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랑 동갑이라고? 어르신 연기 전문인 배우의 반전 실물
2017년 화제의 드라마였던 <비밀의 숲>을 기억하시나요? 조승우, 배두나 주연이라는 초호화 캐스팅에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지만, 막상 방영 후 <비밀의 숲> 최대의 수혜자로 평가받는 배우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배우 유재명입니다. 유재명은 비밀의 숲에서 검사장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간 야망가, 이창준을 맡았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때로는 부드럽고 유한 매력을 뽐내는 연기력 외에도 화제가 된 것이 있는데요. 오늘은 배우 유재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산대 공돌이,
연극에 빠지다
20살의 유재명은 교사의 꿈에 부푼 생명공학과 신입생이었습니다. 학기 초 가입할만한 동아리를 찾던 중 우연히 연극동아리에서 하던 리허설을 참관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연극배우의 꿈을 갖게 됩니다. 한국영화의 메카인 부산에 터를 잡은 유재명은 최근까지도 연극 무대에 종종 얼굴을 비추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죠.
부산에서 활동하면서 찍은 영화가 바로 <바람>입니다. ‘<친구> 현실 버전 영화’, ‘가장 현실적인 일진 영화’라고 불리며 뒤늦게 재평가된 영화이기도 하죠. 유재명은 <바람>에서 주인공 ‘짱구’의 과외선생님과 담임선생님 1인 2역을 맡았습니다. 둘 다 짧게 지나가는 역할이었지만 현실적인 교사 연기로 신 스틸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황제를 위하여> , <청연> |
<바람>을 찍은 유재명은 더 큰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합니다. 이때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남쪽으로 튀어>, <동창생> 등에서 단역으로 활동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갔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무명 생활이 길어지자 유재명은 부산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 바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입니다.
인기의 시작,
동룡이 아부지
유재명은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5인방 중 한 명인 ‘동룡이’의 아버지이자 쌍문고등학교의 학주, 류재명을 맡았습니다. 쌍문고등학교의 호랑이 선생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동룡이와의 환장 케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특히 부모들끼리 고스톱을 치는 에피소드에서는 일명 ‘쌍문동 사짜’로 활약해 큰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를 제작한 신원호 PD는 <바람>을 보고 유재명을 꼭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었죠. 오디션 현장에서도 유재명이 대사를 읽자마자 ‘이 사람이다’란 생각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신원호 PD의 예상대로 유재명은 유쾌하면서도 모든 학교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선생님을 완벽하게 소화했죠.
<응답하라 1988>로 인지도를 올린 유재명은 2016년 무려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욱씨남정기>에서는 화장품 회사의 CEO로, <질투의 화신>에서는 성공한 앵커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특히 <질투의 화신>에서는 SBC의 앵커 계성숙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엄기대로 등장해 ‘스윗남’의 면모로 여심을 홀리기도 했습니다.
전 국민 창크나이트 앓이
돌아와요 검사장님
2017년, 드라마 <비밀의 숲>이 공개되었습니다. 조승우와 배두나 두 주연의 연기도 모두 소중했지만, 단연 돋보였던 것은 검사장 이창준 역을 맡은 유재명이었습니다. 악역인 듯 아닌 듯,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캐릭터였죠. 기존의 수더분하면서도 코믹한 연기가 주특기였던 유재명으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었습니다.
이창준은 검사답게 뛰어난 언변과 통찰력, 주인공 황시목보다 몇 수를 앞서가는 처세술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검사장으로써 고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약간의 틈도 보여주지 않죠. 하지만 아내인 이연재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며 아내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합니다. 말썽만 부리는 후배들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살뜰히 챙겨주는 면모를 보여주죠. 이런 양면적인 매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샀는데요.
이창준의 매력이 정점을 찍은 것은 드라마의 모든 진실이 드러난 마지막 화였습니다. ‘선배님? 듣기 참 좋네’라는 조용한 읊조린 대사는 이창준의 민낯이 전부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대사로도 꼽히죠. 이창준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며 깊은 인상을 남기며 유재명의 다시 없을 인생 캐릭터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화제가 된 것은 유재명의 훌륭한 연기력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극중 이창준은 자신의 지위에 맞게 세련된 슈트만을 입고 나오는데, 생각도 못 한 의외의 슈트핏이 화제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유재명은 183cm의 장신에 두툼한 상체에 우월한 기럭지로 제작진들이 꼽은 ‘실물 깡패’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비밀의 숲>에서 유재명의 남다른 피지컬이 제대로 드러난 것이죠.
<비밀의 숲>으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유재명은 이듬해 드라마 <라이프>에서는 흉부외과 교수 주경문으로 출연했는데요. 병원 내 권력에 밀려나 조용히 의료활동에만 매진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로 나왔습니다. 2019년에는 드라마 <자백>의 열혈 형사, 기춘호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아 ‘악어’라고 불리는 베테랑 형사죠.
작년에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영화 <소리도 없이>의 주연으로 활약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장가의 회장이자 극중 최고의 악역인 장대희로 등장했습니다. <소리도 없이>에서는 근면 성실한 시체수습업자 창복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습니다.
유재명은 올해 드라마 <빈센조>에서 대쪽같은 성정을 가졌지만 가난한 변호사, 홍유찬을 맡았는데요. 딸인 홍차영과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는 안타까운 캐릭터였지만 아쉽게도 드라마 초반부 교통사고로 퇴장해 시청자들을 슬프게 했습니다. 이 밖에도 유재명은 현재 올 하반기 방영될 드라마 <홈타운>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는데요. 동시에 주연을 맡은 영화 <킹메이커>도 개봉될 예정이라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