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다른 부산
부산이니까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되리
우리는 본능적으로 결핍된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존재들이 아닐까? 그대에게 필요한 그 무엇이든 이 도시에서라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너와 나의 다른 취향을 더없이 존중해주는 부산이니까.
PART 1 : 2시간 만에 부산 맛보기 - 시티투어버스 타고 부산 항해
친구야, 너 없이 떠난 부산 이야기를 들려줄게
2009년 여름, 단짝 친구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고 목적지는 부산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꽤나 먼 부산에 왔다는 자체로 우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10년 후 여름, 아기 엄마가 된친구를 두고 부산에 왔다. ‘친구야. 내가 본 부산을 너에게 그림책 읽듯 들려줄게. 잘 들어봐.’ 독자분들도 함께 들어야 하니 반말은 생략한다.
(좌)광안리 내 마음에 저장 (우)하늘까지 맑았던 행운의 날 |
10년 세월 동안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취향존중. 이 말이 유행되기 전에는 개성으로 대변되던 말.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크게 존중하지 않았던 사회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취향에 존중까지 붙였을까. 부산은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취향존중이 가능한 도시다. ‘친구야. 너는 어떤 취향이니? 네가 아기 엄마가 되면서 혹시나 너의 고유한 취향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늘 내가 이야기할 때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였지.’ 내 말을 늘 귀담아들어준 네게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부산을 항해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좌)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본 신감만부두 (우)시티투어버스 타고 부산 항해 고고 |
31가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게에 가면 작은 스푼에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해주지 않던가. 새로운 아이 스크림이나 혹은 평소 도전해보지 않았던 맛을 알고 싶을 때꺼내 쓸 수 있는 스푼. 부산을 잘 모르거나 부산의 이곳저곳을 맛보는 데 ‘시티투어버스’는 맛보기 스푼이랄까, 참 좋은 수단이 된다. 부산역을 빠져나오면 바로 앞에 2층 시티투어 버스가 보인다. 야경버스는 예약이 필수지만 낮 시간에는 운전기사분께 바로 탑승권을 구매할 수 있다. 열차를 타고 온덕에 2000원 할인까지 받았다. 부산역에서 해운대 코스로 이어지는 레드라인 버스에 올랐다.
(좌)바다를 옆에 끼고 나아갑니다 (중)여기는 마린시티 (우)하늘과 바다 사이 나, 나, 나 |
가장 많은 코스를 돌아볼 수 있는 레드라인은 총 2시간이 걸린다. 각 코스를 지날 때마다 안내방송으로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해는 쨍쨍하고 하늘은 푸르디푸른 오후 1시. 뚜껑 없는 맨 뒷자리에 앉은 여자의 머리가 휘날린다.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에 탄 것처럼 촉촉하고 억세진 머리카락이 뺨을 때린다. 타타타. 하릴없이 뺨을 맞는 게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바다와 하늘 사이 2층 버스가 달린다. 부산항대교는 롤러코스터 같다. 짜릿하고 생생하니 나는 살아 있네!
EDITOR’S PICK
- 레드·그린·옐로·블루 라인 중 가장 많은 코스를 돌아보는 레드라인 탑승!
- 부산역 > 부산항대교(경유) > 유엔기념공원 > 부산박물관 > 용호만유람선터미널 > 광안리해수욕장 > 아르피나 > 마린시티 > 동백섬 > 해운대해수욕장 > 센텀시티 > 영화의전당 > 시립미술관(벡스코) > 광안대교(경유) > 평화공원 > 부산항대교(경유) > 광복로
PART 2 : 취향존중, 다양한 매력의 부산 맛보기 - 골목, 시장, 쇼핑, 맛, 문화, 자연, 일상까지
CHAPTER1 : MARKET-SHOPS-HOPPING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 > 남포, 국제시장 > 서면, 지하상가)
부산은 세계의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도시다.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는 부산에서 세계, 세계에서 부산으로 가는 여행객들의 걸음이 분주하다. 만약 짧은 시간 부산에 머문다면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부산한 바퀴를. 좀 더 여유를 둔다면 쇼핑, 체험, 문화, 맛까지 부산을 파고들어보자.
(좌)이충무공 동상이 늠름히 서 있는 용두산공원 (우)용두산공원의 인기 포토 스폿 |
이번 부산여행을 하면서 제일 오래 머문 곳은 아마 국제시장일 것이다. 허기진 배를 채울 겸 국제시장의 양산집에 들렀다.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인데 재료가 소진된 덕에 잠깐 문을 닫는 시간에 걸리고 말았다. 기자에게 기다림은 사치. 가까운 곳의 용두산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10년 전태종대를 걸어 올랐을 때처럼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용두산공원 부산 타워 아래 전에 없던 이색공간이 생겼다. 지난 7월 문을 연 한복체험관이다. 한복과 부산타워, 해 지는 저녁, 바다가 묘하게 어울린다.
용두산공원 한복체험관 ‘아담’ |
한복체험을 하면 머리부터 옷맵시까지 알뜰한 솜씨로 매만져준다. 덧붙여 부산 아가씨인 직원이 참 싹싹하다. 부산을 거닐며 느낀 점 중에 여유와 친절이 있다. 기자가 만난 혹은 스친 부산 시민들은 모두 여유롭고 친절했다. 그중 컬처 쇼크를 지하철에서 경험했다. 자리 하나를 두고 양쪽 문에서 할머니두 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셨는데, 그 어떤 얼굴 붉힘도 없이 서로 자리를 양보하신다. 이런 배려는 광안리의 바다가 넓고 푸르기 때문일까? 국제 시장의 옷들이 예뻐서일까? 양산집의 돼지국밥이 맛있어서일까? 일과 일상의 경계가 확실해서일까? ‘할머니가 되어서도 저렇게 자리를 양보할 수있는 미덕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지’ 부산에서 착한 다짐을 했다.
(좌)광복동 패션거리 (중)시장에 가면 옷도 있고 (우)매력 넘치는 국제시장 |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의 입구는 분리되어 있지만, 일단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별다른 경계 없이 서로 다 이어진다. 이번 여정에서는 쇼핑도 실컷 했는데 시장에서는 하나에 천원 하는 옷들을 쌓아놓고 팔기도 하고, 빈티지만을 취급하는 매장도 엄청나게 많다.
이런 예쁜 곳을 나만 알 수는 없지. 독특한 디자인에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이 많아서 여러 벌의 옷을 눈으로 보고 몇 벌은 입어봤다. ‘역시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해.’ 국제시 장에서 자신의 몸에 딱 맞는 빈티지 옷을 구매한 사람은 럭키! 기쁨도 두배다. 기자가 산 옷 중에 하나는
CHAPTER2 : CULTURE TASTE (수영구, F1963 > 남천동, 빵천동)
챕터 2는 눈과 입이 즐거운 여정이랄까. 부산역에서 출발한다면 F1963 먼저, 해운대에서 출발한다면 남천동, 이른바 ‘빵천동’이 좀 더가깝다. 두 곳 모두 수영구에 속해 있다. 참고로 대중교통으로 부산을 여행할 때는 지하철 1일 승차권을 끊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루에몇 번을 환승해도 5000원으로 자유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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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커피, 빵이 주는 낭만과 설렘 : @F1963] 부산지하철 3호선 망미역 2번 출구에서 F1963은 1.1km 거리다. 조금 걷더라도 이 공간이 주는 매력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F1963은 하늘색 우유갑처럼 보인다. 2017년쯤 이곳을 방문했을 때처럼 책과 커피로 인한 낭만과 설렘은 여전하다. 1963년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재탄생한 F1963은 서점, 갤러리, 카페, 온실등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볼 곳은 빵천동! 장인정신을 가진 베이커의 빵집이 남천동 여기저기 보물섬처럼 자리해서 남천동을 빵천동이라고 부른다. 기자는 빵덕후까지는 못되는지 원래 마음먹었던 곳보다 적은 세 곳을 들렀다. 그럼에도 해피해피 브레드!
시엘로 김효근 제과기능장 |
[빵천동에서 빵빵한 날 : @시엘로] “여기 빵이 제일 맛있어요. 속이 좋으면 이것저것다 살 텐데.” 시엘로의 김효근 사장님께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묻고 있을 때 마침 빵을 사러 온 주민이 건넨 말이다. 늘조리실에서 빵 굽는 일에 매진하던 사장님은 이날 홀에서 처음 마주한 분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시엘로는 홍국쌀로 만든 팥빵, 식빵이 특히 유명하다.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이기도 한 김효근 사장님은 건강에도 좋으면서 맛까지 있는 빵을 만들고 싶어 홍국쌀을 사용한다. 식빵에 들어가는 호두 한 알까지 직접 굽고, 팥소도 정성으로 만들어낸다. 멀리서 온 기자에게 시엘로는 예쁜 소품 숍, 사고 싶은 것 천지인 편집 숍 같기도 하다. 손님의 말처럼 다 맛보고 싶은 그런 빵이 가득이다. (위치: 부산 수영구 남천동로 1, 전화: 051-913-0085)
김영표과자점 |
[@김영표과자점] 물어보지 않아도 김영표과자점의 시그니처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꽈배기! 시중의 꽈배기 두 개를 붙여놓은 듯한 기다란 꽈배기는 기름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위치: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95, 전화: 051-623-1188)
메트로아티정 |
[@메트로아티정] 프랑스 빵을 주력으로 한다. 바게트와 다쿠아즈, 칸레(카눌레), 아멍딘 등등. 블랙·그린·브라운의 조화가 아름다운 메트로아티정에서 여러 빵순이들도 마주쳤다. (위치: 부산 수영구 남천동로22번길 21, 전화: 070-8829-0513)
CHAPTER3 : REFRESH-LIFE (해운대, 동백섬> 달맞이길, 문탠로드)
동백섬의 황옥공주 인어상 |
[잊지 못할 순간, 순간] 따뜻하고 소박한 골목,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던 산 아래 검은 고양이, 맨발로 걸었던 젖은 숲길의 문탠로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거야.
누리마루 APEC 하우스와 등대전망대를 지나 동백섬의 나무로 된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해안가에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떠오른다. 꽃 피는 동백섬도 좋겠지만 한여름의 푸른 섬도 좋아라. 파도와 햇살에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어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릇 생명 있는 것이 든, 없는 것이든 마음을 주면 소중한 법.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남긴 시구절에서 부산에서의 날들을 헤아린다.
(좌)동백섬 뷰포인트 (중)해운대까지 이어지는 동백섬 해안 산책로를 따라서 (우)달맞이길 해월정 오르는 길에 마주한 조형물 |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 _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 중
은빛 물결 출렁대던 마천루 사이에 운무가 낀 모습은 어떤 도시에서도 본 적이 없었지. 따뜻하고 소박한 골목,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던 산아래 검은 고양이, 달맞이길 문탠로드가 궁금해 내려갔다가 잠시 숲에 갇히기도 했지. 불편한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젖은 숲길을 걸어 올라온 것도 오래 기억에 남을 거야.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본다는데, 나는 무한의 모래 사장과 거대한 숲속에 있었다.
달맞이길, 문탠로드
시티투어버스 안내 방송에서 달맞이길 문탠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낮에는 햇살을, 밤에는 달빛을 맞이할 수있는 아름다운 길이라니 궁금했다. 달맞이길관광안내소 직원분이 지도를 펼쳐 보이며 가리킨 문탠로드는 2.2km에 이르는 거대한 숲 세상이었다. ‘알렉산더’ 이름이 크게 써진 레스토랑 맞은편에 입구가 있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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