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가 12만원? 청담동 미용실이 유독 비쌌던 이유
커트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미용실은 2만 원인 데 비해 강남 청담동은 기본적인 서비스만 받았을 때 6만 원으로 세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어떤 매장은 예약비용만 별도로 11만 원 받고 있었습니다. 다른 미용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청담동 미용실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월세, 상권 부가비용
한 갑에 4500원이지만 각종 세금 가격만 3323원인 담배처럼 미용실의 커트비 속에는 커트비 외의 다양한 요금이 숨어있습니다. 그중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청담동의 임대료입니다. 청담동 임대료는 1층이 아닌 3층 30평대 기준 보증금 3000~5000만 원, 월세 250~35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권리금이 추가되는데요, 청담동 상권은 고급 이미지가 강해 단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 권리금이 억대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권리금을 받지 않는 점포가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3층 30평 기준 2000~5000만 원의 권리금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임대를 위한 비용은 잘게 쪼개져 청담동 미용실의 시술 비용에 포함되게 됩니다.
가위만 200만 원, 장비 값
미용실의 경우 숍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있거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스펀지 같은 기본 제품만 숍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고, 가위, 이발기 등 시술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개인 제품을 별도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발기, 드라이어 같은 제품은 수십만 원 선을 넘지 않지만,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미용 가위의 가격은 80~2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청담동에서도 탑 급 실력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들이 100만 원 후반대의 미용 가위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술에 들어가는 각종 약품은 어떨까요? 청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유튜버는 약품에 대해 “약품 가격 때문에 적자 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성분이 좋은 약품을 쓴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좋은 성분을 사용하는 만큼 장갑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시술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어떤 제품을 쓰고 어떤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는지 하루에도 서너 명의 고객이 질문해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 중의 전문가
임대료, 장비 가격 등 부차적인 비용도 있지만 청담동 미용실의 시술 비용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용사의 실력 때문입니다. 타 지역에서 디자이너 승급 직전 청담동 인턴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힌 한 미용실 인턴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실력이 타 지역보다 높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실력이 뛰어난 만큼, 매장에 매여있는 타 지역 디자이너와 달리 청담동 디자이너는 프리랜서로 재량껏 근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그 일정 또한 바쁘기 마련인데요, 한 청담동 미용실 단골은 “하루 예약을 4건 잡는데, 디자이너님 일정도 있어 시술받기까지 2달 걸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외부에서도 찾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커트 비용만 수십만 원에 책정됩니다. 한 청담동 디자이너는 가격이 높은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저도 2, 3만 원? 그랬어요. 경력이 쌓이면서 5만 원, 9만 원 제 기술 값이 오른 거죠. 어떤 분은 비싸다고 하시는데, 저는 제 실력에 맞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명성 이용한 폭리 주장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담동의 시술 비용이 위 같은 요건을 들어도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청담동의 고급 이미지 때문에 비쌀 뿐, 임대료가 타 지역보다 높아서 비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같은 조건일 때 청담동 임대시세는 다른 주요 번화가와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홍대 거리의 3층 30평 상가 또한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50만 원 상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커트 비용은 3~5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어 청담동과 가격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한 언론매체에서는 청담동의 이름만을 빌려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일부 미용실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청담동 매장은 과자 대신 생과일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와 실력을 내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매장은 부족한 디자이너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이름값과 불필요한 과잉 서비스 만으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가격이 높다고, 청담동이라고 무조건 신뢰하기보단 냉정하게 디자이너의 실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