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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든’을 제대로 발음한다면

‘호가든’을 제대로 발음한다면
이 맥주 이름은 원산지인 벨기에의 Hoegaarden이라는 소도시의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제조 회사의 이름도 같습니다. 벨기에의 이 지방에서는 플라망어를 사용합니다. 플라망어를 한글로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지만,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후하르던’ 정도가 됩니다. (플라망어는 네덜란드어와 같은 계통의 말이므로 네덜란드어 표기법을 따르면 됨) 물론 그렇게 적어놓고 읽더라도 실제 현지 발음과는 차이가 있지요. 현지어로는 r 발음도 h 발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후하흐던’ 또는 ‘후하던’이라고 적는 게 실제 발음에 가깝습니다. 영어권의 사람들도 플라망어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 ‘후가든’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영어권에서도 ‘후’를 ‘호’라고 잘못 발음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 발음하는 맥주 예시에 종종 등장하고는 하지요. 그렇지만 플라망어에서 oe라는 철자의 발음은 ‘오’가 아니라 ‘우’입니다.

외래어 표기를 할 때 현지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언어마다 음운, 조음 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언어의 발음 체계가 허용하는 한에서 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의 고유명사 발음과 표기는 발음 체계만 고려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국의 역사적 문화적 이유와 관행도 관여합니다. 한국인은 UK를 영국이라 부르고, USA를 미국이라 부릅니다. 영어권 사람들은 프랑스의 파리를 패리스라 부르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베니스라 부르지요. 우리가 ‘에베레스트’라고 부르는 산의 이름은 원래 이름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Hoegaarden을 ‘호가든’이라고 부른다 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 이름이나 상품명은 실제 발음이나 외래어 표기법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이네켄(표기법상으로는 헤이네컨), 폭스바겐(폴크스바겐), 맥도날드(맥도널드), 구찌(구치), 토요타(도요타)처럼 그 예는 아주 많지요.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상표·상호 해당 회사가 등록한 이름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 이름들은 실재 인물이나 지역 이름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지요. 각 회사가 기존 쓰임과 다르게 등록한 이름들로 인해 혼란이 생겨납니다. 회사에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고 검토한 후에 결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다시 호가든으로 돌아가자면, 한국인의 발음 체계 때문에 ‘호가든’이라고 발음하거나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그렇게 발음하게 되었다고 해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벨기에에서 후하르던으로 불리는 Hoegaarden은 어떻게 하여 ‘호가든’이 된 것일까요? 한국에서 호가든을 생산하는 회사가 벨기에의 AB인베브라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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