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쉑쉑버거, 새로운 버거시대의 개막

웬만해선 먹기 힘든 #4

<웬만해선 먹기힘든>은 찾아가기 번거로워 자주 먹기 힘들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한 찬가다.

쉐이크쉑(일명 '쉑쉑') 버거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버거시대의 문을 열었다. 무더위에도 30분 이상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쉑쉑버거는 현재 한국에서 핫한 아이콘이다.

 

이 열기를 지켜보며 1988년 압구정동 맥도날드 1호점의 초창기가 오버랩됐다. 당시 햄버거의 대명사는 맥도날드였다. 미국 현지에서 먹어본 몇 안 되는 부잣집 친구들이 그건 진짜 맥도날드가 아니라고 할지언정, 다수가 미국을 안 가본 상황에서 여론을 꺾을 수 없었다. 맥도날드는 맥도날드였다. 지방에서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쌈짓돈을 들고 첫차를 탔다. 지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일이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맥도날드에 얽힌 추억들은 쉑쉑버거가 오기 전까지 한국 땅에 켜켜이 쌓였다.

 

그 추억의 바통을 28년이 지나 쉑쉑버거가 물려받았다. 누군가는 환율을 비교하며 그 버거는 아니라고 하고, 미국에서 이미 맛 본 누군가는 열렬히 이 버거를 환영했다. 삼복 더위의 강남역 매장 앞에는 현재 버거에 존재하는 모든 팬덤이 집중된 만큼 많은 사람이 몰렸다. 학원 가는 학생들이 땡땡이치고 줄을 서는가 하면, 직장인들은 외근을 빙자하고 가게로 향했다. 각종 쿠킹클래스를 비롯한 모임의 성지순례 1순위가 된 건 당연한 일이다. 발 빠른 맛집 앱은 배달까지 하니, 이 버거는 발 없는 말이 되어 전국을 누볐다.

 

쉑쉑버거는 기존의 수제버거와 다른 웰메이드 공산품스러운 맛이 있다. 수제라고 하면 내장을 파괴할만큼 쌓아올리거나, 치즈 스커트로 접시를 덮어야 주목을 받는 버거시장에서 이 아담한 버거가 과연 힘을 발휘할까 싶은데,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버거로써 제법 추진력 있는 맛을 낸다.

 

버거를 받아들면 매끈한 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규격화되면서도 촉촉함과 풍부한 탄수화물의 포만감을 동시에 가져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흔들릴 것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면서도 두툼한 패티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즙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시간이 지나도 곤죽이 되는 상황이 없다. 적어도 버거스럽게 모양새를 유지할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킨 셈이다.

 

쉑쉑버거는 패티의 힘이 주를 이루는 버거다. 직관적으로 맛있는 쿰쿰한 고기 냄새와 짭짤한 맛이 나는 밀도 높은 패티인데, 퍽퍽하지 않게 이 짙은 밀도를 유지한다. 든든한 패티가 받쳐주니 치즈가 마음껏 녹진하게 흘러내려도 좋고, 패티와 치즈의 무질서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토마토와 로메인이 쌓여 맛의 조화를 이룬다. 기본 버거인 쉑버거 외에 다른 버거들은 조금 더 나아간 맛이다. 스모크쉑은 매콤함으로 패티의 밀도를 분산시키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슈룸버거는 고기가 없는 빈자리를 치즈의 밀도로 영리하게 채운다. 전체적으로 모든 버거들이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버거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면서 최대의 맛을 낸다.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은 버거들을 보고 있자면 하얀 보자기에 놓인 앙증맞은 조형물스럽다. 세기를 넘어 날렵한 프렌치 프라이는 클링클 컷(줄무늬감자)이 되고, 버거는 조금 더 작아지고 두툼해졌다. 빠르고 먹기 최적화된 인스턴트식을 지나 조금 더 세련된 모습의 스트릿푸드로써 온 버거의 존재는 그간 생활방식의 변화만큼이나 환골탈태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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