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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먼저 내려앉은 곳, 익산

봄비가 촉촉이 익산을 적신다. 땅속 깊이 잠든 백제의 찬란한 문화, 겨우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무들을 깨우는 반가운 빗방울이다. 그래서 3월은 푸르른 빛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익산을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백제의 찬란한 문화가 잠든 곳

백제의 찬란한 문화가 꽃을 피운 익산. 자고로 고대 국가의 수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네 가지 유적이 있다. 바로 왕궁, 왕릉, 사찰, 관방유적이 그것. 익산 왕궁리 유적은 왕이 머물며 행정을 살폈던 흔적으로 익산이 백제 말기의 경영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유적은 용화산에서 발원한 능선 끝자락의 낮은 구릉 위에 펼쳐져 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왕궁은 그 자체로 백제의 뛰어난 건축·토목 기술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백제 왕궁으로서는 처음으로 왕궁의 외곽 담장과 내부구조가 확인되어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된 백제왕궁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익산의 ‘1경’으로 꼽히는 미륵사지는 백제의 국력을 모은 국가적인 가람이었 다. 덕분에 백제의 건축·공예에서 최고의 기술이 발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 다.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는 모두 뛰어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백제역사 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었다.

힐링을 전하는 숲

내비게이션에 ‘아가페정원’을 입력하다 보면 한 번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분명 정확한 주소를 입력했는데도 ‘아가페노인 전문요양원’이 검색되기 때문. 제대로 입력한 것이 맞으니 의심할 필요는 없다.


아가페정원은 1970년 고(故)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 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며 문을 열었다.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연 것이 계기였다. 이후 2021년 이후 민간정원으로 시민들에게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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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내에 조성된 정원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메타세 쿼이아, 섬잣나무, 공작단풍 등 17종의 수목 1416그루가 너르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향나 무, 소나무, 오엽송이 이어지는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계절마다 피어나는 수선화, 튤립, 목련의 향을 마음껏 들이마셔 보자. 어느새 마음도 푸르게, 또 화사한 빛으로 반짝인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이라면 왕궁 포레스트로 향하자. 약 4300㎡의 아열대 식물원에 갤러리, 카페, 정원, 어린이 놀이터까지 사계절 화사한 숲을 거닐 수 있다.

감성 촉촉, 문화의 향기

초목이 우거져야만 숲이 아니다. 익산에는 5000개의 커다란 장독이 펼쳐진 ‘항아리의 숲’이 있다. 바로 ‘고스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관이다.


고스락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국산 원료만을 사용해 항아리에서 자연발효 숙성시킨 전통식품을 제조하는 곳. 고추장, 된장은 물론 천연식초와 청국장 등 조상님들의 지혜가 깃든 각종 발효식품을 만날수 있다. 항아리를 따라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구수한 장의 향기가 은은 하게 실려오는 듯하다. ‘향토적인 먹을거리나 토종의 동식물이 건강과 환경에 좋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정신이 함께 발효되는 현장이다.

색다른 감성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폐역인 춘포역으로 향하자.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춘포면에서 수탈한 쌀을 군산항으로 나르던 아픈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인근에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구 일본인 가옥, 대장도정공장 등이 있다.

EDITOR 김은아  PHOTO 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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