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받치는 건축
117년의 학교, 400년 된 가옥, 1910년대 주택.
오래된 건축은 대구의 오늘을 지탱한다.
유구한 역사를 주춧돌 삼은 채.
뼈가 굵고 단단한,
대구의 건축물들을 만났다.
삼삼한 여행, 대구에 스며들다
3대 문화권
신라, 유교, 가야 3대 문화권의 역사문화와 생태자원을 활용해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대구광역시 관광진흥사업. ‘맛, 멋, 흥’ 3가지 주제로 대구 및 경북 지역 구석구석의 매력을 알리는 중이다. 빠르고 강압적인 관광이 아닌, 느리고 ‘삼삼(33)한’ 여행이라는 점이 핵심. 이번 기사는 건축문화 기행을 통해 대구의 ‘멋’에 집중했다.
대구 건축문화 기행
대구의 ‘멋’
1,500년의 보물창고동화사
어느 고요한 겨울날. 절이 지어질 무렵, 하늘에선 오동꽃이 흩날렸다. 눈처럼 펄펄, 생명처럼 환하게. 동화사(桐華寺)의 상서로운 창건 설화다. 무려 1,500년 역사의 동화사는 예로부터 산신에게 제를 올리던 산인 팔공산 자락에 있다.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108개의 계단이 나온다. 백팔 번뇌, 사람이 지닌 108가지의 괴로움. 가파른 계단 하나하나에 나약한 중생의 다리가 후들거린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자, 마음을 깨치고 열반에 들리니. 계단 끝까지 오르니 인자한 웃음이 맞이한다. 동화사의 대표 불상, 통일약사대불이다. 높이 33m, 불상의 무게만 약 2,000톤. 석조 불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08명의 석공들이 7개월 동안 만들었다는데, 거대하단 말밖엔 표현할 길이 없다.
불상 앞은 24시간 개방돼 있어 365일 수행 기도를 드리는 신도들로 가득하다. 이 밖에 절 곳곳엔 대웅전, 마애여래좌상을 비롯해 13점의 보물이 반짝이고 있다. 1,500년 된 보물창고를 여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천천히 걸으면 된다.
동화사
주소: 대구광역시 동구 동화사1길 1
전화: 053-980-7900
홈페이지: www.donghwasa.net
집처럼 따뜻하게 의료선교박물관
앞과 뒤가 다르다는 건 사람에겐 단점일지라도, 건축물에겐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의료선교박물관은 앞뒤가 다르다. 뒤는 서양인데 앞은 한국이란다. 역사에 이유가 있다. 대구에서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이루어지던 1910년경. 스윗즈 여사와 계성학교 4대 교장인 헨더슨을 비롯한 선교사들은 청라언덕 터에 자신들이 살아갈 집을 직접 설계해 지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의료선교박물관이다.
대구읍성 축성 당시 사용했던 성곽 돌로 기초를 세웠고, 그 위에 붉은 벽돌을 쌓고 기와지붕을 얹었다. 한식과 양식이 어우러졌으나 결코 조잡하거나 엉성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단단하고 따뜻하다. ‘집’이란 공간이 으레 그러하듯.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성경과 선교 유물, 기독교 전래과정 등의 자료를 볼 수 있지만, 공간의 힘은 퇴색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집처럼 안락한 곳이다.
의료선교박물관선교사스윗즈주택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56
400년 역사가 흐르는옻골마을
이름에서부터 흙냄새가 난다. 옻골은 ‘옻나무가 많은 골짜기’란 뜻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맑은 천이 흐르니, 명당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이곳의 진가를 알아본 현인은 바로 대암 최동집 선생. 1616년, 그가 후손을 위해 기운 좋은 곳에 터를 닦아 정착한 곳이 경주최씨의 집성촌, 그러니까 지금의 옻골마을이 됐다.
경주최씨 백불고택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5
약 400년 된 마을 안길엔 옛 담장이 직선으로 뻗어 있다. 흙다짐에 돌을 박은 형식인 토석담으로, 향토적인 분위기의 8할을 담당한다. 마을 내 총 20여 채의 가옥들 중 제일 유명한 건 역시 백불고택. 대구의 조선시대 가옥 중 가장 오래됐으니, 정말 ‘고택’이란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살림채는 17세기 말에, 재실(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은 18세기 중반에 지어졌다고. 마을에서 운영 중인 한옥 스테이를 이용하면 오래된 공간이 주는 진득함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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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마을
주소: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67
나이테 굵은 나무 계성중학교
건물이 한 그루의 나무라면, 대구는 과연 거대한 숲이다. 그중 계성중학교는 제법 나이테 굵은 나무다. 1906년에 미국인 안의와 선교사가 사택을 임시 교사로 정해 창설한 것이 시작이니, 무려 117년의 역사다. 대한민국 근대기, 나무는 세파를 맞으며 무럭무럭 가지를 뻗어 갔다. 1910년엔 이곳에서 학생비밀단체 양일회의 항일 운동이 전개됐고, 1919년 3·1 운동 때에는 계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한뜻으로 민족의 독립을 부르짖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의 지금. 풍파는 잔잔해졌으나 세월을 품은 건물은 그대로다. 서양 중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헨더슨관은 학교의 본관이자 상징이다. 붉은 벽은 온통 햇수를 알 수 없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다. 마치 영국의 어느 명문대 건물을 뚝 떼어다 놓은 느낌. 본관뿐 아니라 아담스관, 운동장, 계단 등 교내가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다.
최근에는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고.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뉴진스 ‘Ditto’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해 볼 것. 참고로, 올드 앤 뉴의 조합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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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중학교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35
봄을 달굴 뜨거운 축제2023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
2023년, 대구의 봄이 한층 뜨거워진다. 5월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2023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이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일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파워풀 대구 퍼레이드, 파워풀 거리 문화제 등 5가지. 즐길 거리가 빵빵해 24시간이 모자라다.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 |
보컬, 스트리트 댄스, 악기 연주, 트로트 등 거리예술 공연부터 재즈, 서커스, 마당놀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서트와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되는 심야 공연도 축제의 묘미다.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 무언극, 인형극 등 공연들이 펼쳐지는가 하면, 야식을 주문해 공연과 영화를 보면서 심야 로드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다.
축제 현장에서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으로 업사이클 작품을 만드는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제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쯤 되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봄을 가장 후끈하게 보낼 방법은, 대구에 있다.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 |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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