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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과메기

선을 보고 온 날 엄마는 “사람은한 번 봐서 모르는 거야”라며 다시 등을 떼밀었다. 내가 느끼는 첫인상은꽤 정확해. 두 번 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확신에 찬 나였는데 두 번째 맛본 과메기가 뒤통수를 때리네. “내가 바로 포항 구룡포 과메기라는 말씀, 다른 과메기랑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 청어의 눈을 꿰어 만든다는 관목(貫目)에서 이름이 유래한 과메기.

관목의 ‘목’이 포항 지방의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되어

‘관목’이 ‘관메기’로 변했는데 다시 ‘ㄴ ’이 탈락되어 ‘과메기’가 된 것이다. ”

게 눈 감추듯 해치운 포항 구룡포 과메기

“저는 지금 이곳의 내년 겨울을 몹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메기 계절이 끝나고 봄이 됐지만 지난겨울에 과메기 맛을 알게 됐거든요.”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과메기에 대한 감상이 저리 적혀 있다. 저 마음이 이제는 내 마음이다.

포항의 과메기가 엄청나게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주 오래전 처음 접한 과메기의 맛이 인상적이지 못한 탓에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구룡포 앞바 다에 과메기를 그림처럼 걸어두고 촬영을 하는데 과메기 전체에 퍼진 꼬들함과 윤기가 군침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생선 요리로 친다면 과메기의 장르는 무엇인가? 이 과메기를 맛보고 더욱 그 존재에 대해 깊디깊은 의문이 들었다. 굽지도 찌지도 않은 이 생선 요리는 쫄깃하고, 고소하고, 쫀득하고, 시쳇말로 ‘겉바속 촉’이라고나 할까?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줄임말이다.

“아니, 과메기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요? 이렇게 잘 먹는 거 처음 보네.”


동행한 포토그래퍼 실장님이 놀란 눈으로 기자를 쳐다본다. 누가 뺏어먹으러 오는 것도 아닌데 5마리나 되는 과메기가 입 안으로 몽땅 사라졌다. 과메기를 처음 맛본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경험이 적었기에 첫 과메기는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잘 마른 껍질이 혀에 닿으니 고소하고 쫄깃하다. 어금니로 두툼한 살을 잘근 씹으니 잘 익은 과일을 베어 문 듯 육즙이 퍼진다. 오묘한 맛의 향연에 젓가락을 놓지 못하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겨울 하면 과메기, 과메기 했던 거야. 그중에서도 포항 구룡포 과메기라고 찬사를 했던 거야. 이제야 이 맛을 알았으니 그간 나는 어른이 아닌 어른이(어른+어린이)였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 이래서 맛있는 거죠

포항에서 시작되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과메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동해에는 예로부터 청어잡이가 활발했다. 겨우내 잡힌 청어를 냉훈법으로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건조시킨 것이 바로 과메기로 청어과메기의 건조장은 농가 부엌의 살창이었다.


농촌에서는 밥을 지을 때 솔가 지를 많이 때는데 이 살창은 솔가지를 땔 때 연기가 빠져 나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적당한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살창으로 나가는 송엽 향까지 더해지며 진미가 되었으니 임금님에게 진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우연과 지혜가 만나 엮인 맛있는 과메기 이야기다. 지난 2017년부터 포항시는 지역 내 어획 및 가공되는 수산물의 안전먹거리 확보와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기준을 마련하여 전국 지자체 최초로 수산물 품질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인증받은 업체들의 우수 수산 식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출된다. 그중 한 곳인 포항시 우수수산물 품질인증협동조합(보성수산)의 장천수 조합장을 통해 포항 구룡포 과메기의 특징과 맛의 비법을 좀 더 자세히 들었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는 청어와 꽁치로 만들어집니다. 한때 청어의 어획량이 줄어들어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죠. 서리가 내리는 가을철에는 꽁치의 지방 함유량이 가장 높아집니다. 이맘때 어획한 꽁치를 48시간 냉풍 건조시켜요. 그냥 건조만 해서는 안 되고 속의 습기를 잘 빼야 맛이 들기 때문에 건조 후 일정 시간을 멈췄다가 다시 건조하기를 반복해야 하죠. 전통 방식에서 현대 방식으로 과메기를 만드는 방법은 변화했지만, 그 옛날 왕에게 진상할 정도의 우수한 맛과 품질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룡포에서는 지금도 바닷바람에 과메기를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체계 화된 과정을 거쳐 과메기를 만든다. 환경의 변화도 있고, 과메기가 대중화되면서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탓이다.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포항 구룡포 과메기는 꼬들꼬들하게 건조되어 최상의 맛을 내는데, 오늘날에는 전통 방식의 원리를 기술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정성까지 담아 구룡포 과메기의 명성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은 과메기 제철이다! 내년 겨울을 기다리지 말고 올겨울에 꼭 포항 구룡포 과메기를 맛보시길. 눈앞에 놓인 과메기는 잔가시를 발라내는 수고로움도 필요 없다. 생선 대가리와 지느러미, 등뼈를 손질하고, 3~4번의 세척과정을 거쳐 내장과 핏물까지도 확실히 제거해 소비자에게 찾아간다. 차가운 바람, 잠시 멈춤, 다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겉바속촉’이 되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맛을 봤으니 어른 됐다.

++ 맛있는 변신, 과메기 어디까지 먹어봤습니까?

과메기는 어린이 성장과 피부 미용에 좋은 DHA와 오메가3 지방산의 양이 원재료인 청어나 꽁치보다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도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매우 높은 과메기는 혈액 중 LDL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심근경색 방지 등 성인병 예방의 기능을 한다.


이렇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과메기는 그동안 마늘 편, 초고 추장, 배추, 깻잎에 싸 먹는 방법이잘 알려졌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과메기를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포항 구룡포 과메 기문화관에서 좀 더 특별한 과메기를 맛볼 수 있으니 주목하자.

과메기 치아바타

담백한 치아바타 빵에 로제소스, 초록 채소와 바질페스토, 잘게 썬 과메기의 궁합이 좋다.

어린이 손님마저 공략할 맛!

과메기 무쌈

고운 색깔에 식탁 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무쌈.

기존 무쌈에 과메기 하나만 추가했을 뿐인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 있기 없기.

과메기 꼬치구이

과메기가 채소와 잘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

채소, 마늘, 버섯, 과메기를 꼬치에 끼워 토치로 한 번 더 구우면 맛있음이 배가된다.

과메기 어묵

평범한 어묵은 가라.

밑반찬으로 과메기 어묵을 추천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어묵에 과메기가 들어가 씹는 맛과 풍미가 살아 있다.

과메기 볶음밥

평범한 듯 보이는 이 볶음밥한 숟가락을 뜨고 나면 곧 한 공기를 비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과메기의 재발견, 끝이 없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과메기의 체계적인 연구 및 품질 관리를 위한 과메기연구센터와 과메기 홍보관 및 문화관, 각종 체험시설을 갖춘 복합 해양문화관이다.


|9:00~18:00(월요일 휴무)|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117번길 28-8

|054-270-2861 |gmg.pohang.go.kr|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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