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보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 5일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 방송화면 캡처.
지난 5일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새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 첫 회가 공개됐다. 흡인력 강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웹툰인 데다 시청률이 높았던 ‘백일의 낭군님’ 후속작이었기 때문에 ‘계룡선녀전’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베일을 벗은 ‘계룡선녀전’의 영상미는 수려했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계룡산의 절경과 선녀 선옥남 역을 맡은 문채원의 미모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그러나 원작의 실사화에 충실한 것만이 답은 아니다.
시트콤 형식을 차용한 ‘계룡선녀전’ 1회에서는 첫 회부터 독자들을 끌어당겼던 원작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 정교수 역을 맡은 윤현민의 연기는 주연으로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해 아쉬웠다. ‘남자 주연이 원작을 한 번 보기는 했는지 의문스럽다’라는 시청자들의 평이 나올 정도로 국어책을 읽는 것 같아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원작에서 까칠한 매력이 있었던 정교수와 다른 캐릭터로 표현하기를 원했다면 최소한 새로운 매력을 확실하게 부여했어야 했다.
오히려 조연들의 연기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선옥남의 딸이자 고양이 겸 호랑이인 점순이 역을 맡은 그룹 구구단의 강미나는 CG 처리된 동물의 털도 솜털이 돋은 듯 잘 어울렸다. 철 없고 귀여운 호랑이 연기도 매끄러웠다. 이원대학교에서 지독한 맛의 커피 트럭을 운영하는 ‘터주신’ 조봉대 캐릭터 자체가 된 듯한 안영미는 짧은 분량에도 1회의 재미를 톡톡히 담당했다. 반면 정 교수를 짝사랑하는 이함숙 교수를 맡은 전수진의 연기는 전작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거의 발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에서의 수더분한 이 교수를 사랑했던 팬들이라면 하이힐 신고 주렁주렁 귀걸이를 단 전수진의 이 교수 캐릭터에 실망할 법했다. 예뻐보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계룡선녀전’ 1회는 원작의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갔다. 정 교수와 김금(서지훈)이 우연히 선옥남이 바리스타로 있는 계룡산의 선녀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게 됐고, 선옥남은 정 교수를 699년 동안 환생을 기다린 서방님이 아닐까란 생각에 서울로 상경했다. 정 교수와 김금은 할머니(고두심)과 젊은 처녀(문채원)의 모습을 오가는 선옥남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김금은 비둘기를 불러들여 자신의 이불로 삼고 죽은 화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선옥남의 기묘함에 점점 연정을 느꼈다. 조봉대는 천상의 커피 맛을 불러낸 선옥남을 자신의 커피 트럭 바리스타로 채용했다.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이 원작과 거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계룡선녀전’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김윤철 감독이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던 대로 그가 느낀 원작의 깊이 있는 주제를 잘 드러내야 한다. 원작의 매력을 충실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