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갯벌과 황토가 키우는 무안뻘낙지 먹어봤나요
게르마늄 풍부 무안황토 품은 무안갯벌서 자라 감칠맛 뛰어나
섭씨 1000도 볏짚으로 굽는 별미 무안 돼지짚불구이
물맞이 치유의 숲엔 가을꽃 만발
무안 산낙지무침. |
꿈틀거리는 세발낙지. 어찌나 힘이 좋은지 접착제를 바른 듯, 접시에 빨판을 강력하게 붙여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한 젓가락 어렵게 그릇에서 떼어내 입에 넣는 순간 밀려오는 바다내음. 쫄깃쫄깃하지만 질기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입안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까지. 이래서 무안뻘낙지를 최고로 치는구나. 천고마비의 계절. 청정 무안갯벌과 황토가 키운 세발낙지 한 접시 비우고 나니 쓰러진 소가 벌떡 일어나듯, 찌뿌둥하던 몸이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무안뻘낙지 거리 조형물. |
◆청정 무안갯벌과 황토가 키우는 세발낙지
무안읍 공용터미널 뒷골목 전라남도 지정 음식거리로 들어서자 ‘무안뻘낙지’ 글자로 꾸민 대형 조형물이 세발낙지의 성지에 들어섰음을 알린다. 그 유명한 낙지골목이다. 현지인 맛집으로 소문난 낙지명가로 들어서니 다양한 낙지메뉴가 군침을 돌게 만든다. 낙지초무침, 낙지간장무침, 육회탕탕이, 호롱구이, 기절낙지, 낙지비빔밥 등 역시 낙지요리의 천국이다. 가장 기본 메뉴는 산낙지무침. 잘게 썰어 나오는 세발낙지 위에 대파, 홍고추, 깨가 먹음직스럽게 솔솔 뿌려졌다. 기다란 발 하나는 스태미나 음식답게 꿈틀대며 접시 밖까지 기어나간다. 세발낙지는 일반 낙지보다 다리가 훨씬 가늘어 먹기가 아주 좋다. 어찌 이리 부드러울까. 처음에는 쫄깃쫄깃하다가 이내 씹을 것도 없어 녹아내려 사라져 버린다.
낙지볶음. |
낙지볶음은 술안주이자 밥 도둑. 무안 양파, 대파, 당근 등을 넣고 고추장에 맛있게 볶아 뚝배기에 나오는데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미소가 입가에 저절로 걸린다. 매콤한 맛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연포탕이 균형을 맞춘다. 새우, 무, 대파를 넣어 국물 맛을 내고 미나리를 수북하게 얹은 연포탕은 여름내 손실된 기운을 다시 가득 채워준다. 요즘에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회도 맛볼 수 있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으면 고소한 향이 번지며 막걸리가 쑥쑥 들어간다.
연포탕. |
무안뻘낙지가 다른 지역 낙자와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청정 무안갯벌과 무안황토 덕분이다. 무안군은 해안선을 중심으로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황토로 구성됐는데 게르마늄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히 다른 지역 황토보다 유황 함유량이 월등히 높고 철분과 칼륨이 다량 함유돼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황토로 손꼽힌다. ‘먹는 산소’로 알려진 게르마늄은 항암, 면역기능증진, 노화방지, 해독작용, 혈액정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게르마늄 성분은 바다로 흘러들어 가 갯벌이 되고 이 펄을 먹고 자라는 낙지, 감태, 김, 굴 등 수산물은 풍부한 무기질과 특유의 감칠맛을 지니게 된다. 무안뻘낙지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크기와 상관없이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무안뻘낙지의 특징. 더구나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들어 있고 인, 철분, 칼슘 등 각종 무기질과 아미노산 등을 함유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실제 무안뻘낙지 100g에는 당단백질 16.3g, 히스티딘 471㎎, 타우린 854㎎, 칼슘 20㎎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뻘낙지는 무안을 비롯해 목포, 영암의 연근해에서 주로 잡혔으나 금호방조제 축조 이후 주로 무안지역의 갯벌에서 잡힌다.
돼지짚불구이. |
◆볏짚향 품은 별미 돼지짚불구이
돼지짚불구이는 무안갯벌 세발낙지, 무안양파 한우고기, 도리포 숭어회, 명산 장어구이와 함께 ‘무안 5미’로 꼽힌다. 무안역 인근 몽탄면 두암식당 입구로 들어서자 은은한 짚불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1950년부터 한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원조 짚불구이 식당이다. 식당 앞 작은 건물에선 직원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짚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돼지고기를 굽는다. 얇게 썰어 석쇠에 담긴 돼지고기를 불 위에서 앞뒤로 한 번씩 돌리자 순식간에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며 고소한 불향을 뒤집어쓴 짚불구이로 변신한다.
돼지짚불구이. |
두께가 얇아 씹을 것도 없기에 석쇠 두 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처음엔 칠게장 소스에 찍어 짚불 본연의 향을 즐긴다. 다음엔 무안 양파김치를 얹어 먹으면 삼겹살의 느끼함과 아삭한 양파김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맛을 경험한다. 무안 양파는 달고 단단하며 즙이 많기로 유명하다. 칼륨이 양파 세포벽을 단단하게 하고 수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물질 셀레늄이 다량 함유됐고 비타민 B1 흡수 촉진 성분도 담겨 피로회복, 피부미용, 노화방지에 뛰어난 힐링푸드로 평가받는다. 짚불구이는 게장비빔밥에 한 점 얹거나 밴댕이젓갈을 얹어 마늘, 고추와 함께 싸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무안양파김치. |
몽탄면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볏짚에 음식을 구워 먹던 전통에서 유래됐다. 주로 삼겹살을 석쇠에 가지런히 깔고 굽는데 짚불은 섭씨 1000도 가깝게 올라갈 정도로 화력이 좋아 육즙을 순식간에 가둬 버린다. 특히 훈제향과는 또 다른 짚불향이 고스란히 스며들면서 불판에서 굽는 삼겹살과는 확연하게 차이 나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물맞이 치유의 숲 정원. |
◆가을꽃 만발한 물맞이 치유의 숲
배불리 먹었으니 깊어가는 가을 즐기러 무안읍 물맞이 치유의 숲으로 나선다. 입구 정원으로 들어서자 온통 가을 향기가 진동한다. 보랏빛 천일홍이 지천으로 깔렸고 연분홍 미니백일홍이 수줍게 나를 봐달라며 미소 짓는다. 알록달록 베고니아, 주황색 메리골드, 분홍색·자홍색 웨이브 피튜니아, 연분홍 나비바늘꽃(가우라), 홍띠 등 가을꽃이 만발해 천상의 정원을 거니는 듯하다.
수변숲길 대곡저수지. |
수변숲길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대곡저수지에 높고 푸른 가을하늘과 뭉게구름이 그대로 담기니 예쁜 그림엽서 같다. 이곳은 원래 예비군 훈련장이었는데 훈련장이 다른 곳으로 옮긴 뒤 무안군이 물·향기·바람을 주제로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회복을 돕는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투게더 워킹, 하늘거울 보기, 가족나무 만들기, 반신욕&테라피, 숲체조, 향기 명상, 나뭇잎 편지 쓰기 등이 2시간가량 진행된다. 산책로는 물맞이 숲길(1.16㎞), 향기맞이 숲길(1.31㎞), 바람맞이 숲길(1.02㎞), 전망의 숲길(2.5㎞), 감성의 숲길(0.35㎞), 수변 숲길(2㎞) 등 다양한 코스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전망의 숲길을 따라 연징산 정상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과 해제 반도, 무안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만난다.
무안=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