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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죽여버릴까” 녹음파일 공개하자… 어이없는 듯 웃음 보인 고유정

전 남편·의붓아들 살해 등 혐의 고유정 10차 공판

검찰, 고씨의 계획 살인 입증할 새로운 정황 공개

세계일보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사진·37)씨 사건에 대한 10차 공판이 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운데, 검찰은 고씨의 의붓아들이 숨지기 일주일 전 고씨와 현 남편 홍모(38)씨가 나눈 대화 녹음내역을 공개했다. 고씨의 계획 살인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열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녹음파일은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파일에는 고씨가 의붓아들 A(5·홍씨의 친아들)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2019년 2월22일 오후 1시52분쯤 홍씨와 싸우던 중 “음음…. 내가 쟤(A군)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검찰은 고씨가 이 같은 발언을 하기 1시간 전 인터넷을 통해 ‘4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기사’를 검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2015년 한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다뤘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부검을 통해 드러난 사인은 ‘비구폐쇄성 질식사’로, 해부학적으로 흔적이 남지 않아 살인을 확정할 수 없지만 아들의 자백으로 범인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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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청주 의붓아들 사망사건 피의자 고유정(왼쪽·37)과 그의 현 남편 홍모(38)씨. 연합뉴스, MBC

아울러 검찰은 고씨가 A군 사망 전날인 지난해 3월1일 오후 10시 한 편의점에 갔다가 차 안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홍씨가 고씨의 실종신고를 한 일화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고씨가 (범행을 앞두고)잠을 자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추정했다.


검찰은 또한 고씨가 홍씨에게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릴 거다”, “웃음기 없이 모두 사라지게 해줄게”, “너에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나겠다” 등 문자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고씨가 A군이 사망한 후 하루쯤 지난 3월3일 친정어머니와 수차례 통화하며 ‘사망시각과 사망원인’을 알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씨가 모친에게 “그 밤 사이. 아이(A군)가 사망한 건 오전이나 새벽이 아니라 밤”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 휴대전화에 녹음됐다. 또 “아이가 죽은 지 얼마나 된 것이냐”는 모친의 질문에는 “오래된 거지. 몇 시간”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면 사망 시간을 알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고씨가)경찰에게 사망 원인을 잘 모른다고 진술했고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엉겁결에 (친정 어머니에게 사망 원인과 사망 시각 등 내용을) 말해버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고씨는 또 A군의 죽음에 모친이 슬퍼하자 “우리 애 아니니까 슬퍼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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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경찰 체포 당시 영상 갈무리.

이런 검찰의 발언에 고씨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어이없는 듯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고씨에게 사건 당일 전후 상황에 대해 고씨에게 40여 차례 질문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고씨는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한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만 답했다.


특히 고씨는 ‘4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왜 검색했는지’ 묻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제주)전 남편 사건 때부터 검사님이 자극적인 것만 뽑아서 공격하시는데 제가 앞뒤로 뭘했는지 정황을 알려주시면 기억이 날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지난해 3월2일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아이의 머리를 뒤에서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같은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당시 36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여러 차례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하고 2월 초 선고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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