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달항아리처럼, 고흥 - SRT매거진
우주가 생겨날 때 수축과 팽창을 했다지. 사람도 그렇구나. 수많은 생각은 팽창하고,
때로 마음은 수축되며 우주처럼 무한해져. 우주라는 원대한 포부를 끌어안고 있음에도 한없이 크고 고요한 고흥은 마치 달항아리 같아.
국립청소년우주센터 |
신화와 진화를 대립선에 놓고 보면 우주는 확실히 진화의 영역에 더 가깝다. 진화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인간의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으로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저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기에 이르지 않았는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
고흥에서 우주로 갑니다
지구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는 없는 것 같다. 인간이 마음먹고 지금까지 못한 일은 무엇인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러시아가 기술력을 다 공개하든 말든 우리는 2013년 끝내 나로호(KSLV-I) 발사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를 쏘아 올린 특별한 장소는 전남 고흥이다. 고흥반도 남쪽, 나로도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건립되었고, 나로호의 이름도 바탕이 되는 나로도에서 가져왔다. 이후 우주 전진 기지가 속속 들어선 고흥은 오늘날 대한민국 우주산업 메카로 불리며, 향후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를 목표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우주발사전망대 |
고흥은 마치 달항아리 같다. 우주라는 원대한 포부를 끌어안고 있음에도 한없이 크고 고요하다. 고흥반도 남쪽의 나로도는 동일면에 속한 내나로도와 봉래면의 외나로도로 이뤄진 섬이다. 아니 이제는 육지라고 해야 옳겠다. 나로대교가 놓이며 육지와 연결된 두 섬은 쉽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9년 6월 11일 외나로도 하반로 508에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되며 고흥은 한바탕 태풍이 지나간 듯 떠들썩했다.
역전 성공신화를 다짐하듯 1·2 차 발사 실패를 거울 삼아 2013년 1월30일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을 이룬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 자국 땅에서 자국의 힘으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나로호와 누리호 발사로만 고흥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백과사전 속 우주의 신비에 매료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성세대에게도, 우주가 미래인 청소년들에게도 고흥은 지적 호기심을 사유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늘 오픈되어 있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로비 |
내나로도의 국립청소년우주센터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일까? 국립청소년우주센터의 주요 시설이 집합된 체험활동관은 거대한 구의 모양을 하고 있다. 로비에는 밝고 경쾌한 몸짓으로 피아노를 치는 학생들과 자유로운 복장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부지런히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보적인 우주과학 분야 특성화 체험활동 기관인 국립청소년우주센터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더 알고 싶은 건 우주라는 분야도 마찬가지.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우주에 대한 창의성과 감성을 고루 키운다. 주요 시설은 본관, 생활관, 천체투영관, 천문대, 야외활동 시설로 청소년들은 예약 프로그램에 따라 숙박공간인 생활관에서 지내며 우주과학을 주제로 한 실험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주요 체험시설 중 하나인 S.O.S.(Science On a Sphere) |
무중력 상태의 문워크, 다축회전 적응훈련장비, 비행조종 시뮬레이터 등 우주인 훈련 체험장비를 직접 조작하고 탑승하며 우주 환경을 이해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암기 과목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주요 체험시설 중 하나인 S.O.S.(Science On a Sphere)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해양대기청(NOAA) 위성의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지구 표면, 태양, 목성, 달 등 태양계 천체를 지름 1.73m의 구형 스크린에 투사한다. 네모의 틀 속에서만 보았던 우주가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우니 스물도 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는 얼마나 깊이 와 닿을지 짜릿한 전율이 일어난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는 적극적인 탐구와 과학의 참 의미를 깨닫는 배움의 장으로서 참여를 원하는 청소년과 가족, 학교, 단체 등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예약 없이 당일 입장이 되지 않으니 방문 전 홈페이지에 들러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자.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야외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실물크기의 로켓모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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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오는 5월 예정인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으로 출발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야외전시장의 나로호. 로켓광장에는 1·2단형 고체추진 로켓, 액체추진로켓인 과학로켓 3호(KSR-Ⅲ) 등의 로켓 모형을 실물 크기로 전시해 남녀노소 인증 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6월 나로우주센터 준공과 더불어 9월 정식 개관한 우주과학관은 우주에 관한 표면적인 지식을 쌓고, 나아가 우주산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 KSR-Ⅲ의 실물 |
중심 공간이 되는 상설전시관은 로켓·인공위성·우주탐사·달 탐사 등의 테마로 우주과학의 원리를 탐구한다. 탑재부와 추진부로 나뉘는 우주발사체의 내부구조부터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해 지난 2002년 발사에 성공한 KSR-Ⅲ의 실제 부품도 전시물로 만난다.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신체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우주인에게 주어진 특별한 임무와 실제와 같이 재현한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까지 흥미롭기 그지없다.
2층으로 발길을 돌리면 천장에 장식한 ‘호버만의 구’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작은 구의 모습이었다가 점점 팽창하고, 급격히 수축하는 조형물은 우주 탄생의 신비를 담은 작품. 지정된 곳에 서 있으면 자동으로 작동되는데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작은 우주를 보는 듯 역동적이고 신비롭다. 다가오는 5월 나로호에 이어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우주로 가는 카운트다운을 헤아리는 기쁨은 해맞이와는 또 다른 벅참으로 다가올 듯하다.
팔영산 서쪽 자락에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
팽창된 머리를 식힙니다
편백나무들 사이로 기다린 벤치가 놓여 있다. 그 위에 누워 올려다보니 비로소 편백나무의 꼭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가리는 빽빽하고 짙은 잎들.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고 한차례 바람이 숲을 스치고 간다. 산림치유란 이처럼 사소한 행동에서도 전해지는 듯하다.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팽창된 생각들이 사그라지고,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풀어지니 말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팔영산 서쪽 자락에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이 자리한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한 자연 속 쉼터로 416ha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편백나무 숲을 온몸으로 담을 수 있도록 노르딕워킹 코스부터 테라피센터, 명상 오두막, 전망 덱 등의 공간을 두루 이용할 수 있다.
미르마루길의 용바위 |
치유의 숲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는 미르마루길이 펼쳐진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우주발사전망대, 남열마을, 미르전망대, 용암마을을 따라 1시간 정도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나로우주센터는 해상으로 17km 직선 거리에 위치한다. 누리호 3차 발사를 두고 역사적인 장면을 마주하기 위한 사람들로 전망대는 더욱 뜨거워질지도 모르겠다.
우주발사전망대를 기준으로 왼쪽 편에는 고흥 8경 중 6경을 자랑하는 용바위가 자리한다.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 용바위는 가히 절경이다. 용암이 분출하며 생겨난 바위산은 높이 약 120m로 돌개구멍과 주상절리, 기이한 모양의 암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절벽 한가운데 계단식으로 생겨난 암벽은 거대한 용이 바위산을 훑으며 하늘로 올라간 흔적이라고. 우주를 논하는 고흥에 용의 전설이 새겨져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녹동항의 일몰 |
하루에 다 담기엔 시간이 부족한 고흥, 특히나 근사한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대표 스폿도 한참 떨어져 있어 여행객에게는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다. 먼저 소개할 곳은 고흥반도 남서쪽에 자리한 녹동항이다.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항구 인근에는 먹을거리도 넘쳐나 여행지로서 빼놓을 수 없기도 하다.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남해 중서부의 녹동항은 인근의 소록도·거금도·거문도·백도·제주도를 오가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이자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이 모이는 집산지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에는 인공섬인 녹동 바다정원이 조성되었다. 둘레 251m의 정원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바다 위 쉼터이자 일몰 무렵에는 소록대교를 배경으로 환상의 일몰 풍경이 펼쳐진다.
중산일몰전망대의 일몰 |
녹동항과 더불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일몰 스폿이 있다. 중산일몰전망대!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 일출을 마주했다면 그 대미를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맞아도 좋을 것이다. 드넓은 갯벌로 떨어지는 낙조는 녹동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양면 77번 국도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는 너른 주차장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찾아가기도 쉬울뿐더러 워낙 입소문이 난 곳이라 일몰 한두 시간 전부터 출사객들이 분주하다. 이제 별과 달이 떠오르는 밤, 고흥에서 우주까지 멀고 먼 여정을 위해 짐을 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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