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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

리드미컬한 춤과 경쾌한 소리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탭 댄스. <로기수>의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는 탭댄스를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힌다. 전쟁 속 포로 소년 로기수를 끌어당긴 탭댄스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탭댄스가 탄생한 역사를 살펴보고, <로기수>를 통해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

혼재된 문화로부터의 탄생

탭댄스의 기원은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진 춤이기 때문이다. 그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아일랜드, 하나는 아프리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5세기 중엽, 아일랜드 농민들은 흐린 날씨 때문에 늘 딱딱한 구두를 신었다. 그들 사이에서는 지그 댄스가 유행했는데, 양손을 옆구리에 댄 체 발끝과 발뒤축만으로 리드미컬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또한, 산업 혁명 초기 아일랜드 맞은 편, 영국의 공업 도시 랭카셔에서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기후와 환경에 맞서기 위해 구두 바닥에 단단한 나무판자를 대기 시작했다. 이 신발을 크로그라 불렀는데, 노동자들은 날씨가 추우면 자연히 발을 구르게 됐고, 이러한 스텝이 춤이 되어 랭커셔 크로그 댄스라는 영국 민속 무용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나무판자 밑창은 19세기 초기에 부드러운 가죽 밑창으로 바뀌었고, 가죽 밑창 뒤굽에 영국의 동전을 나사로 부착하며 새로운 음을 내는 효과를 얻었다. 탭댄스의 초기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지그 댄스와 크로그 댄스 모두 상체의 움직임이 없는 풋 워크가 주였기에,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며 더욱 빠른 템포와 복잡한 스텝으로 변형되었다. 

 

탭댄스의 기원은 18세기 미국의 노예무역 과정 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춤은 맨발로 땅을 디디고, 전신을 흔들면서 독특한 리듬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었다. 먼 항해가 지루했던 흑인 노예들이 배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들과 백인 승무원들이 어울리기 시작하며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리듬과 미국의 춤의 리듬이 뒤섞였고, 이것이 탭댄스로 발전되었다. 또한, 흑인 노예들이 노동을 마치고 드럼 리듬에 맞춰 춘 춤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1739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흑인들의 드럼 사용이 금지되었는데 그때부터 드럼 대신 발로 리듬을 내기 시작해 지금의 탭댄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의 파티에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었고, 백인들은 그 대가로 이들에게 케이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남녀 한 쌍이 독특한 스텝으로 춤을 추는 ‘케익워크’다. 

 

더욱 다양한 무대로 19세기 남북 전쟁 전후로 미국 전역에는 민스트럴 쇼가 대유행했다. 이는 코르크를 태워 얼굴을 검게 칠한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의 춤과 음악을 흉내 내는 익살극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쇼였다. 훗날 뮤지컬과 레뷔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당시 ‘주바’라고 불렸던 윌리엄 헨리 레인이 민스트럴 쇼에 유일한 흑인 댄서로 초청되었는데, 그는 무대에서 아프리카와 유럽적인 문화를 뒤섞은 춤을 선보이며, 탭댄스를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시기 탭댄스는 새롭게 유행하는 문화로 자리 잡으며 차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9세기 말부터 민스트럴 쇼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그 자리를 대신 한 건 보드빌이었다. 189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초까지 성행한 보드빌은 버라이어티쇼의 일종으로, 무용수와 가수, 배우나 곡예사 등이 출연해 각각 별개의 공연들을 펼치는 무대였다. 이와 함께 탭댄스를 공연할 기회가 많아졌고, 그 인기도 높았다. 이후 1920년대 재즈 붐이 불기 시작하며, 탭댄스는 한차례 전환기를 맞이했다. 보드빌에서는 탭댄스를 주로 노래와 코미디와 함께 선보였는데, 재즈와 재즈 댄스가 유행하면서 탭댄스가 점차 독자적인 공연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탭댄스는 리듬과 기교가 더욱 다양해졌다. 엇박자에 악센트를 지닌 신코페이션 리듬이 유입된 것 또한 재즈의 영향이었다. 이 시기와 맞물려 보드빌 시대는 막을 내렸고, 극장 무대에서는 발레나, 현대무용, 재즈댄스 등이 각광을 받았다. 그에 따라 탭댄서들은 곡예에 가까운 현란한 기교를 선보이며, 장르의 명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930년대, 탭댄스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로 진출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특히 프레드 아스테어, 진 켈리 등이 탭댄스로 할리우드를 장악하며, 뮤지컬 영화의 붐을 이어갔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톱 햇>(1935), <스윙 타임>(1936), <쉘 위 댄스>(1937) 등 발표작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검은 중절모, 흰 장갑과 나비넥타이, 지팡이 등이 그를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진 켈리는 좀 더 관능적인 매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진 켈리는 <파리의 미국인>(1951), <사랑은 비를 타고>(1952)을 연이어 히트시켰는데, 특히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우산을 들고 빗속에서 탭댄스를 선보인 장면은 뮤지컬 춤의 백미로 꼽힌다. 1980년대에 들어서도 탭댄스는 <42번가>, <코러스 라인>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꾸준히 성행했다. 폴 드레이퍼, 도널드 오코너, 딕 밴 다이크 등이 무대와 영화를 오가며 개성 넘치는 스텝으로 탭댄스의 매력을 알렸다.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

역사 속 탭댄스 스타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

윌리엄 헨리 레인(1825~1852) 

 

‘마스터 주바’란 이름으로 활동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댄서. 10대 때 댄스홀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1940년대 중반 민스트럴 쇼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백인 관중들을 위해 무대에 오른 초대 흑인 댄서 중 하나다. 백인만이 무대에 올랐던 민스트럴 쇼에서 공연한 유일한 흑인이다. 그는 다채로운 템포와 번개처럼 화려한 스텝을 구사하며 이름을 알렸고, 탭댄스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런던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빅토리아 여왕까지도 그의 팬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빌 로빈슨(1978~1949) 

 

‘보쟁글스’라고 불렸던 전설의 흑인 탭댄서. 

 

5세 때부터 춤을 배웠고 1908년 버틀러와 짝이 되어 보드빌 무대에 진출하였다. 1920년대부터 뮤지컬과 쇼, 영화 등에서 활발히 활약했다. 똑바른 자세와 명확한 탭 소리, 리드미컬한 스윙 등이 특징적이었고 계단을 활용한 화려한 댄스가 장기였다. 듀크 엘링턴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보쟁글스’란 노래를 작곡했고, 2009년 독일에서는 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7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탭댄스 퍼포먼스를 벌여 화제를 모았다. 

 

프레드 아스테어(1899~1987) 

 

미국의 댄서이자 배우. <톱 햇>, <쉘 위 댄스> 등 뮤지컬 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품위 넘치는 자태와 개성 있는 춤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76년 동안 30여 개의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그와 10편의 뮤지컬 영화에서 파트너를 이룬 진저 로저스는 ‘영화에서 춤의 역사는 아스테어와 함께 시작했다’는 평을 남겼다. 

 

그레고리 하인즈(1946~2003) 

 

미국의 배우이자 댄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탭댄스를 배우며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코튼 클럽>, <백야>, <탭> 등의 작품으로 탭댄스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며,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프레드 아스테어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탭댄스로 주목받았다. <백야>에서 그가 넓은 강당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혼자 추는 탭댄스가 지금도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세계

<로기수>로 만나는 탭댄스

<로기수>의 배경은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 이념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 전쟁 포로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때 17세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는 미군 흑인 장교가 춘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긴다. 전쟁의 극한 대립 속에서 로기수를 꿈꾸게 하는 것이 바로 이 탭댄스. 이 작품에서 탭댄스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로기수>의 박용갑 탭 안무감독(리듬사이트 탭댄스 스튜디오 대표)에게 뮤지컬 속 탭댄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기수>에서 탭댄스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작품에서 탭은 기수의 내면을 표현해줄 수 있는 장치다. 단순히 쇼적인 역할이 아니다. 탭을 통해 기수의 슬픔과 기쁨들이 다 표현된다. 드라마에 깊숙이 녹아들어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탭댄스를 다룬 쇼 뮤지컬들과 차별화된다. 

 

초연과 비교해 이번 재연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기존 캐스트와 새로운 캐스트의 특성을 살려, 관객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초연 당시, 공연 시작 후 40분이 지나서야 탭이 나와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수용해, 오프닝에 탭 장면을 추가했다. 좀 더 쇼적인 부분을 더한 것이다. 또 기수가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 리드미컬하고 강렬하게 바꾼 부분도 있다. 초연 때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했다.

 

탭댄스를 처음 배우는 배우들은 얼마 전부터 연습을 시작하나? 

 

공연 연습이 들어가기 최소 한 달 전부터 따로 탭 연습에 들어간다. 초연 때는 탭 트레이닝 기간이 더 길었다. 배우들이 내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와서 수업을 받고, 연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하루에 3~4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발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연습이 끝나도 개인적으로 또 연습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작용이 생기더라. 연습 시간보다 중요한 건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다. 

 

배우들이 탭댄스를 익힐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스탬프를 가장 먼저 익힌다. 도장처럼 발바닥으로 바닥을 찍는 동작이다. 발로 바닥을 두드리며 소리를 명확히 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소리를 내는 방식을 배운 다음 셔플, 플립 등 중요한 기초 동작을 배운다. 배우들에겐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꼭 필요한 기초 위주로 지도한다. 

 

배우들이 힘들어한 부분은 뭔가? 

 

아무래도 기초를 반복하는 게 힘든 부분이다. 기초를 쌓으려면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하지 않나.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2~3주 지나면 지칠 수밖에 없다. 탭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은 속도를 빨리 내는 거다. 탭 소리가 빠르고 정교해져야 관객들도 즐겁게 느낄 수 있다. 일정한 박자로 속도를 내는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배우들은 눈치를 잘 못 채지만, 매일 템포를 조정해서 음악을 틀었다. 매일 조금씩 템포가 빠른 음악을 틀어, 탭에 속도가 붙을 수 있게 도운 거다. 또, 발동작을 먼저 배운 다음 손동작을 익히는데, 이상하게 배우들이 손동작이 들어가면 발이 따로 놀더라. 손동작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힘들었다. 

 

탭댄스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탭댄스는 기초 위에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다. 하나의 동작을 마스터해야 그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안무만 속성으로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탭댄스를 올바르게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탭을 지도할 때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이 작품 이후에 두 번 다시 탭 안 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다른 곳에서도 탭댄스를 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쌓는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탭댄스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가장 큰 건 즐거움을 준다는 거다. 생소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니까. 소리의 청량감 때문에 좋아하는 관객들도 많다. 주로 시어터 탭으로, 쇼적인 역할이 크다. <로기수>가 매력적인 건 시어터 탭과 리듬 탭을 모두 선보인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시어터 탭은 팔 동작을 딱딱 맞추며 정돈된 느낌을 주는 쇼윙적인 탭이고, 리듬 탭은 재즈처럼 리듬에 몸을 맡기며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탭이다. 시어터 탭이 대중가요라면, 리듬 탭은 재즈 음악인 셈이다. 이 두 가지 탭이 모두 들어가 있어 더욱 보람 있는 작업이다. 

 

탭댄스의 매력은 무엇인가?

 

보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보이는데 소리가 들린다는 것, 다른 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또, 탭댄스는 음악이 없어도 리듬을 내면서 춤을 보여줄 수 있고, 음악이 있으면 또 그에 맞게 춤을 보여줄 수 있다. 그만큼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리듬 탭의 경우 재즈처럼 얼마든지 즉흥이 가능하다. 즉흥적으로 표현하면, 그만큼 또 깊이가 한없이 깊어진다. 계속 공부하고, 나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탭댄스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부담 없이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편하게 자신을 내려놓으면 된다. 집에서도 혼자 연습해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켜놓고, 박자 안에 박수를 치듯이 신발로 소리를 내보는 거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리듬에 몸을 맡겨 보길 추천한다. 그럼 좀 더 탭댄스를 재밌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글 |나윤정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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