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최고? 차라리 그 돈이면 예금을 한다는 이유
‘건물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씩은 해봤을 겁니다. 최고의 사업은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말과 동시에 강남에 빌딩 하나 사서 여유롭고 호화로운 건물주의 삶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건물주들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떤 일일까요? 함께 알아봅시다.
건물주 한숨 부르는
‘공실률’, ‘임대’
완고하던 강남 상권,
서서히 무너지는 중
공실률의 공포는 현재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최근 자주 눈에 띄는 곳이 바로 강남입니다. 사실 강남 건물주라고 하면 건물주 중에서도 최고라고 평가되는데요. 국내 최고의 상권을 유지하는 강남 노른자 땅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곳의 건물들은 평균 매매가격이 100억 원단위를 넘어서는 것은 기본이고, 3.3㎡(1평) 당 월 임대료는 20만 원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강남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으로 꼽히는 강남구 신사동의 왕복 8차로 대로변에 최근 ‘매매·임대’가 써 붙은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강남지역의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11.3%로 지난 분기 9.8%에서 1.5% p 증가했는데요. 공실률 통계가 이뤄진 이후로 처음으로 10%대 공실률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메인 상권으로 평가받는 강남 대로의 3분기 공실률은 지난 분기 대비 7.9% p 늘어난 16.4%를 기록했습니다.
명동, 이태원
3곳 중 1곳 공실
강남의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전국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3분기 기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4%,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6.5%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강남 이전 최고의 상권 중 하나였던 명동 역시 공실률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던 명동은 이제 과거의 빛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명동의 지난 분기 기준 0%였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분기에 28.5%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는 10개 상가 중 3곳가량이 비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이태원 역시 0%였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3분기 들어 30%까지 치솟았고 신촌의 공실률은 5%에서 10%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명동에서 10년간 운영해온 국내 1호 H&M 매장이 지난 31일을 끝으로 폐점하게 됐는데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을 이겨내지 못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공실률 높아져도
임대료 못 내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는 공실률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코로나19’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오프라인 상가들의 몰락은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온라인 시장의 크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공실률이 높아지니 건물주들이 실제로 받는 임대료는 적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건물 매입을 위한 대출금을 갚으면 사실상 임대료 수익이 없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권리금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곳도 많고 임대료 역시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엔 아직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렇다고 건물을 판매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애초에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을 구매할 자본가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조정에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며 세금도 늘어났는데요. 이렇게 오른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하는 조세전가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건물주는 “내 자본금에 대출까지 받아서 이 건물을 샀는데, 매달 적자”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돈으로 건물 말고 다른 일했을 텐데 후회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