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가장 인기있는 뮤지컬 넘버는? ‘지금 이 순간’, ‘황금별’ 순
좋은 뮤지컬 넘버들은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머릿 속에 맴돌곤 합니다. 이따금 반주에 맞춰 직접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곡들도 생길 거고요. 이런 마음이 전달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방에도 뮤지컬 넘버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국내 노래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금영과 TJ 노래방에서 인기 뮤지컬 OST를 부를 수 있는 것이죠.
더뮤픽에서는 양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어떤 뮤지컬 넘버가 많이 불리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순위 집계는 대체로 온라인(인터넷)이 연결된 반주기에 한해 되고 있어 모든 수치를 대변할 순 없더라도 선호되는 곡들을 파악해볼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그렇다면 1위는 무슨 곡이었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예상했을텐데요. ‘지금 이 순간’(지킬 앤 하이드)입니다. 한때 오디션 금지곡으로 꼽힐 정도로 많이 불린 곡의 명성은 노래방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이 곡은 작품의 인기뿐 아니라 TV 등의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많이 알려진 덕분에 뮤지컬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중적 인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는 <모차르트!>의 황금별입니다. 남작 부인을 연기한 신영숙의 고음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2위까진 두 노래방의 순위가 같지만 3위부터는 순위가 조금씩 엇갈립니다. 노래방 회사마다 등록된 곡이 다르기도 하고, 이용자마다 선호 노래방이 다른 탓도 있을텐데요. 그럼에도 두 노래방 모두 1, 2위를 차지한 ‘지금 이 순간’과 ‘황금별’의 노래방에서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11월 |
금영에서 3위였던 ‘레베카’는 TJ에서 14위를 기록한 반면,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반대로 금영에선 19위, TJ에선 11위를 기록하는 등 노래방마다 인기 편차가 큰 곡들도 있습니다. 반면 ‘나는 나는 음악’은 금영과 TJ 각각 9위와 7위, ‘마음 속의 천국’은 12위와 금영 10위를 기록하는 등 비슷한 순위에 오른 곡도 있습니다.
이렇게 양사에 동시 등록된 곡도 인기 차이가 있지만 한 곳씩만 등록된 곡들도 있습니다. 금영에서는 <김종욱찾기>, <대장금>, <디셈버>, <실연남녀>,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영웅>, <진짜 진짜 좋아해>, <잭 더 리퍼>, <천국의 눈물>, <페퍼민트>가, TJ에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 <엘리자벳>, <위대한 캣츠비>가 단독으로 등록된 뮤지컬입니다. 부르고 싶은 곡들이 이중에 있다면 해당 브랜드가 설치된 노래방을 이용하면 됩니다.
차트에서 금영 10위를 기록한 ‘Defying Gravity’는 유일하게 원어 곡이라 눈에 띄는데요. 뮤지컬 <위키드> 넘버로 생각하고 불러보려 했다가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 버전이 아니라 클럽 버전의 빠른 비트로 리믹스된 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때문입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등록된 곡 수에서도 차이가 있는데요. 가수의 정규 앨범을 예로 들면, 어떤 곳에는 타이틀 곡 외의 노래들까지 등록되지만, 다른 곳은 타이틀 곡만 등록되는 정도의 차이랄까요. 전체적으로는 금영에 등록된 뮤지컬 넘버 수가 TJ에 비해 2배 가량 많습니다. <레베카>의 경우 TJ에선 ‘레베카’ 한곡이 등록되어 있지만 금영에선 ‘놀라운 평범함’, ‘레베카’, ‘영원한 생명’, ‘하루 또 하루’,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까지 다수의 곡들을 불러볼 수 있습니다.
위 목록에서는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부른 곡들을 중심으로 소개했는데요. 영화화된 뮤지컬 작품이거나 영화가 원작이거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뮤지컬 넘버의 경우 원어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니 해외 뮤지컬의 경우 한국어로 등록되어 있지 않더라도 반주에 맞춰 불러볼 기회가 있습니다.
<캣츠>의 ‘메모리(Memory)’나 <그리스>의 ‘서머 나이트(Summer Night)’,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처럼 뮤지컬 넘버를 넘어서 고전이 된 곡들은 물론이거니와 <헤드윅>의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 ‘미드나이트 라디오(Midnight Radio)’, ‘윅 인 어 박스(Wig In A Box)’, <하이스쿨 뮤지컬>의 ‘브레이킹 프리(Breaking Free)’, <헤어 스프레이>의 ‘멈출 수 없어(You Can't Stop The Beat)’처럼 록, 팝과 같은 장르의 넘버들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오페라의 유령>의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밤의 음악(Music of The Night)’,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 <레 미제라블>의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 ‘온 마이 오운(On My Own)’, <지킬 앤 하이드>의 ‘원스 어폰 어 드림(Once Upon A Dream)’과 같은 대형 뮤지컬 명곡들도 있고요.
그런데 등록된 노래들에는 항상 가수 이름이 나옵니다. 뮤지컬 넘버도 마찬가지인데요. 뮤지컬에는 한 배역을 다수의 배우가 연기하는 멀티 캐스팅이 대세인데 한 배우의 이름만 기재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요? 금영 콘텐츠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편곡이 다른 경우 일반인이 조금 더 부르기 편한 버전으로 선택해 제작한 경우 그 버전의 배우 이름을 기재했다고 합니다.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배우의 이름을 대표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하지만 최근에 등록된 <레베카>에서 볼 수 있듯 해당 배역을 연기한 배우 이름을 모두 기재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노래방의 곡들은 어떻게 등록될까요? 유명한 작품의 곡들은 수시로 검토하여 제작, 등록됩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노래방 등록 추천도 받고 있는데요. 절대적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심사시 일부 요소로 검토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곡 등록을 위해서는 저작권료 지불이 필수인데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가장 많은 곡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노래 반주기 제작 회사에서는 협회에서 관리를 위임받은 곡들을 대상으로 복제권을 구매하여 제작합니다. 노래방 업주는 공연권에 대한 저작권료를 방 면적당 월정액으로 지불합니다. 즉, 노래방에 갔을 때 지불하는 비용에는 저작권 사용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분 미만 불려진 곡(단, 전체 곡 길이가 1분 미만인 곡은 제외), 한 노래 반주기에서 하루동안 같은 곡이 8회 이상 불린 기록이 있는 경우, 메들리 및 경음악인 경우, 업소 영업시간(통상 오후 6시부터 오전 4시까지) 외에 불린 곡 등의 경우는 노래연습장에서 불려도 저작권료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두고 있는 제외 규정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유투브 온라인 반주 서비스 캡처(금영(위), TJ(아래) |
지금까지 뮤지컬 넘버의 노래방 반주와 관련한 궁금증들을 조금이나마 풀어보았습니다. 금영과 TJ 두 회사 모두 온라인 노래방 혹은 IPTV를 통해서도 노래방 서비스를 무료 혹은 유료로 제공하고 있고, 유투브를 통해서도 온라인 반주 서비스를 하고 있어 노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도 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주말에 한 번 노래방에서 뮤지컬 넘버에 도전해보는 건 어떤가요?
글, 그래픽|안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