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살아 움직이는 주방… 자부심이 파도친다
삼면이 바다 고세필 셰프
父 횟집 운영… 자연스레 생선 접해
양식 전공하다 軍제대 후 일식 전향
사무직 근무하다 현장 갈증에 복귀
소스·식재료 등에 포인트 요소 가미
기존 일식 경계 무너트리고 새 도전
뼈 없앤 갈치구이·튀김이 시그니처
경기 동탄에 있는 ‘삼면이 바다’ 주방을 이끌고 있는 고세필 셰프를 만났다. 그는 올해 19년 경력의 일식 셰프이다. 서울의 호텔 일식당은 모두 섭렵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호텔 주방을 거쳐왔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고 셰프의 어린 시절은 부친이 횟집을 오래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선을 접할 환경이었다. 대학 호텔조리학과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양식 조리를 전공했고 실습도 조선호텔 양식당에서 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일식으로 전향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릴 때의 경험과 양식을 베이스로 공부했던 부분들이 일식을 하는 데 폭넓게 사고하고 조리방법을 다양하게 열어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교 졸업 후 소피텔 앰배서더, 힐튼 호텔, 노보텔의 일식당을 거쳐 일산 엠블 호텔 오픈 멤버이자 일식 책임자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후 35세에 롯데 호텔에서 조리장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호텔의 일식당을 뒤로하고 사조 본사 온라인 참치 사업부에서 홈쇼핑, 유튜브와 관련한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고세필 셰프 |
주방에서 근무하다가 사무직으로 근무하게 되니까 현장에 대한 갈증이 매우 많던 와중에 삼면이 바다를 만났다. 기존에 근무하던 호텔은 삼면이 바다와는 매우 다른 환경이었다. 호텔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이루어진다면 삼면이 바다는 다양한 변수가 가능한 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부분들이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기에 어렵지만 그만큼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서는 선배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정제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는데 삼면이 바다에서는 같이 일하는 주방의 여러 스태프와 같이 직접 만들어보고 시도해보고 테스트하면서 만들어진 요리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거운 포인트였다. 호텔보다 실험적이고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는 해산물이 주재료로 초창기에는 제주도에서 식재료가 많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 모든 곳에서 재료를 받아서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는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신선하게 손님에게 제공하는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일식당에서도 접하는 회도 존재하지만 한식화된 일식, 양식화된 일식으로 기존 일식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그 영역의 확장과 생산을 새롭게 변주하면서 재미있는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고 셰프 음식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쉽게 접하xx지 못하는 재료들을 활용하고 혹시 쉽게 접할 재료들이라면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음식에 변칙을 하나씩 넣어서 고 셰프만의 재미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이지 않은 조리방법을 사용한다거나 소스, 가니시, 식재료 중 하나 정도는 포인트로 음식에 재미 요소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삼면이 바다에서 제공되는 고 셰프 요리의 특징이다.
갈치구이 |
갈치튀김 |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갈치구이와 튀김이다. 뼈를 없애고 제공하되 볼륨감을 살리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갈치를 땋아서 만들기 시작했다. 땋은 갈치는 삼면이 바다만이 가지고 있는 모양과 형태여서 그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는 메뉴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모양은 해결되었지만 갈치를 구워 낼 때 열이 전도되는 부분과 각 면에 닿는 열의 양이 달라서 익는 정도가 고르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었다. 이는 두 차례 조리 과정으로 해결해 촉촉하고 일정하게 익은 갈치 구이를 제공하고 있다. 갈치 튀김 역시 휘어진 모양으로 만드는데 나이키 로고를 닮아 테이블 위에 볼륨감과 재미를 주면서 맛도 잡아준다.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모양과 형태, 그리고 포토제닉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갈치 구이와 갈치 튀김의 제공은 삼면이 바다를 알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계절모듬회 |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계절회이다. 각 계절마다 회의 종류가 바뀌는데 최근에는 방어, 갈치, 고등어가 같이 나가거나 제주도에서 생선이 올라오는 상황에 따라 방어, 고등어 혹은 방어, 갈치가 제공되기도 한다. 당일 비행기로 생선을 받아서 제공하는데 빨리 받아서 사용함에도 선도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회로 제공하지 않는다. 고등어나 갈치는 오래가지 않아 오늘 도착하면 내일은 판매를 못하는 재료들이어서 예약해야만 맛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은 고등어와 갈치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등어는 붉은색을 살리기 위해서 고등어 필렛을 얼음 레몬 안에 담갔다가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고등어의 안 좋은 기름성분이나 향이 빠지고 비린내를 잡아준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
생물은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신선한 재료를 어떻게 공급받느냐가 결국은 매장과 셰프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삼면이 바다는 로우바 시스템이 있는데 그날의 생선을 고객이 초이스해서 먹을 수 있다. 양은 한정적이지만 고객 스스로 식재료를 선택하고 맛볼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공항으로 올라온 식재료를 다시 퀵으로 매장에서 받는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통해서 고객들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삼면이 바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 모든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서재학 대표의 오픈 마인드 덕분이었다. 재료, 비용, 시간 이 모든 것에 제약을 두지 않고 셰프가 고민하고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재미있는 메뉴들이 만들어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원하는 재료를 풍족하게 사용하면서 요리할 환경이 펼쳐진 곳이 삼면이 바다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명나게 만들어진 메뉴의 혜택은 모두 고객의 몫이다. 고 셰프는 삼면이 바다가 셰프로서 요리하는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그만큼 간절하고 소중한 업장인데, 오픈 이후 지금까지 삼면이 바다가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를 통해 선보이는 고 셰프의 요리와 우리나라의 해산물을 활용한 음식들을 외국에서 만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