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들의 교육진상극 스카이 캐슬에 매료되다
대한민국은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없어서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자기변명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으로 인재를 키워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 목표였고 롤모델 국가는 이스라엘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유태인과 함께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똑똑한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머리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한국은 과도한 교육열로 나라가 부강해진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너무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에 대한 재미 대신 학업 스트레스로 불행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요. 전 한국인들이 쓰는 돈 중에서 사교육비와 국방비만 줄여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국방비야 당장 통일이 된다고 해도 바로 줄일 수 없지만 사교육비는 전두환 정권 때처럼 모든 사교육을 강제로 금지하면 줄일 수 있지만 사교육의 혜택으로 쉽게 엘리트가 된 엘리트층들이 결코 그런 일을 행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사라졌습니다. 누가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느냐에 따라서 대학 이름이 바뀌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출발 선상이 다른 것도 불공평한 세상의 이치를 그나마 공교육이 교정을 하고 그 차이를 줄이도록 도와주던 역할을 했는데 공교육이 무너진 현재의 한국에서는 사교육 버프를 잘 받은 강남의 갑부집 도련님 공주님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서울대 입학자 중에 강남권 출신의 학생이 늘어가고 지난 10년 사이에 6.1%가 올라서 무려 23.4%로 늘었습니다.
부의 대물림이 견고해지고 있는 요즘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가 JTBC의 <스카이캐슬>입니다.
SNS에서 난리입니다. 아니 요즘 모임에서나 사람들과 만나면 넌지시 말하는 드라마가 JTBC의 <스카이 캐슬>입니다. 그냥 선남선녀가 나와서 어울렁더울렁하는 유치빤스 로맨스물이였다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겠지만 <스카이 캐슬>은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교육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라서 꼭 봐야겠다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가 오늘 오후 푹TV에서 1.25배속으로 11회까지 봤습니다.
<스카이캐슬>의 시청률은 종편 드라마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11회 9.5%에서 어제는 16%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대박 드라마입니다.
상위 0.1%의 갑부들이 사는 부촌의 사교육을 소재로 한 살벌 잔혹 씁쓸 세미 다큐 드라마 <스카이캐슬>
제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부모 치고 자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부모가 없습니다. 너무 소중히 여겨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서 보답받기 위해 열정과 돈을 자식에게 엄청나게 투입합니다. 빚까지 내서 투입하죠. 이런 행동을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 새끼 입으로 들어가고 더 잘 나게 만들어주는 데 드는 돈을 아까워할 부모는 없습니다. 문제는 뭐든 과하면 문제죠. 과한 사교육을 통해서 자녀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주고 자신의 아바타로 생각해서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이루도록 채찍질합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교수와 의사와 같은 상류층들만 거주하는 스카이캐슬 단지에서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코디로부터 고액 과외를 받는 풍경을 담은 블랙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쉽게 말해서 큰 아파트 단지에서 학원 정보 및 입시 정보를 주고 받는 아주머니들 생태계를 담은 드라마로 아주 익숙하고 친숙한 생태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대형 아파트 단지 특히 수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엄마들끼리 교육 정보 커뮤니티가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가 비싼 것도 있죠. 솔직히 강남 아파트가 비싼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각종 인프라 특히 교통 인프라가 엄청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서울 지도를 펴 보면 강남구는 각 블럭마다 형형색색의 지하철이 지나다닙니다.
또 하나는 교육으로 강남 개발 할 때 인구 유인책으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명문 고등학교들을 강제로 강남으로 이주합니다. 교통과 교육 이 2개의 권력을 꽉 잡고 있는 곳이 강남입니다. 이 강남의 한 고급 빌라 단지를 배경으로 한 듯한 드라마가 <스카이캐슬>입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주남대 병원 의사들과 주남대 로스쿨 교수인 남편을 둔 아내들의 이야기가 주축입니다. 남편들의 병원내 권력투쟁을 그리기는 하지만 주된 이야기는 아내들이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4가족의 자녀들의 서울대 보내기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1회에서는 서울대에 입학한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명주(김정난 분)가 자살을 하는 충격적인 결말로 시작이 됩니다.
이명주가 떠난 후 왜 이명주가 자살을 했는 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명주의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 분)입니다. 김주영은 이명주의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 시킨 실력파로 이명주 아들을 기필코 서울대에 합격 시켜 놓고 맙니다. 김주영은 고객의 대학 합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입니다.
이명주 아들에게 부모님에게 복수하는 길은 서울대에 합격하는 길이라는 비도덕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이걸 한서진(염정아 분)이 알게 됩니다. 유명한 코디인 김주영에게 자신의 딸을 맡길 수 있어서 좋아했던 한서진은 이명주 아들이 태블릿PC에 쓴 일기를 통해서 김주영이 악독한 방법으로 서울대에 합격시킨 걸 알게 되고 코디 김주영의 뺨을 때리고 입시 코디를 중단합니다.
이 '스카이캐슬'에 한서진의 어린 시절 친구인 이수임(이태란 분)이 새롭게 입주합니다. 이수임은 철저하게 교육적이고 가장 어른다운 어른으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전교 탑 클래스 아들인 우주를 두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상류층 엄마들의 지독하고 비싼 고액 과외의 카르텔 속에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이수임과의 비교와 갈등을 보여줍니다.
스카이캐슬에 사는 모든 상류층 어른들이 권력과 자식 교육에 비싼 돈과 들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에 비해서 이수임과 함께 유일하게 제정신이 박힌 인물이 노승혜(윤세아 분)입니다. 이수임이 가장 맑은 사람이라면 노승혜는 적당히 맑고 적당히 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장 탁한 엄마로 한서진과 진지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사교육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배치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를 수 있게 배치했습니다. 실제 강남에 사는 부모라면 염정아가 연기하는 한서진의 행동 하나 하나에 공감을 할 것이며 사교육을 싫어하거나 자식의 행복이 우선이고 공부는 하고 싶으면 하는 식으로 방임형 부모라면 이태란이 연기하는 이수임 또는 노승혜를 응원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강남 공화국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스카이캐슬>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유명한 입시 코디인 김주영이라는 입시 마법사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식의 입신양명을 꿈꾸는 우리들의 추악한 욕망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교육이라는 욕망에 추악해 지는 지, 무엇을 위해서 자식의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지를 되돌아보게 함과 함께 강남 공화국이 어떻게 탄생하는 지 에 대한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 <스카이캐슬>의 인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입시 코디의 존재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강남에는 입시 코디가 존재하고 수십 억 하는 고액 과외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이 드라마를 세미 다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건조하고 습하고 어두운 면만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감초 연기를 하는 연기자들도 있고 간간히 코믹스러운 상황을 윤할유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육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이태란이 연기하는 이수임을 응원하고 공감하면서도 드라마가 끝나고 현실을 직시하면 한서진 식의 행동을 하는 우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이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대단합니다. 염정아와 김서형은 연말에 상을 한 개 이상 줘야 할 정도로 엄청난 열연을 하네요. 특히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인생 캐릭터를 만났습니다. 김서형의 서늘한 비웃음은 섬뜩하기만 합니다. 여기에 감초 연기력 좋은 조재윤과 기품있는 아줌마의 대명사인 윤세아의 연기도 참 좋습니다. 배우들 하나 하나의 연기가 좋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위적인 관계 엮기나 예측 가능한 상황 전개나 클리셰 등은 옥의 티네요.
또한, 대한민국 갑부들의 사교육의 현실을 정조준하지 못하고 자꾸 복수극으로 몰고가서 초반의 사교육을 소재로 한 드라마적인 재미를 흐트러 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재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공감이 많이 가는 좋은 드라마입니다. 영화 <돈의 맛>의 교육 버전이라고 할까요? 졸부들의 교육진상극 <스카이캐슬>입니다. 학력지상주의에 물든 한국을 매섭게 꼬집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