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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세계일보

뽀얀 국물 쫄깃한 면발 … 정성 가득 담은 한그릇 ‘후루룩’

홍승완 골목국수

10년 동안 골목 안쪽서 자리 지킨 국숫집

아들 이름 딴 가게명에서 자부심 느껴져

담백한 국물·면 조화 만두손칼국수 일품

빨간 국물 식욕 돋우는 얼큰손칼국수도

고소한 들깨 국물의 수제비도 꼭 맛봐야


골목 안,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국수집이 있다. 입소문에 점심시간 때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홍승완골목국수는 동네에 보배 같은 숨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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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손칼국수

◆ 홍승완골목국수

익숙한 길을 가다 보면 종종 눈에 띄는 음식점들이 있다. 10년의 세월 동안 골목 안쪽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승완골목국수가 그런 곳이다. 지나는 길에 간판이 늘 눈에 띄지만 좀처럼 발길이 가지 않는 골목 안쪽에 있다. 날이 좋던 초여름, 처음 방문한 국숫집은 따뜻한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과 화분이 반겨주는 정겨운 느낌의 음식점이었다. 미닫이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아담한 가게는 한쪽은 좌식테이블로, 한쪽은 입식테이블로 준비되어 있어서 취향대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좌식테이블 너머 보이는 창문과 옆집의 담벼락,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마음에 쏙 들었다.


홍승완골목국수는 아들과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름 그대로 국수가 주메뉴인 곳이다. 아들의 이름을 딴 가게 이름은 가게에 대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어머니가 젊을 적 운영하셨던 작은 옷 수선집도 내 이름을 딴 ‘동기네’였다. 어렸을 때는 조금 창피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부모가 되어 보니 자식 이름을 넣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얼마나 신중하고 숭고한지 요즘은 더 깨달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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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손님을 한바탕 치르고 난 조금 한가한 시간, 주인장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조심히 들어가 앉아 인사를 하고 식사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느긋이 메뉴를 골랐다. 메뉴판에 깨알같이 ‘손’칼국수 ‘손’수제비처럼 ‘손’ 자가 붙어 있었는데 물어보니 직접 만든 재료에만 ‘손’자를 붙인다고 한다. ‘만두손칼국수’는 칼국수는 직접 반죽한 수제이고 만두는 시장에서 받아온다고 하는 그 말에 미소가 일었다. 이 정도 정직함이면 맛을 의심할 여지가 있을까.


홍승완골목국수는 이 동네에서만 20여년 동안 장사를 했다. 10년 전 지금의 건물을 지으면서 1층을 음식점으로 만들었다. 시장에 프랜차이즈들이 만연한데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손맛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골목국수의 맛

주인장의 점심식사가 끝날 때쯤 메뉴를 주문했다. 골목 안을 비추는 문밖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오래지 않아 메뉴들이 나왔다. 만두손칼국수는 뽀얀 국물 속에 직접 반죽한 칼국수 면과 큼지막한 만두 세 알이 들어 있었다.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는 담백한 국물과 함께 면의 씹는 맛도 좋았다. 간이 절묘하게 잘되어 있어서 꽤 많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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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손칼국수

빨간 국물이 식욕을 돋우는 듯한 얼큰손칼국수는 그 국물에 녹아 있는 칼칼함과 무엇보다 건새우로 맛을 내어서인지 올라오는 국물의 감칠맛이 참을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중간중간 씹히는 다진 차돌박이 또한 이 얼큰손칼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의 감초다. 얼큰손칼국수의 국물맛은 국물과 국수를 입에 넣어 씹으면서도 수저를 든 손은 다시 국물을 뜨고 있는 그런 중독적인 맛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매운맛은 입안을 행복하게 해준다.


들깨손수제비는 국물의 고소함과 수제비의 쫄깃함을 담아낸 이곳 요리의 정수였다. 진득하고 고소한 들깨 국물향과 얇게 반죽한 수제비면이 마치 파스타와 소스가 한몸이 된 것처럼 잘 버무려져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먹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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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마지막으로 계란말이가 나왔다. 오믈렛처럼 생긴 몽실몽실한 계란말이 속에는 치즈가 가득 들어 있는데 자글자글한 기름에 지져서인지 노릇한 풍미가 올라왔다. 짭조름한 맛의 계란말이는 칼칼한 국물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 수제비와 뇨키

수제비는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반죽해 숙성한 밀가루를 얇게 손으로 찢어 국물에 넣어 만든 요리다. 밀가루가 귀했던 조선시대만 해도 수제비는 주로 양반가에서 즐기던 음식이었으나 밀가루가 흔해진 1960년대 이후 대중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수제비 반죽과 칼국수 반죽은 비슷한 면이 많다. 손질을 넓게 펼쳐 했느냐, 아니면 칼로 썰어 길게 했느냐 차이인데, 칼국수 집에는 높은 확률로 수제비 메뉴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수제비는 한국의 국수 계통보다는 이탈리아의 파스타 같은 느낌이 난다. 넓은 수제비면이 마치 파스타면처럼 국물을 잘 흡수해 그 버무려진 면을 먹었을 때 올라오는 국물의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비슷한 메뉴로는 뇨키를 말할 수 있다. 으깬 감자와 밀가루로 반죽해 데치고 소스에 버무리는 것이 우리의 수제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칼국수와 수제비의 호불호가 갈리듯, 스파게티와 뇨키도 선호도가 다르다. 예전엔 파스타 하면 대부분이 스파게티 계통의 긴 면이었지만 요즘은 뇨키의 맛이 널리 알려져 꽤 대중적이 되었다.

■ 감자뇨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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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뇨키

재료

뇨키 반죽 : 삶아 으깬 감자 500g, 강력분 200g, 파르메산치즈가루 50g, 계란 1알, 소금 1티스푼, 잣 30g.

소스 : 관자 2개, 마늘 3톨, 우유 300ml, 휘핑크림 100ml, 그라나파다노치즈 10g, 버터 30g,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① 으깬 감자와 강력분, 파르메산치즈가루, 계란과 구운 잣을 섞어 치댄 후 한입 크기로 만들어 준다.
② 끓는 물에 데친 후 식혀 준비해 준다.
③ 팬에 버터를 두르고 편 썬 마늘과 관자, 감자뇨키를 구워 노릇하게 색을 내준다.
④ 우유를 넣고 끓이다 휘핑크림을 넣어준다. 그라나파다노치즈를 넣고 버무린 후 소금과 후추를 뿌려 맛을 내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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