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파트너입니다”...최상주 ‘성접대·불법자금 의혹’ 보도에 자진사퇴
KBS ‘시사기획 창’ 갈무리 |
KBS ‘시사기획 창’은 28일 최상주 KMH아경그룹 회장이 아시아경제 자금을 불법 취득하고 관련 중개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의혹을 보도했다. 이날 최상주 회장은 아시아경제 회장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
아시아경제 사주인 최 회장은 방송 송출업을 하는 KMH라는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골프장 등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인이다. 방송에서 밝힌 최상주 회장의 비리 의혹은 한 제보자를 통해 포착됐다. 지난 1월 말, 자신을 인수·합병(M&A) 중개인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아시아경제 자금 수십억원이 최상주 회장 개인에게 흘러들어갔으며, 이러한 배임 혐의를 자신이 최 회장과 공모했다고 밝혔다.
비리 의혹은 ‘인텍디지털’이라는 셋톱박스 제조업체에서 시작된다. 2017년 최 회장은 인텍 주식 지분 83%를 자신이 대주주인 법인 KMH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개인 돈 10억원 정도를 투자한 최 회장과 KMH는 1년 뒤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중 58%를 넥스지의 자회사인 STB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150억원이고 최 회장은 67억원을 개인적으로 가져갔다. 10억원을 투자해 무려 570%의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KBS ‘시사기획 창’ 갈무리 |
이같은 투자수익의 이면에는 최상주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아시아경제 자금 150억원이 있었다. 아시아경제에서 나온 자금 150억원이 돌고 돌아 최상주와 KMH에 들어간 것이다.
취재진은 이 과정에서 인텍의 가치는 평가를 받기도 전에 가격이 미리 정해졌고 고의적으로 기업 가치가 부풀려진 정황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인텍디지털의 가치가 미리 250억으로 정해지면서, 그 중 58%의 지분을 매각한 최 회장은 13억원이 늘어난 67억원을, KMH는 17억원이 늘어난 83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STB의 모 기업인 넥스지의 전 대표는 “회계법인으로부터 평가 받기 전 계약서에는 (인텍디지털의 가치가) 250억이라고 찍힌다. 그 이후부터 평가가 시작된다. 기업에 대해서 이미 사전에 금액을 정해놓고 정한 금액에 거꾸로 끼워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에서는 최상주 회장이 M&A 과정에 참여한 중개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정황도 폭로했다. 이들이 여성을 동석해 만난 건 60여 차례이며 중개인이 여성을 소개한 자리는 31번이었다.
공개된 최 회장의 문자메세지에는 M&A 중개인에게 성접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있다. 둘의 문자메세지를 보면 중개인이 “직업 00 키 165 엉덩이 무지 큼. 노래 섹시하게 함. 얼굴별로 성격 쿨하고 좋음. 유부녀”라고 문자를 하자 최 회장은 “좋은데요. 내일 할까요”라고 답한다.
KBS ‘시사기획 창’ 갈무리 |
여성의 사진을 공유하며 평가하는 듯한 대화도 있었다. 최 회장이 “누구? 가슴 죽이네요”라고 하자 중개인이 “오늘 오는 회장님 파트너입니다. 직장 끝나고 6시 30분까지 온답니다”라고 답했다.
여성의 외모를 비하한 내용도 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2016년 4월 메시지에서 최 회장은 중개인에게 “어제 여자는 진짜 매력없어 뚱댕이고. 가슴 힙도 적고”라고 보냈다. 2017년 3월에는 중개인이 “2017년 3월 청담동 00번지 2층 김XX 맞습니다”라고 하자 최 회장이 “약 좀 있으면 주세요”라고 답한 것도 있었다.
M&A 중개인은 최 회장에게 여성을 소개하는 알선자를 6명 정도 뒀다고 밝혔다. 알선자들은 일반인부터 식당 사장, 예체능계 인사, 유흥업소 관계자 등으로 다양했다. 중개인은 “알선자에게는 얼마 정도 준다는 암시를 한다. 최 회장과 여자가 자고 나면 가격을 협상한다. 200이다, 300이다 적다 많다 싸우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최 회장을 접대한 20대 여성은 “식사를 하면서 선물 뭐 갖고 싶냐고 하셔서 ‘지갑 같은 걸 갖고 싶다’고 했더니 카드를 주시더라”고 말했다.
KBS ‘시사기획 창’ 갈무리 |
최상주 회장은 성접대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최 회장은 “2017년 말, 식당에서 일을 돕던 20대 여성이 상냥하게 서비스를 했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기특해 보여 선물 하나 사라고 카드를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무상 소개받은 여성과 사교성 만남 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중개인은 불발된 계약의 수수료를 받아내기 위해서 허위사실을 제보했고 나를 접대할 형편도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 이후 최 회장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최상주 회장은 28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입장문에서 “오늘부로 아시아경제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최근 M&A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는 제가 억울하다고 강변하기 이전에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아시아경제의 독립적인 미디어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이같이 결심했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