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모여요” 코로나가 바꾼 김장 문화의 실 모습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여러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일상생활의 변화는 우리의 고유 전통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인 김치를 만들기 위한 김장철이 돌아왔는데요. 코로나19를 의식했는지 김장의 모습 역시 변화했습니다.
한국인의 전통문화 ‘김장’
유네스코에 무형 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이기도 한 김장은 3~4개월간의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초겨울에 행하는 주요 행사입니다. 겨울에 채소 섭취를 위한 방법으로 엄동이 시작되기 전에 대량의 김치를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김장이 없었다면 추운 겨울 채소 섭취가 어려워 심각한 수준의 건강 이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이유로 김치를 두고 ‘겨울의 반양식’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장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장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족, 친척, 이웃이 모여서 함께 김치를 만드는 품앗이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웃집 김장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김장 재료를 함께 사서 같이 만들고 김치를 나누는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죠. 한 번에 많은 재료를 구매하면서 재룟값을 아낄 수도 있었습니다. 현재에도 친척이나 이웃이 모여서 김장을 함께 하고 만든 김치를 나눠 갖는 형태로 김장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편 김장’의 등장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김장 문화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친척, 이웃이 모이기 부담스러워지자, 혼자 혹은 가족끼리 간편하게 끝내는 ‘간편 김장’의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간편 김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장의 과정을 줄여주는 상품들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절임 배추와 양념 등으로 구성된 ‘김장 키트’를 구매해 절임 배추에 양념을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김장에서 가장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배추 절이는 시간이 사라지니 굳이 김장을 모여서 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특히 김치 맛을 결정하는 양념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충분히 김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무거운 절임 배추나 양념이 집 앞까지 배달 오니 김장의 난이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실제로 간편 김장을 해본 한 소비자는 “재료를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되고, 양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배추에 양념만 버무리면 돼서 쉽게 김장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간편하면서도 신선한
‘밀키트’
이런 가편 식재료는 사실 김장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인데요. 한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손질을 모두 마치고 쉽게 조리만 해서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는 것들을 일반적으론 ‘밀키트’라고 부릅니다. 밀키트란 밀(meal 식사)와 키트(kit 조립 용품, 세트)를 합친 합성어인데요.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간편하게 집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3분 카레 같은 가정간편식(HMR)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모든 조리가 끝나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 먹어야 하는 가정간편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밀키트의 경우 식재료를 바로 조리하거나 씻고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포장되기 때문에 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정간편식 대비 유통기한은 매우 짧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밀키트 시장도 커져
2007년 스웨덴에서 처음 등장한 밀키트는 2012년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규모가 커졌는데요.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 업체에서도 밀키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발전한 우리나라 역시 밀키트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 15억 원 수준이던 밀키트 시장규모는 올해 1,882억 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년 사이 120배 성장하는 것이죠.
사실 밀키트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구성품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되는 상품이 많아 가격이 다소 비싸기 때문이었죠. 식당에서 사 먹는 것과 밀키트를 구매하는 것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으니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이 모이는 식당 방문을 피하는 사람이 늘면서 식당에 가지 않고도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밀키트 시장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