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표사진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은 누가 촬영했을까?
어떤 사진은 너무 강렬해서 한참을 보게 만듭니다. 20대 초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당구를 억지로 치고 있는데 당구장에 걸린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층빌딩 공사 현장을 촬영한 사진인데 건설 노동자들이 H빔에 걸터앉아서 샌드위치와 도넛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해? 합성 사진인가? 그렇게 한 동안 안 보이던 이 사진은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 / 1932년 |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이라는 사진의 합성 여부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합성 사진이 아닌 1932년에 촬영한 사진이 맞습니다. 1932년 9월 20일 뉴욕시에 지어지는 RCA 빌딩(현재 30 록펠러 플라자) 69층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지상으로부터 260미터 떨어진 높이에서 11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태연하게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H빔 뒤로 막 대도시로 변모 중인 뉴욕 맨해튼과 맨해튼의 허파인 센트럴 파크가 보입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사진입니다. 동시에 이게 뭘 대수라는 듯이 평온하게 점심을 먹고 담배를 피우는 건설 노동자들의 강인함도 느껴집니다.
이 당시 사진들을 보면 기겁하게 만드는 사진들이 꽤 많습니다. 고층빌딩 꼭대기 난간에서 곡예를 하는 영상과 사진들이 꽤 많습니다. 상당히 위험스러운 행동들이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안전에 대한 개념이 약했습니다. 뭐 요즘도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고층빌딩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는 유튜버들이 많은 걸 보면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즐겨 만드는 사람들이 많네요.
위 사진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고 위험스러운 모습이지만 1930년 대 당시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들 저렇게 안전 장치도 없이 건설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도 최근에야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늘었지 한 세대 전만 해도 상당히 위험스러운 모습이 많았습니다.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이라는 사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로 수 많은 패러디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패러디가 되며 다른 유명인들을 H빔 위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인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은 누가 찍었을까요?
루이스 하인 사진 |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인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은 누가 찍었을까요? 이 사진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초기 대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루이스 하인'의 사진으로 알려졌습니다. '루이스 하인'은 뉴욕 고층빌딩 건설 현장에서 많은 기록 사진을 남겼습니다. 저 또한 '루이스 하인'의 사진으로 알았습니다.
찰스 C. 에베츠 (Charles C. Ebbets) 1905 ~ 1978 |
그러나 2003년 '루이스 하인'이 아닌 '찰스 C. 에버츠(Charles C. Ebbets)'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밝혀집니다. 먼저 이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은 기록 사진이나 다큐 사진이 아니고 홍보 목적으로 촬영한 상업 사진입니다. 록펠러 재단은 RCA 빌딩 공사 사진을 촬영해서 홍보용 사진으로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록펠러 재단은 해밀턴 라이트 주이너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했고 광고 대행사는 당시 잘 나가던 '찰스 C. 에버츠'와 William Leftwich, Thomas Kelley 사진가를 고용합니다.
3명은 69층에 올라간 후 H빔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3명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했기에 타임지는 촬영자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역사적인 사진 100장에서 이 사진의 사진가를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2명의 사진가와 달리 '찰스 C. 에버츠'는 록펠러 재단에 보낸 청구서가 있다는 점과 에버츠의 작업 스크랩 북에 뉴욕 헤롤드 트리뷴의 원본 기사가 담겨 있는 점 등등 에버츠가 자신의 사진임을 암시하는 증거들이 있어서 지금은 '찰스 C. 에버츠'가 촬영한 사진으로 알려졌습니다.
찰스 C. 에버츠는 8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에버츠는 조종사, 자동차 경주, 레슬링 선수, 사냥꾼 등 활동적인 사진을 담은 사진가로 유명했습니다. 위험한 곳에도 척척 올라가서 대담하고 과감한 포즈와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 명성을 익히 알던 광고 대행사와 록펠러 재단은 에버츠를 고용해서 홍보 사진 촬영을 부탁합니다.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톡 사진(상업 사진)으로 지금도 많은 곳에서 패러디되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이라는 사진은 2012년 아일랜드 다큐 감독인 'Sean o cualain'이 65분 짜리 다큐로 만듭니다. 이 다큐에서는 유리원판 원본을 소개하면서 11명의 노동자 중에 몇 명의 신원을 확인합니다.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남자 Matty O'Shaughnessy |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남자 Sonny Glynn |
11명의 노동자들 중 신분이 확인된 사람들은 유럽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입니다.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었던 Sonny Glynn는 슬로바키아에서 목수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당시 미국 이주민들의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은 이민 노동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이런 이민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겁니다.
RCA 빌딩. 찰스 C. 에베츠 1932년 |
참 위험스럽게 보이지만 동시에 위대해 보이는 노동자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