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공감받지 못하는 리빌딩은 실패한다
[문상열의 부시리그]
침울한 한화 더그아웃. 2022.6.21 연합뉴스 |
“리빌딩이요? 성적 안나면 아무 소용없어요.”
최근 LA를 방문했던 서울 연고의 A단장이 KBO리그에서의 팀재건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한 내용이다.
한화는 공식적으로 리빌딩 모드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리빌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리툴링(retooling)’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언론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사전적으로 연장을 추가한다는 것으로 새로운 전력을 공급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 진출은 조원우 감독이 이끈 2017년이다. 한화는 2018년이다. 이후 급추락했다. 두 팀의 감독은 현재 외국인이다. 리빌딩을 외국인 감독에게 맡겼다는 것부터 잘못 낀 단추다. 리빌딩의 기본은 유망주의 기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지름길이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처럼 리빌딩이 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선수 공급로가 제한돼 있다는 것. 둘째는 선수의 기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데 있다. 셋째는 단장의 선수보는 안목이 떨어진다. 단장이 트레이드해 온 선수도 쓰지 않는다. 트레이드는 무엇 때문에 했나 싶다.
역전패한 롯데. 2022.6.23 연합뉴스 |
미국 스포츠에서 메이저 종목의 리빌딩은 우선적으로 팬들의 공감을 받는다. 우리 팀에 유망주가 몇 명이 있고, 이들의 가능성을 팬들도 안다. KBO리그는 다르다. 감독과 단장만이 유망주라고 강조할 뿐이다. 출입기자도 감독, 단장의 입만 바라본다.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MLB에는 유망주 랭킹이 따라 다닌다. 마이너리그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격주간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랭킹이 권위와 정확도를 갖추고 있다. MLB닷컴도 유망주(Prospect) 랭킹 100위를 선정한다. KBO리그는 유망주의 랭킹이 없다. 감독과 단장이 좋다면 좋은 선수다. 팬들이 리빌딩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2군의 유망주들 랭킹을 정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리빌딩을 할때,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국내 실정상 두 시즌 이상 바닥치는 것을 용납할 팬은 없다. 향후 KBO리그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데 그마저 보이지 않는다.
리빌딩의 피츠버그는 10일 현재 35승50패(0.412)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3시즌 피츠버그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유망주가 많아서다. 올해 루키 잭 서완스키(23)는 한 경기 3홈런을 때렸다. 끝내기 홈런도 포함돼 있다. 피츠버그는 올해 3타자가 한 경기 3홈런을 뿜었다. 최근에는 장신의 루키 유격수 오닐 크루즈(23)가 가세했다.
이 팀의 단장은 벤 세링턴(47)이다. 2019년 11월에 부임했다. 명문 앰허스트 칼리지 출신으로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검증된 단장이다. 롯데, 한화는 감독,단장 모두 검증된 인물들이 아니다.
리빌딩팀의 성적은 당연히 5할 이하다. 하지만 연승으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시즌 6연패를 두 차례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지만 6연승도 한 차례 일궈냈다. 만년 꼴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8연승 행진을 하며 43승44패로 승률 5할 마이너스 1까지 왔다.
희망을 보여주면서 리빌딩을 진행해야 팬들의 공감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