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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건의 오예]11년 달린 '런닝맨', 전력질주보단 페이스조절 필요한 때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런닝맨'의 11년 레이스

단거리 넘어 마라톤 시작

[텐아시아=정태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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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년을 맞은 '런닝맨'/ 사진=SBS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걷지 말고 뛰어라!' SBS '런닝맨'을 대표하는 이 슬로건은 지난 11년간의 발자취를 그대로 빼다박았다. 앞만 보고 뛰어다니던 '런닝맨'은 어느덧 현존하는 최장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됐다. 박진감 넘치는 단거리 경주 같았던 '런닝맨'의 뜀박질은 어느샌가 마라톤에 더 가까워졌다.


지난 11일 '런닝맨'은 2010년 7월 11일 첫 방송 이후 정확히 11주년을 맞았다. 총 563회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런닝맨'은 여전히 일요일 황금 시간대를 지키고 있다. 한때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었던 '1박 2일'이 세 편의 시즌으로 탈바꿈하는 동안 이들은 흔한 휴지기 한 번 겪지 않고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름표 떼기'를 비롯한 흥미진진한 게임과 각 멤버별로 배정된 캐릭터, 그들의 케미가 프로그램을 지탱해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거둔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런닝맨'은 중화권 및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태국, 베트남, 마카오 등 해외 특집에선 '런닝맨'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릴 정도로 높은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표 뜯기' 게임을 중심으로 파생된 다채로운 레이스가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쉽다는 게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그 덕에 톰 크루즈, 라이언 레이놀즈, 성룡 등 해외 스타들의 1순위 출연 프로그램이 됐고, '런닝맨'은 판권 수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해외판 역시 현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런닝맨' 중국판 '달려라 형제' 시리즈는 약 5년간 총 7개 시즌으로 제작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렇다고 '런닝맨'이 지난 11년간 탄탄대로만 달려온 건 아니다. 그동안 잦은 멤버 교체, 제작진의 이탈, 시간대 변경 등을 겪으며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SBS가 2016년 출연진 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멤버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 끝에 종영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제작진의 사과와 출연진의 용서로 일단락되며 가까스로 프로그램을 이어나갔지만, 이후에도 연출자가 계속 교체되며 들쑥날쑥했다. 최근에는 핵심 멤버였던 배우 이광수가 하차하면서 '런닝맨'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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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9주년 팬미팅 당시 멤버들 / 사진=텐아시아DB

이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제작진의 방안은 시청자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자세였다. '런닝맨'은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온 시청자들의 조언과 질책은 어느 기획안 못지 않았다. 특히 최보필 PD가 연출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청자 의견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11주년 방송에서도 지난주 토크 분량의 원본을 공개해달라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편집된 이야기들을 추가로 선보였다.


파격적인 변화도 있었다. '런닝맨' 특유의 몸을 쓰는 게임은 줄이고 이동 동선을 간소화했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한 회차를 '노가리 레이스'로 꾸며 토크 위주의 분량으로 채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제작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변화를 꾀한 전략이다.


게스트 의존도를 부쩍 줄이고 멤버간 케미에 집중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최근 방영된 10회차 중 게스트가 출연한 회차는 단 2회에 그친다. 매주 다른 게스트를 초대해 새로운 재미를 꾀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인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시청률 변화는 미미하지만 SBS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멤버별 하이라이트 영상을 재편집해 올리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런닝맨' 특유의 캐릭터와 관계성에서 만들어지는 명장면을 모은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지석진 말 끊는 유재석', '양세찬 게임', '이광수몰이' 등의 영상이 대표적이며 '광수 놀리는 재석'은 6탄까지 게재됐다. 최소 100만부터 14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런닝맨' 멤버들의 케미가 여전히 매력적이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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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년을 맞은 '런닝맨'/ 사진=SBS 캡처

유재석도 이같은 변화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그는 11주년 방송에서 "초반의 콘셉트와 현재 근간을 이루는 핵심은 비슷하나 많이 달라졌다"며 "초창기에는 이름표 떼기를 많이 했고 캐릭터쇼였다. 토크보다는 게임에 집중하고 게스트의 활약이 우선시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분들이 어디에 집중을 해서 재밌게 보시는지가 포인트다. 보시는 분들께서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게돼 있다"고 설명했다.


11년이라는 오랜 시간 레이스를 이어온 '런닝맨'은 많은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이름을 지켜나가고 있다. 방송 초반 흥미진진한 추격전과 치열한 심리전을 선보였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그렇기에 "재미 없어졌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매번 전력질주할 수는 없다. 페이스 조절 없이는 '웃음'이라는 목적지로 나아갈 수 없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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