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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향한 그리스 극장… 고대로 ‘타임슬립’

[박윤정의 원더풀 이탈리아]

⑩시칠리아 타오르미나 / ‘절벽 테라스’에 위치한 도시 / 아름다운 절경과 2천년전 유적지로 관광객 북적 / 영화 ‘대부’ 3편 촬영지인 마시모 극장 / 그리스 신전 연상… 내부도 화려하고 웅장 / 이탈리아인들 드라마틱한 오페라 감상 후 / 레스토랑 모여 서로 담소하며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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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 극장. 파리 오페라 하우스와 비엔나 스타츠퍼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이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오페라하우스이며 로마, 밀라노와 함께 이탈리아 3대 극장이기도 하다.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많은 장면 중에 영화 ‘대부’ 3편에 나왔던 마시모 극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웅장한 오페라하우스의 전경과 화려한 내부, 오페라가 울려 퍼지는 사이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주인공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특히 오페라가 끝나고 극장 계단에서 죽어가는 딸을 끌어안고 울부짖던 알파치노(마이클 코를레오네 역)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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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 극장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와 빈 스타츠퍼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이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오페라하우스이며, 로마·밀라노와 함께 이탈리아 3대 극장이기도 하다. 1861년 시칠리아 왕국이 이탈리아에 통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75년에서 1897년까지 약 22년에 걸쳐 건축되었으며, 1997년에 100주년을 기념하여 구조 변경을 거쳐 재개장했다. 별도 내부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만큼 아름답고 유서 깊은 건물이지만 음악 팬들에게는 직접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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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 중심 거리. 오늘날에도 그리스 극장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넘쳐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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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극장에 들어선다. 사실주의 오페라로 이탈리아 대표적 작곡가인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Pagliacci)를 관람하기 위해서이다. 팔리아치는 유랑극단의 광대들을 지칭하는 말로, 1860년대 후반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 몬탈토에서 유랑극단 광대들 사이에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복수극이다. 유랑극단 단장이 자신의 아내와 극단 청년 실비오의 밀회를 목격하고 극단 무대에서 둘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드라마틱한 전개로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많이 상연되는 것을 보면 치정에 의한 복수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인기를 끄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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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되어 있는 발코니 석에 들어서니 미리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할머니 세 분이 낯선 동양인을 따듯한 웃음으로 맞이해준다. 막이 오르고 아리아에 취할 무렵, 앞 좌석 관객 반응이 무대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아침 드라마를 보는 우리네처럼 감정이입을 하며 몹쓸 주인공들에게 한탄을 퍼부으며 소리를 지른다. 이탈리아인들의 감수성이 우리와 비슷하다더니 치정극을 보는 방식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극이 정점으로 치달을수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면서 관객들도 함께 몰입해 간다. 우아하고 조용하게 감상하기보다는 극에 몰입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의 관람 문화도 이채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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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리고 극장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 대화를 들어보니 오늘의 무대에 관한 얘기들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 나누는 수다의 느낌이 들어서 미소가 지어진다. 조금 더 일상과 가까운 그들 문화를 보는 것 같아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오페라 극장 계단을 내려오며 영화 대부를 떠 올린다. 귓가에 맴도는 테너 아리아와 계단에서 마지막 장면인 영화를 생각하며 극장을 나선다.


팔레르모 아침은 시트러스 강한 향으로 일깨운다. 오렌지와 레몬 숲으로 둘러싸인 역사적인 중심지에서 도시 색깔을 찾고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어젯밤 강렬한 인상을 건네주었던 마시모 극장과 호텔이 가까워 주변을 걸으니 다채로운 대리석 건물과 아랍식 돔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기념물이 빛나는 과거를 증언하듯이 자리 잡은 사이로, 활달한 목소리의 시칠리아 사람들이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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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걸으니 콰트로 칸티(Quattro Canti) 광장이 나온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와 마퀘다 거리가 교차하는 사거리로,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선 아름다운 길이다. 광장을 지나면 팔레르모 대성당이 보인다. 로마가톨릭 대교구 성당 교회로, 오랜 기간 시칠리아를 거쳐 간 다양한 문명의 영향과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더 걸어 나가니 시칠리아 왕국의 왕궁과 그 뒤로 팔라틴 예배당(카펠라 팔라티나)도 보인다. 노르만 궁전 왕실 예배당으로 독립왕국 시절의 흔적을 엿볼 수 있으며 비잔틴, 노르만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오전에 팔레르모의 시내를 둘러보고 타오르미나로 향한다. 이동하는 3시간은 하늘 위 캔버스에 구름과 태양이 팔레트 역할을 하듯 채색되어있다. 수채화 작품을 보듯 자연이 이룬 눈부시게 빛나는 색조를 바라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짙은 터키색에서 옥색까지 비슷한 듯 다른 채색을 더하며 도로 아래 바다에서 완만하게 이어지 경사면까지 에메랄드빛을 반사한다. 짙은 레몬향이 바다 향으로 덮기도 하고 다시 소나무 향으로 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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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 ‘지중해 진주'라 불리는 도시는 바다 위쪽에 있는 자연적인 테라스에 자리 잡고 있다.

드디어 타오르미나에 들어선다. ‘지중해 진주’라 불리는 도시는 바다 위쪽에 있는 자연적인 테라스에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 있는 그리스 극장은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환상적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극장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넘쳐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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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주변 레스토랑. 막이 내리고 극장 주변에서 무대에 관한 얘기들이 이어진다.

오후에 도착한 호텔 로비는 해변에서 하루를 보낸 관광객들과 쇼핑을 나서는 투숙객들로 북적인다. 붐비는 사람들 가운데 차례를 기다리며 바의 테이블에 앉아서 달콤한 브리오슈와 레몬 슬러시를 마시며 새롭게 펼쳐질 타오르미나에서의 여행을 기대해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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