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배달비 2000원이 더 추가된 이유는?
배달원들에게 과도한 규제 적용… "다들 안 가려 해"
단지 내 걸어서 들어가게 하거나 화물용 승강기 이용 등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
한 배달대행 업체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배달대행비를 2000원씩 더 받기로 해 논란이다. 해당 아파트가 배달원들에게 과도한 규제를 적용해 배달 1건당 소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림에 따라 한 번 배달 갔던 배달원은 다시는 안 가려고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생각대로 성동구 지점은 지난 18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배달비 2000원을 추가로 받겠다고 공지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전용 198㎡(구 60평) 기준 분양가만 30억4200만원에 달하며 현재 프리미엄이 붙어 60억원 이상에 매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같은 평수가 전세 37억원에 계약된 것으로 나온다.
이 지역의 또 다른 고가 아파트인 ‘트리마제’와 ‘갤러리아포레’도 지난해 배달 요금이 1000원 인상되긴 했으나 추가 요금이 2000원이나 오른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이 지역 기본 배달료는 4000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기본 배달요금 인상으로 앞으로 명절할증(1000원), 비·눈 할증(500원), 야간할증(500원) 등이 추가되면 1만원에 육박하는 배달료를 지불할 수도 있다.
18일 해당 지점에 따르면,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아파트 경비업체는 배달기사들이 오토바이를 밖에 세우고 단지 내에 걸어 들어가게 하고 신분증도 맡기도록 하고 있으며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조감도 |
생각대로는 “기존 할증 지역보다도 기사분들이 배송을 더 많이 꺼려하고, 한 번 가신 기사분들은 두 번 다시 안 가시려고 한다”면서 “조금이나마 원활한 배송을 위해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배달비 2000원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주님들께서도 배달의 민족 및 요기요 등 앱 안내문구에 할증 내용을 추가하셔서 금전적으로 손해 보시지 않도록 고객님들께 안내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생각대로 측 공지 메시지 캡처 |
앞서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에서도 배달기사들을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입주민 회의에서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음식을 배달하면 승강기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 그릇을 집 밖에 내놓아 지저분해진다는 의견이 나와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배달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원은 화물이 아니고, 손님은 귀족이 아니다”라면서 아파트 측에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