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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의 사심록(錄)]'기생충', 韓영화 역사? 아카데미의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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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기생충'이 역사를 썼다"(버라이어티) " '기생충'이 SAG상을 수상하며 외국어영화로서 중요한 문을 열어젖혔다"(CNN) " '기생충'이 역사적인 SAG상을 받으며 오스카 가능성을 드높였다"(로이터) " '기생충'이 SAG 시상식에서 큰 건을 했다"(타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배우조합(SAG) 앙상블상 수상 소식을 전한 주요 외신들의 헤드라인입니다. 이들은 '역사적'(historic)이란 표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적확한 표현일 겁니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는 이제 한국영화의 역사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기생충'을 두고 이 야단이 난건 SAG(Screen Actors Guild,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19일(한국시간 2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쉬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제 26회 SAG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최고상인 앙상블 연기상(Outstanding Performance by a Cast in a Motion Picture)을 수상한 겁니다.


한국에서는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 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이 상의 권위는 할리우드에서도 상당합니다. SAG는 할리우드의 영화 배우와 TV 배우, 성우와 스턴트 배우를 모두 포함하는 미국의 배우 노조입니다. 당연히 세계 최고 규모고요, 이들이 주최하는 SAG 시상식은 오로지 배우, 그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춘 시상식입니다. 배우들이 인정하는 연기상이라니, 그 의미도 상당한 데다 전문적이면서 또한 대중적이기도 한 시상식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전체 캐스트에게 주어지는 앙상블상은 SAG 최고의 영예입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은 물론이고 조여정 장혜진 박명훈 정지소 정현준 10명 모두에게 트로피가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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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호를 반영하듯 비(非)영어 영화에게는 장벽이 상당해, 지난 25회까지 영어 영화가 아니면서 SAG 앙상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단 한 편뿐이었습니다. 1999년 제5회 시상식 후보였으나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로베르토 베니니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그후로 20년간 아시아영화는 물론이고 어느 외국어영화도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 자리에 '기생충'이 오른 겁니다. 심지어 첫 수상이라는 기쁨까지 받았죠. 개별 연기상 후보는 불발됐음에도 전체 출연진이 앙상블상을 받은 건 '풀 몬티',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블랙 팬서' 이후 역대 4번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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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첫 공개 때부터 뛰어난 작품성과 연출력, 이야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 작품입니다. 쫄깃한 재미도 대중영화로서 톱클래스인 데다, 배우들의 연기도 두말 할 것이 없지요. 한국에서만 1000만의 관객이 이미 확인했듯, 백수 가족이 정체를 감추고 부잣집에 단체 위장취업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리드미컬한 장르의 변주와 함께 그려보인 '기생충'은 배우들의 찰떡같은 합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요. 상대적으로 연기상 부문에서는 수상이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결과가 나온 골든글로브나 후보가 발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개별 배우의 노미네이트가 다 불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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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보기엔 영화 변방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진짜배기 메이드 인 코리아 영화. 그것도 모두가 한국어로 연기를 펼친 동양인인데다 한 사람의 연기가 극을 압도하는 작품이 아니다보니 그런가보다 싶습니다. 뭣보다 올해 연기상 후보군이 워낙 쟁쟁하기도 하고요. 언감생심이라지만, 혹시 송강호가 오르지 않을까 고대했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5인 후보가 톰 행크스, 안소니 홉킨스, 알 파치노, 조 페시 그리고 브래드 피트라니요.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매번 이렇지 않다고요.


SAG 앙상블상은 이런 아쉬움을 일순에 날려버린 듯한 기쁨이자 영예입니다. '기생충'의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 우리 배우들을 향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진심어린 반응은 수상 결과와는 또 다른 흐뭇한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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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앙상블상 수상에 앞서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소개하러 '기생충'의 배우들-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이 무대 위로 걸어나오자 시상식의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친 겁니다. 상 받으러 나온 게 아니라 소개 하러 나올 때요. '기생충'과 그 배우들에 대한 애정과 리스펙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순간! 다섯 배우가 환하게 웃음짓는 사이 객석의 봉준호 감독은 스마트폰으로 이 뜻깊은 순간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태평양 건너에서 인터넷을 통해 현장을 지켜보던 한국의 영화담당 기자뿐 아니라 수년째 SAG를 다뤄 온 현지에서도 놀라운 모습이었나 봅니다. SNS를 통해 "'기생충' 출연진이 기립박수 받는 거 봤느냐"는 글이 이어졌고, '기생충'의 수상소식에 앞서 기립박수 소식이 먼저 할리우드발 외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리포터도 '이런 순간이~!'라며 공식 SNS를 통해 놀라움을 표했고요. 그리고 그 따뜻한 기립박수는 '기생충'의 앙상블상 수상 이후 한 번 더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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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이제 '기생충'의 레이스도 이제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생충'은 이미 새 역사를 썼고, 현재도 쓰고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써내려간 기록은 이제 나열하기도 입이 아픕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5월 한국에서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후에도 수십개의 상을 받았고, 지난 달 골든글로브에서는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어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한국영화가 외국어영화상 후보 한 번을 내지 못해 매년 아쉬움이 끊이지 않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6개 부문 후보. 그것도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필두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을 노립니다. 노미네이트 자체가 한국 장편상업영화 최초입니다. 90회를 훌쩍 넘긴 아카데미에서 비 영어 영화로는 역대 11번째 작품상 후보이고,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건 역대 6번째라 합니다. (한국 최초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기록은 2005년 박세종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축! 생일'이 세웠습니다. 또 2013년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이민규 감독의 '아담과 개'도 있습니다. 장편영화와 관련해 개인으로는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주제가 '심플송'(Simple song #3)이 2016년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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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한 '1917'이 아카데미 바로미터라는 PGA(프로듀서조합)상을 거머쥐며 아카데미 작품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기생충'이 작품상 5파전에 들었다는 분석에 이어 이젠 '1917'과 '기생충'의 2파전을 점치는 매체가 수두룩합니다. 한국발 김칫국이 아니라, 뉴욕타임즈 등 현지의 권위있는 매체가 하는 얘깁니다.


SAG 최고상을 거머쥔 '기생충'도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기생충'은 SAG에 앞서 지난 17일 미국 영화편집자협회(ACE)에서 역시 외국어영화 최초로 편집상을 받았습니다. SAG의 경우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지닌 영화과학예술아카데미에서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영화단체라는 점에서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SAG 최고상이 곧 아카데미 수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콧대높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들의 인정을 직접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고 축하할 만 하고요.


아카데미 시상식이 점점 다가옵니다. 영화담당 기자로서 매년 연초가 되면 의무방어전 하듯 지켜봤던 남의 나라 시상식을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도 처음입니다. SAG에서 그랬듯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에 도전합니다. 동시에 비 영어 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에 도전합니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습니다.


물론 명심할 겁니다. 상을 받든 안 받든, '기생충'은 오롯한 재미와 의미를 지닌 멋진 작품이라는 걸요. 그래도 사심이라는 걸 거둘 수가 없네요. '기생충'의 역사적 아카데미 수상, 이젠 꿈이 아니니까요. '기생충'의 역사적 수상을 축하하며 또 다른 역사적 수상을 기원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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