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는 경비원 증언, 초반 중요 단서”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최단비 변호사는 19일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추락 학생을 만져본 경비원이 ‘학생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 말한 것은 사건 초반에 중요한 단서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가해자들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살인죄와 상해치사죄가 갈린다”며 “다만 폐쇄회로(CC)TV와 가해 학생 외에 목격자가 없는 점 등 때문에 고의성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단 폭행 혐의를 받는 가해 중학생 4명. 연합뉴스 |
최단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는 경비원 증언, 초반 중요 단서”
최 변호사는 이날 YTN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에 출연해 아파트 경비원이 ‘화단에 쓰러져 있던 피해 학생의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게 사건 초반에는 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며 “왜냐하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추락인가, 아니면 옥상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로 시신을 추락시켰는가. 즉 살인의 고의가 있었느냐, 아니면 상해치사이냐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진술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것이 부검을 통해서 ‘직접적인 사인은 추락으로 보인다’고 했기 때문에 이미 옥상에서 사망하고 시신이 추락한 것으로 보기에 지금은 좀 무리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진술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좀 더 중하게 염두에 두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고의성 여부에 따라 살인죄, 상해치사죄 갈릴 듯”
최 변호사는 “가해자들은 처음에는 ‘피해 학생이 자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경찰이 CCTV를 본 이후에 폭행은 인정하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며 “피의자가 진술을 바꾼 것 자체만으로 더 큰 처벌을 받진 않지만, 진술의 신빙성 측면에서는 진술을 중간에 번복하는 것이 피의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어야 살인범죄가 적용되는 것이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는데 상해를 하다가 사망에 이르면 상해치사가 적용된다”며 “지금 문제는 부검만 했을 때에는 이것이 가해 학생들이 밀어서 떨어뜨렸는지, 아니면 본인이 상해를 피하려고 하다가 떨어졌는지는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추락에 의한 것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또 “그래서 밀었는지 여부를 봐야 하는데 그것은 옥상에 CCTV가 있다거나, 아니면 목격자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지금 그 장소에는 CCTV는 아직 발견되었다는 언급은 없다”며 “목격자는 공동 가해 학생들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14세 중학생, 또래학생 집단폭행 피하려다 추락사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던 한 중학생이 이를 피하려다가 추락해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일고 있다.
A군(14)은 지난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추락사했다. 피해 학생은 러시아 국적의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A군이 폭행을 피하려다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가해 학생 4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때 법원에 출두하던 가해 중학생 중 한명이 입은 패딩점퍼가 숨진 학생의 것으로 확인되며 큰 비판을 받았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