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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기부금 약속 없던 일로 하자” 수천억 벌고 돌변한 여수케이블카

서울신문

여수해상케이블카

“부도 위기에 있는 회사를 크게 성공하도록 도와줬는데 이렇게 후안무치할 수가 있는 건가요?”


지난 10일 여수시청에서 만난 공무원 A사무관은 “직원들이 여름 땡볕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시가 지원을 해주지 않았으면 이미 쫄딱 망했을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여수 관광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해상케이블’ 업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이 업체가 여수시청 투자유치팀 임모(47) 차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더 원성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바다 위를 가로질러 운영돼 화제가 됐던 ‘여수해상케이블’이 여수시 공무원들의 공공의 적으로 추락했다. 시민들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를 손가락질한다. 이처럼 여수 유명 관광 코스로 자리잡은 ‘여수해상케이블’이 지역민들에게 큰 원성을 듣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수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13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수 자산공원과 돌산을 잇는 해상케이블카를 탄다. 여수 밤바다와 함께 명물로 자리매김한 해상케이블카는 2014년 말 완공 후 11개월 만에 탑승객 200만명을 돌파하고 연매출 27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탑승객은 185만 3000여명으로 240억원을 벌어들였다. 단일 관광지로는 전남 1위다. 매년 평균 200억~250억원의 입장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박 행진을 하는 여수해상케이블은 2012년 9월 해상케이블 허가를 받았지만 부지 보상이 수월하지 않아 회사가 힘든 상황이었다. 주차장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시 공무원들이 보상 협의도 도와주고, 시 소유 주차장도 사용하도록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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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해상케이블 개통 당시 시유지인 돌산공원과 자산공원 일부 용지를 사업 준공을 위해 주차장 부지로 사용하도록 제공했다. 준공 전 영업을 위해 임시사용 허가를 해주는 등 해상케이블카를 지원했었다.


이후 해상케이블카는 2014년 11월 시유지인 오동도 입구 자산공원 주차장 사용을 조건으로 ‘매출액의 3%’를 공익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이행 약정을 시와 체결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상케이블카는 2016년 전남도로부터 사업 준공을 받고 나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가 돌연 ‘매출액의 3% 공익기부’ 대신 ‘100억원 장학재단 설립’을 제안하며 공익기부를 미뤄 왔다. 2017년 시가 여수해상케이블카를 상대로 ‘3% 기부금 약정을 이행하라’며 제기한 ‘제소 전 화해에 근거한 간접강제’ 신청 사건에서 법원은 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 이후 2015·2016년 기부금은 납부했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납부가 중단된 상태다. 미납액은 19억 2400만원에 달한다.


케이블카 측은 자체 장학재단을 기부금단체로 지정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에는 ‘시와 맺은 기부 약정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당시 담당 공무원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수의 명물로 자리잡은 해상케이블카의 공익기부금 미납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의 분노는 커졌다. 시의원들도 맹렬히 비난하고, 해상케이블 정류소가 위치한 돌산 지역 이장협의회 등 7개 단체도 케이블카 운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고소를 당한 임 차장은 “어떤 이익도 챙기지 않아 떳떳하다”면서 “기부 약정이 불법 행위가 되면 공익 기부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시에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아 더 큰 피해가 갈까 우려되고, 동료들이 해상케이블 성공을 위해 교통 정리, 도로 통제, 관광 안내 등 많은 도움을 줬는데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시 공무원들은 “수천억원을 벌고도 더 이익을 챙기기 위해 매도를 하고 있다”고 발끈하고 있다. 한 직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는 기분”이라며 “돈이 있으니까 서울에 있는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두고 7급 직원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자 여수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임 차장은 회사 측에서 말하는 내용과 다르다고 한다”며 “수사 결과가 부당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나오면 노조 차원에서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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