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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발왕산 정상 올라 장엄한 백두대간 새해 정기 품어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왕의 기운’ 지닌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발왕산/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케이블카로 20분만에 정상까지/짜릿한 기(氣) 스카이워크 오르면 장엄한 백두대간 한눈에/독일가문비나무숲 거닐고 동물계 ‘얼짱’ 알파카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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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고도 1458m. 높이만큼 발아래로 펼쳐지는 산맥은 장쾌하면서 아찔하다. 겹겹이 쌓이고 쌓인 능선들이 아스라이 멀어져가고 구름바다까지 펼쳐지는 몽환적 풍경이라니. 자연이 만든 위대한 작품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몸이 날아갈 듯, 매섭고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새해 소망을 실어 보낸다. 올해는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백두대간 정기 품은 발왕산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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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로 가볍게 올라 발왕산 정기 품어볼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발왕산은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등산에 자신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조트 투숙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출발과 함께 잠시 덜컹거린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고도를 높이며 눈의 세상으로 데려간다. 슬로프를 질주하는 스키어들 뒤로 하얀 눈보라가 날리는 모습을 보니 십 년 묶은 체증이 내려가듯 시원하다. 국내 스키장 중 최장거리인 약 6km의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슬로프를 스키어들이 여유 있게 즐기며 산자락을 굽이굽이 내려가는 풍경은 아름답고도 낭만적이다.


케이블카는 산 하나를 넘을 때마다 고도를 더욱 높이는데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짜릿하다. 마치 신선의 세상에 들어선 듯, 눈 덮인 영험한 산자락들을 끝없이 펼쳐 보여주는 케이블카는 3710m 거리를 20여분 동안 날아 발왕산 정상에 여행자를 쏟아낸다. 모나파크 시그니처 포토존 앞에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발에 매단 이들로 북적거린다. 리프트에서 내리던 초보 스키어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자 친구들이 깔깔대고 웃는 풍경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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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정상의 명물, 기(氣) 스카이워크에 오른다. 발왕산 정상에서도 높이 24m로 세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워크. 밑에서 올려다볼 때도 아찔한데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투명한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 위에 서면 공포감은 무한대로 증폭된다. 이곳에 여러 번 올라왔는데 오늘처럼 거센 바람은 처음이다. 발아래 구멍을 통해 “위잉∼위윙∼” 굉음을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 하지만 섭씨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청년들은 점퍼를 벗어 던지고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인생샷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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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스카이워크를 걸어 맨 끝 난간에 섰다. 마침 날이 좋다.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 아래 험준한 봉우리들이 이어지는 오대산. 그리고 힘차게 하얀 날개를 돌리는 풍력발전기들이 대관령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파노라마 풍경은 경이롭다. 발왕산(發王山)은 이름 그대로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기운이 영험해 명산으로 꼽힌다. 두 팔 활짝 벌려 발왕산 정기 가득한 깨끗한 공기를 폐속 가득 집어넣으니 영혼마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매섭지만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작은 소망을 적어 띄운다. 별일 없이 건강한 계묘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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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 아래는 천년주목숲길이 이어진다. 3.2km로 왕복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됐다. 깊고 푸른 숲을 호흡하며 1500년 역사의 주목 군락지를 만날 수 있어 인기다. 야광나무 안에서 마가목씨가 발아해 야광나무 몸통 속으로 뿌리를 내린 우리나라의 유일한 ‘마유목’을 시작으로 속이 텅 비었는데도 천 년을 살고 있는 참선주목, 왕발나무, 어머니 왕주목, V자 형태 승리나무, 딱 한 사람이 들어가서 설 수 있는 고해주목, 아버지 왕주목, 서울대나무(합격나무) 등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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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알파카 만나고 독일가문비나무 숲 걷고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요즘 아주 핫한 여행지가 동물계 ‘얼짱’ 알파카를 만나는 애니포레와 독일가문비나무숲이다. 발왕산 등산로 ‘엄홍길’이 시작되는 입구 옆 애니포레 더 골드 매표소에서 알파카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스키 슬로프를 오른쪽에 두고 비탈을 오르는 모노레일은 너무 느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조급병’에 물든 현대인의 바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 올해는 좀 느리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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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알파카 목장’이 커다랗게 적힌 출입구를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울창한 독일가문비나무숲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라간 나무 밑에는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여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못지않은 신비한 풍경을 선사한다. 숲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쏟아지는 피톤치드는 온몸을 보듬고 발왕산 자락따라 흐르다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은 모든 근심을 날린다. 여기에 산새들까지 청아한 목소리로 울어대니 마음은 더없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2021년 문을 연 애니포레는 산의 들풀과 잡목을 태운 밭에서 농사를 짓던 화전민 28가구가 감자를 키우며 살던 곳. 화전민이 떠난 자리에 1968년 용평리조트 직원들이 직접 독일가문비나무 1800여그루를 심었는데 50여년 동안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우리나라 최대의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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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 목장길에는 아이를 어깨에 태운 아빠가 환한 표정으로 걷는다. 억새밭을 지나 먹이체험장에 도착하니 한눈에도 독특한 외모의 알파카 10여마리가 긴 목을 쭉 빼고 귀여운 얼굴로 아이들을 맞는다. 바가지에 먹이를 담아 내밀자 서로 달려드는 바람에 깜짝 놀란 꼬마아가씨는 알파카보다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란다. 매우 온순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귀엽지만 ‘반전 매력’이 있다. 화가 나거나 먹이 경쟁이 붙으면 침을 뱉는데 최대 3m나 날아가기에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냄새가 아주 고약해 옷이나 몸에 묻으면 잘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손을 맞잡고 걷는 연인사이길, 숲의 경사를 극복하는 계단을 오르는 챌린지 180계단, 발왕산 가래나무길도 만난다. 가래열매는 액운을 쫓는 부적으로 쓰였으니 천천히 걸으며 액운도 모두 날려 버리자. 애니포레에서 ‘엄홍길’을 따라 발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트레킹 코스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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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하얀 풍력발전기 기다리는 삼양목장


발왕산에서 내려다보이던 하얀 풍력발전기를 더 가까이서 만나려면 대관령 삼양목장으로 가면 된다. 해발고도 850~147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600만평에 달하는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보통 주차장에서 버스로 정상에 오르는데 방문객이 많지 않은 겨울철이라 개인 차량으로 정상 동해전망대(1140m)까지 오를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한달음에 차를 몰아 전망대에 섰다. 능선따라 늘어선 하얀 풍력발전기 날개는 백두대간의 세찬 바람을 이기며 힘차게 돌아간다. 겨울이라 풀은 푸르지 않지만 풍력발전기가 능선을 따라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매우 낭만적이다. 다정하게 팔짱을 낀 연인들, 초등학생 둘의 손을 잡은 부모, 친구들끼리 여행 온 청년들 모두 인생샷을 찍느라 분주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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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는 모두 52기이며 자연바람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드넓은 목초지에선 삼양목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양몰이공연이 펼쳐지고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양·타조 먹이주기 체험 등 즐길거리가 많다. 그중 ‘연애소설 나무’는 놓쳐서는 안 된다. 이은주, 차태현, 손예진이 출연한 로맨스 영화 ‘연애소설’의 촬영지로 목장 중턱에 예쁜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겨울이라 이파리 하나 없지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잔가지들이 모두 드러난 풍경조차 영화처럼 아름답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한국의 명수’로 알려진 오대산국립공원의 방아다리 약수터도 들러보시길. 전나무와 낙엽송이 가득한 숲을 걸어올라 미네랄 가득한 약수 한 그릇 벌컥벌컥 마시니 한 해를 살아갈 건강한 기운을 얻는다.


평창=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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