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빛내는 울주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 가이드
우리 한우불고기의 맛과 품질은 울주의 한우불고기특구인 언양과 봉계에서 제대로 지켜져 오고 있다. 그것도 두 가지 매력으로.
자료협조 울산광역시 울주군청 축수산과 축산유통팀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말장난 같을지 모르겠지만, ‘보르도 와인 맛’이 나기 때문이다. 보르도 와인은 이 ‘보르도 와인 맛’이 나도록 철저한 법과 규제 안에서 생산·관리된다. 생산방식이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맛이 유지된다. 물론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은 이러한 규격화된 방식을 깨고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다른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산된 와인은 더 이상 ‘보르도’라는 산지 레이블을 사용할 수 없다. 프랑스에 ‘보르도’ 와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양’과 ‘봉계’의 한우가 있다.
1000m 이상의 고봉들과 기름진 평야가 자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축산업이 발달한 울주의 언양과 봉계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우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979년부터 한우개량단지로 지정되어 체계적인 한우개량으로 소의 품질이 탁월해졌고, 현재 이곳 식당들은 3~4년 된 1등급 이상의 한우 암소만을 사용하고 있다.
울주군청 축수산과 축산유통팀이 이곳 특구를 관리하고 홍보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생산방식을 특별히 법규로 제정하지 않은 이유는 한때 생산방식이 관리가 되지 않아 내리막길을 걸었던 프랑스 와인과 달리 한우불고기는 규제하지 않아도 그 맛과 품질이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호불호가 다양하고 일반인이 품질을 가늠하기 어려운 와인과 달리 소고기란 것은 무릇 남녀노소 누구나 그 맛의 품평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친근한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언양과 봉계에서 선보이는 한우불고기는 조리하고 먹는 방식이 달라서 그 두 가지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소고기 애호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언양불고기
석쇠에 올려 참숯불에 구워 먹는 언양불고기는 언뜻 굽는 모습만 보면 떡갈비처럼 보이지만, 고 기를 다지지 않고 얇게 썰어 뭉쳐놓은 것이다. ‘언 양불고기를 먹으면 소 한 마리는 다 먹은 것’이라 고 표현할 만큼 등심과 갈빗살을 중심으로 귀한 부위들을 골고루 섞어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러면 너무 연하지도, 질기지도 않는 적당한 소고기의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채소와 자작한 양념국물이 있는 여느 불고기와 달리 언양불고기는 석쇠에 올려놓고 참숯불에 구워 내놓기 때문에 ‘언양석쇠불고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양념으로 맛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양념으로 고기 본연의 맛만 살리는 것이다. 집에서 주문해 팬에 볶아 먹으면 육즙이 우러나와 국물이 자 작하게 생기므로 언양불고기는,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서는, 언양의 전문 식당에서 석쇠에 구워 먹어야 할 터다. 집에 석쇠와 참숯까지 각 잡고 준비 해놓은 언양불고기 마니아라면 상관없겠지만.
봉계불고기
봉계불고기는 언양불고기와 즐기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석쇠를 활용해 굽는 것은 같지 만, 3년 동안 저장해서 간수를 뺀 왕소금을 뿌 려서 부위별로 따로 먹는 것이 봉계불고기다. 봉계불고기는 수석 애호가들이 봉계에 흑돌 을 채취하러 왔다가 지역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숯불에 구워 먹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됐 다고 한다. 양념을 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숯 향이 골고루 밴 고기에 소량의 왕소금을 쳐서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한우 자체의 맛을 즐기 는 불고기인 것이다. 식감이 좋고 감칠맛이 뛰 어난 부위인 낙엽살과 육즙이 좋아 달고 고소 한 등심, 갈빗살 등 소고기의 으뜸 부위를 즐 겨보자. 울주의 1등급 이상 한우가 아니면 절대 안 먹겠다는 까탈스러운 미식가의 세계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부디 소고기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적당히, 수입산으로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품질 좋은 우리 한우는 더 자주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