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대,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실리콘밸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서게 되었다.
중국 제조업과의 단절
트럼프는 중국에 4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애플 등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재앙과 같은 일이다. 정말 그것이 실행되어 애플의 아이폰 생산 비용이 폭등하여 수익이 적어진다면 애플은 애플 스토어를 닫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오히려 고용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요즘과 같은 시대에 자동화된 공장이 고용을 창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편으로 테슬라는 미국에 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쟁이 거의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가진 테슬라에 비해, 전 세계적 가격 경쟁의 압력이 엄청난 애플 등의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이민 정책
전 세계의 최고급 인재를 빨아들인 실리콘밸리는 명실공히 전 세계 기술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문화권, 하나의 민족만으로 구성되었다면 그러한 지위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지금도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고, 고급 인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모두 현재 중국인, 인도인, 한국인, 유럽인 등 외국인이 하고 있는 고급 전문직을 최대한 미국인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매년 1:3의 경쟁률로 점점 얻기 어려워지는 H-1B 비자는 더 얻기 어렵게 만들것이라고 한다. 결국 수많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실리콘밸리는 테크 산업의 세계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세한 스타트업들이 해외 인재를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질 것이다.
공유 경제
실리콘밸리는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지나 공유 경제 시대에 들어섰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끄는 이 시장은 그 회사들이 의료보험 등을 제공하지 않는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오바마케어 파기는 그들로 하여금 정규직을 잡지 않으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할 것이고, 그들은 정규직을 찾기 위해 우버 운전 기사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반면 개인 사업자들에게 유리해 질 전망인 세제 개편은 공유경제를 활성화할 여지도 가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축소
지금까지 전기자동차, 태양 에너지 가정 등은 정부로부터 30%정도의 보조금을 받아 왔다. 트럼프는 이를 10% 정도로 축소하겠다고 하였고 매장된 석유 등을 개발한다고 하였다. 일론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테슬라와 솔라시티 등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며, 이미 전기자동차로 전환한 중국에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다양성
실리콘밸리는 인종, 성적 지향, 성별에 의한 차별 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덕분에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의 인도인 CEO들, 커밍아웃 한 게이인 애플 CEO 등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왔다. 트럼프의 백인 위주의 인종차별, 성차별적 정책은 그들의 설 자리를 축소시킬 것이며,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능력만 있으면 피부색과 성별과 성적 지향에 상관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른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민주주의는 수학적, 계산적인 면도 있지만 지극히 인간적이다. 이 세상의 어느 다른 정치 체제도, 가난해진 중남부의 조용히 분노한 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극적으로 반영하지는 못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은 서부와 동부의 부를 옛 제조업 산업 지구인 중부에 나누어주는 정책이다. 이 한 문장만 놓고 보아도 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되는 것이 가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했던 제조업 산업 발전기를 그리워하여 그때의 마음가짐과 정책으로 돌아가자는 투표를 2012년에 한 것 처럼, 미국도 시카고를 중심으로 부유했던 중부에서 자동차, 철강, 농업을 지향하는 투표를 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실리콘밸리를 후퇴시킬 수 밖에 없으며,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실리콘밸리의 발전은 정부 정책의 도움 보다는 자유 방임에 기초하여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에 미국 정부가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않았고,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를 조성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느슨한 규제와 자율적인 투자, 그리고 이민의 나라라는 미국의 특성이 전 세계의 돈과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이 곳에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미국 시민권자를 가진 사람을 억지로 채용하게 하고, 외국인의 취업을 제한하며, 공장 위주의 제조업을 다시 심는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며 중국과도 연계되는 실리콘밸리의 선순환 구조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 경제의 두 중심 축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체제와 지향점이 중부, 남부 등 미국 다른 지역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로 인해 다소 무리한 주장인 캘리포니아 분리 독립론(Calexit)까지 나오는 등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기술 산업의 중심이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표어로 내걸어 온 곳이다. 그러한 기치의 실현은 단순히 기술을 넘어 정치의 영역과 맞닿게 된다. 경제적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분배를 결정을 담당하는 정치적 활동 또한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정의로운 분배를 위해 정당한 정치활동은 필수적이다.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부의 분배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미국인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요구이다.
이미 수년 전 부터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민법 정비를 위한 정치적인 활동을 해 왔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모든 다른 지도자들이 트럼프에 반대할 때, 벤처 캐피털리스트 피터 티엘(Peter Thiel)은 14억원에 이르는 125만 달러를 기부하여 트럼프 편에 섰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발탁되어 이제 실리콘밸리에 대한 정책 입안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치 같은 것 신경 안 쓰고 기술에 집중하던 실리콘밸리의 “정치력”이 처음으로 심판대에 올랐다.
참고 기사: 와이어드, 폭스비지니스, 뉴욕타임즈, 더 버지
이미지 출처: CNN
by. Will Hohyon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