. 우선 거리상으로 가깝다. 또 지난 삶을 통해 본인의 인생길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인 것도 공통점이다. 도서관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을 기리기 위해 해남 생가 터에 조성됐다. 법정스님의 사상과 전시품을 둘러보고,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점심 식사 전 마지막 일정은 해남공룡박물관이다. 천연기념물 394호 해남 우항리 공룡,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한곳에서 발견된 유일한 장소다. 박물관 규모 자체도 국내에서 가장 크며, 400여 점의 공룡 관련 화석과 희귀 전시물이 있다.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 중생대 재현실의 티라노 사우루스 등을 보며 공룡이 주는 위압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해남의 일미
여행을 준비할 때 명소만큼 고민하는 게 먹거리다. 해남이라면 더욱이. 백반만 먹어도 만족스러운데 해남에서 꼭 먹어야 할 8가지 맛(닭 코스요리·떡갈비·삼치회·황칠오리백숙·보리쌈밥·한정식·생고기·산채정식)도 놓칠 수 없다. 해남 8미 중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요리를 꼽으라면 닭 코스요리가 1순위다.
정든집의 닭 불고기 |
노릇노릇 구워진 닭 다리와 날개 |
작은 닭이 아니라 시골에서 제대로 키운 닭을 활용해 구이, 백숙, 불고기, 육회, 닭죽 5가지의 요리를 선보이는 코스요리다. 닭 가슴살과 모래집 육회만 생소할 뿐, 매콤달콤한 양념과 닭, 채소가 어우러진 닭 불고기와 노릇노릇하게 구워 낸 닭구이, 푹 삶은 백숙, 구수한 닭죽은 맛과 구성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특히, 해남에서 맛보는 닭은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크기도 상당하다. 시중 치킨의 닭다리는 병아리처럼 보일 정도다. 군청에서 추천하는 12곳의 닭 코스요리 전문점이 있으니, 방문하는 관광지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해남의 명물 해남고구마빵 |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내부 |
후식과 기념품은 해남 고구마빵의 몫이다. 고구마와 똑같은 모양새를 한 고구마빵은 쫄깃쫄깃한 빵 안을 달콤한 고구마로 채운 별미다. 많은 제품 중에서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의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곳은 해남에서 재배한 당도 높은 고구마와 쌀을 사용해 해남고구마빵, 해남고구마타르트, 해남꿀고구마 피낭시에 등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가게가 해남읍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빵과 음료는 포장도 가능해 여행 내내 갖고 다니면서 맛보기 좋다. 땅끝 해남의 자연 풍경을 앞에 두고, 고구마빵과 우유(또는 커피)를 먹는 것도 해남을 즐기는 적절한 방법이다.
● 땅끝을 향유하는 방법
해남을 수식하는 여러 형용사와 명사 중에서 ‘땅끝’만큼 돋보이는 건 없다.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꾸밈없는 단어지만, 여행자를 당기는 힘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강하다. 여행자라면 한 번쯤 꼭 찾아가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누려야 할 것도 많다. 송호해수욕장을 비롯한 여러 해변과 땅끝전망대, 땅끝탑, 모노레일, 맴섬, 조각공원, 해양자연사박물관, 땅끝오토캠핑장 등 땅끝의 명소를 다니는 데만 1박 2일, 그리고 하루는 일출과 일몰, 바다를 벗 삼아 오롯이 쉬어도 된다. 땅끝에서만 적어도 2박 3일 여행이 가능하다.
은하수 같은 송호해수욕장 |
땅끝을 누리는 방법은 다양한데, 바다와 일몰을 콘셉트로 송호해수욕장과 땅끝전망대, 맴섬 등을 만나고 왔다. 송호해수욕장은 해남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잔잔한 바다와 무성한 소나무가 특징이다. 아무 목적 없이 바다와 소나무 사이의 모래사장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다. 오후 3~4시에는 은빛 바다로 변하는데 마치 은하수처럼 보인다. 또 바닷가를 따라서 자란 600그루가량의 소나무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수령도 200년에 달하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 받아 해남의 기념물로 지정됐다. 참, 송호해수욕장도 땅끝전망대만큼 멋진 일몰을 선사한다.
해질녘의 맴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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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섬의 일출 ©해남군청 |
이제 땅끝관광지 삼총사 땅끝모노레일, 땅끝탑, 땅끝전망대를 만날 차례다. 땅끝 여행의 하이라이트 격이다. 본편을 보기 전에 들르면 좋은 곳이 하나 있다. 원래 일출 명소인데, 어느 때 가도 그럴듯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맴섬과 형제바위다. 갈두항 앞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바위섬인 ‘맴섬’은 쌍둥이처럼 보인다. 두 바위 섬 틈 사이로 해가 올라오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2월 중순과 10월20~25일 사이가 적절한 시기라고 한다. 맴섬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눈사람 모양의 바위 두 개가 마주하고 있다. 땅끝마을 주민들이 크기가 약간 달라 형제바위라 부른다고. 영겁의 시간이 빚은 예술 작품인데, 형제바위라고 하니 뭔가 더 친숙한 느낌이다.
땅끝탑 |
구경 중에도 시간은 잘 확인해야 한다. 동계 시즌에는 오후 5시~5시30분에 일몰이 시작되니 늦어도 4시에는 땅끝관광지에 도착해야 한다. 먼저 땅끝탑(왕복 40분 소요)을 정복하러 간다. 갈두산 끝자락을 따라 걸으며 산림욕을 하고, 바다도 곁에 둔다. 5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기념사진 스폿인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땅끝탑에도 짧게 스카이워크가 있는데, 올해 9월 땅끝해안처음길에 개통된 스카이워크(길이 41m)가 주인공이다. 전 구간을 투명유리로 채워 땅끝바다를 걷는 인상을 준다. 강화유리니 걱정은 말라. 맨 끝에 서면 서남해와 땅끝 해안이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스카이워크 |
흙을 밟고, 갈두산과 호흡하며 걷다 보면 이윽고 땅끝탑이 다. 땅의 끝을 상징하는 삼각뿔 형태로, ‘바다를 향해 꿈을 싣고 나아가는 배의 돛’을 형상화했다. 스카이워크 끝에 서서 한 해 동안 쌓였던 모든 시름을 바다에 털고 오면 된다.
전망대행 모노레일 |
희망은 땅끝 꼭대기에서 채우자. 2량짜리 모노레일을 타고 5분이면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발을 들인다. 395m 길이의 철도를 따라서 펼쳐지는 땅끝의 풍경도 눈에 착실히 담았다. 땅끝의 랜드마크인 ‘땅끝전망대’는 타오르는 횃불을 닮았다. 옛날 봉수대가 했던 역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며, 한반도의 기를 받는 희망봉의 역할도 맡았다. 해남 일출과 일몰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몇 번을 와도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또 땅끝 바다는 높이에 따라 미묘하게 달리 보이니 전망대 입구부터 최고층(9층)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파랬던 하늘이 주황색과 보라색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면 9층으로 향하자. 양도, 서화도, 어룡도 등 크고 작은 섬들과 바다가 노을에 물들고 있다. 땅끝 여정의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운이 좋으면 구름에 안긴 태양도 볼 수 있다. 붉은 태양이 흰 구름을 만나 얼굴이 순해지는데, 이 빛이 사람의 마음마저 몽글몽글하게 한다.
다도해의 풍경 |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해남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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