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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쓴소리 '가난 코스프레'…위선적인 셀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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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왼쪽부터), 장기하, 이상민 / 사진=텐아시아DB

부자들이 가난을 탐하고 있다. 모순적인 이 문장은 적어도 연예계에선 통용된다. 가난을 스펙 삼는 부자들. 셀링포인트로 잡은 '가난 스펙'은 공감대는 커녕 서민에게 박탈감만 남긴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에 나오는 구절. 1975년에 쓴 소설이지만 47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연예인은 가난을 탐낸다. 부와 명예를 쌓기 위한 목적이고, 방송을 위한 콘셉트다.


이들은 숨만 쉬어도 돈이 샌다며 한숨을 쉬고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찬물로 머리를 감거나 좁은 작업실에 사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차마 숨기지 못한 고급 샴푸나 고가의 물건들로 '꾸며낸 가난'임을 쉽게 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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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방송에 몸담은 베테랑 유재석은 위선적인 '~한 척'이 지탄의 대상임을 안다. 지난 1일 '놀면 뭐하니?'에서 이이경이 "일이 뭐가 힘듭니까 가난이 힘들지"라고 강조하자 "(그런 말)하지마. 아버지가 L사 사장이셨잖아. 너 집이 굉장히 부유한 걸로 이미 다 알고 있는데"라면서 사실과 다른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유재석에 지적에 이이경도 멋쩍은지 웃으며 "아버지와 내 인생은 다르다"라고 말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 이이경의 말엔 의도가 없었다. 데뷔부터 아버지가 LG화학 사장임을 밝혔으니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유재석의 걱정에 나온 반응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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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팔고자 하는 연예인은 많았다.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나 혼자 산다'에서 곰팡이 핀 반지하 연습실, 상가 화장실에서의 찬물 샤워, 2G폰을 쓰는 일상을 보여줬다. 이 모습으로 잔나비는 자수성가형 밴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가 쓴 샴푸가 프랑스제 고가의 샴푸인데다 최종훈의 집이 부유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최정훈의 아버지가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사업권을 불법으로 따내 부당이익을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정훈은 아버지의 사업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그가 '나혼자 산다'에서 꾸며낸 '가난 코스프레'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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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장판' 감성의 노래로 불리며 자취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가사를 썼던 장기하. '싸구려커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는 "생활 속에서 나온 가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노래가 뜬 뒤에야 "서울 출신이기 때문에 학교도 집에서 다녔고 자취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재벌은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고 밝혀 배신감을 줬다.


래퍼 마이크로닷도 방송에 자주 출연해 어린 시절 가난해 수제비만 먹고 살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닷은 '훔친 (금)수저'. 가난했다던 그는 사실 부모가 사기 친 돈으로 외국에서 호의호식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거액의 사기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원더걸스 츨신의 예은(핫펠트)도 난방비만 40만 원이 나오는 럭셔리 하우스에 살며 "돈이 다 집에 묶여 있어 저축할 돈이 없다. 내가 쓸 돈이 없다"며 궁핍한 삶을 토로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가난처럼 빚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상민도 방송마다 채무 이야기를 하면서 명품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나와 '빚쟁이 코스프레'로 비난을 받았다. 빚이 아직 남아있다면서도 고가의 의류를 착용하는 건 모순이었기 때문.


수만명에 달하는 연예인 가운데 매체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이들이 수천만원대 출연료를 받고 가난을 스펙 삼아 방송할 때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진짜 궁핍에 절벽에 몰려있다.


어떤 이유로든 가난은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청년의 이미지 마저 기만적으로 훔쳐간다면 기댈 곳 없이 노력만 하는 자들의 설 곳은 연예계에 없기에.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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