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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생활, 몸 5000배 힘들지만 만족도 120%”

‘현실농사’ 다루는 유튜버 최지은씨

사기 피해 당하고 대출금 상환 고심

시골살이 환상 깨는 생생 영상 인기

“스스로 일군 작물 수확 기쁨이 더 커”

세계일보

청년 1인 귀농의 현실을 보여 주는 인기 유튜브 채널 ‘귀농빚쟁이’를 운영하는 최지은씨가 직접 수확한 딸기를 맛보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귀농은 하는 게 아니고 ‘보는’ 겁니다. 절대 혼자 오지 마세요.”


만만치 않은 청년 귀농의 현실을 포장하지 않고 공개해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귀농빚쟁이’는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 귀농한 여자의 매운맛 현실 농사’를 주제로 하는 이 채널은 좌충우돌 딸기 농사를 하는 청년 농부 최지은(34)씨의 솔직하면서도 긍정적인 매력으로 구독자 5만명을 모았다.


채널 제목은 청년농 대상의 정부 지원 대출금 3억원을 6년차부터 연 3600만원씩 갚아야 하는 최씨의 처지를 반영해 지었다.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해에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미션은 그에게도 절박하지만, 구독자들도 함께 응원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영상을 보게 하는 포인트다.


아무 기반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1인 청년농에게 귀농 초기 몇년은 ‘적자만 안 나도 대박’인 게 현실이다. 규모가 커야 수익도 나는데 1인 귀농은 그럴 수 없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250평 딸기 하우스 두 동을 혼자서 운영하는 최씨는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밭 700평을 임대해 부수적으로 고구마, 옥수수, 팥 등을 심어보는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 없이 일 벌리기 전문’인 그는 성공보다 실패하는 도전이 더 많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성장 드라마’를 쓰는 중이다. 귀농 1년차에 2200만원대였던 딸기 매출은 2년차에 2700만원대로 올랐고, 3년차인 올해엔 4000만원 가까이 날 것 같다는 소식이다. 직거래도 많이 늘리고, 가공 연구도 성과가 있어 내년엔 더 나아질 전망이다.


이런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최씨의 유튜브는 농촌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와장창 깨주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실제로 “쨍이님 영상 보고 귀농 생각 접었습니다”라는 댓글도 종종 달리는 것을 보면 청년 여럿 살린(?) 셈이다.


최씨는 시골살이에 대해 “조용하고 별 많은 것 빼고는 다 불편하다”거나 “땅값 올라서 팔고 떠나는 것이 꿈”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머리카락 뽑아서 몸이 다섯 개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생각보다 높은 노동 강도에 “술 마시며 일하는 어르신들을 이해하게 됐다. 저도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고 일하다 와서 또 마시고 하는 식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귀농하십시오. 너무 행복합니다”로 끝난다. ‘혼자 죽을 수 없지’라는 농담이 따라붙기도 하지만, 적성만 맞다면 주체적으로 살 수 있어 훨씬 재미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씨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최씨는 농담조로 “구독자들은 제가 고생하는 걸 보고싶어 한다”고 말하지만 순수하게 땀흘리며 열심히 사는 청년의 이야기에 구독자들 역시 힘을 얻는다.


최근 새로운 하우스 공사에 들어가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최씨를 지난 23일 비대면 인터뷰로 만났다. 업그레이드 중인 사업 진행 상황, 유튜브 수익, 귀농을 꿈꾸는 또래 청년들에게 남기는 말까지 다양하게 들어봤다.

세계일보

◆더 많이 일하지만 더 즐겁다

-귀농하게 된 배경은.


“도시에서 직장 다니며 야근하는 것이 싫었다. 수당 없이 무료로 일해야 하는 것을 부조리하다 느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더 많은 야근을 하고 있다. 생각지 못했는데 그래도 정말 재밌다. 몸은 힘들지만 만족도는 120% 정도다. 후회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매일이 즐겁다.”


-힘들어도 즐겁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이 아까웠다. 젊고 좋은 시절이 회사 안에서 다 지나가버릴 것 같은 회의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보람되다. 열심히 일한 나를 대견해하고, 자기 만족감이 많다.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니까. 열심히 일해도 월급도 똑같고. 농사는 잘해서 사업이 잘 되면 나에게 직접적으로 좋다. 수확의 기쁨도 크다.”


-귀농 3년차가 되었는데 소감은.


“너무 준비 없이 와서 안 해도 되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피해도 많이 보고. 그래도 역량에 비해서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수업료 비싼 3년이었다. (최대 3억 정부 대출금) 선발 기준을 좀 높여서 준비 안 된 사람이 일 벌리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귀농 준비할 때는 일반 농가에서 아무리 ‘절대 하지 말라’고 해도 그 말이 안들린다. 시골에서 잘 지낼 상상만 하니까. 직접 현실에 와서 겪어봐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유튜브로 그 현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 제가 수업료 내고 가르쳐드리는 셈이다.”


-원금 상환의 희망은 보이기 시작했는지.


“하우스 두 동으로 시작했는데, 그걸로는 아무리 해도 빚을 상환할 답이 안 보였다. 2년 지나고 나서부터는 유튜브라는 채널 하나 생겨서 생활비 정도는 굳었다. 잘 되는 달은 유튜브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수익이 났다. 근데 같이 유튜브 하던 PD님이 그만두며 수익이 엄청나게 축소돼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올해 보조사업을 받아서 하우스 규모가 한 동 더 늘었다. 하우스 3동으로 잘 하면 상환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거래도 많이 늘리고 가공도 해보고 연구 중이다.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 혼자 농촌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 어려움은.


“아직까지 위험하다고 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여자 혼자 있으면 우습게 안다고도 하더라. 사실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최근에 이걸 느꼈다. 하우스 시공하는데 ‘이거 잘못됐으니 다시 해달라’하면 그 말이 안 먹힌다. ‘원래 그렇게 하는거다’라면서 안 들어줬다. 그런데 남자가 있으면 하라는대로 처리가 된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우스웠구나’ 하는걸 오늘 깨달았다. 앞으로는 친오빠라도 불러서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유튜브 구독자 응원에 큰 힘

-유튜브 콘셉트는 어떻게 잡은 건가.


“일단 ‘귀농’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의 최고의 고민이 빚 갚는 상황이라 이를 반영했다. PD와 채널명 계속 고민하던 중 ‘귀농빚쟁이’가 입에 착 붙어서 결정했다.”


-현실적이고 신선한 콘셉트라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사실 관공서, 농업기술센터에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빚쟁이라는 제목이 귀농에 안 좋은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공식적으로 온 것은 아니지만 제목을 바꿨으면 한다고 해서 좀 티격태격 했다. 귀농을 비난하는 의도 같은 것도 아닌 데다 개인적으로 하는 채널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이 좀 그랬다.”


-구독자들의 댓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좋은 댓글보며 정말 힘을 많이 얻는다. 잘 되라고 응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저도 다른 곳에서 좋은 댓글 많이 달려고 노력한다.”


-농사 망했다거나 힘들다는 내용이 많은데도 항상 태도가 긍정적이다.


“체력이 힘든거지 재밌고 즐거우니까. 근데 영상은 다 편집된 것이지 않나. 사람들이 왜 저렇게 혼자 긍정적이냐 하는데 저도 욕하고 다 한다. 힘들고 짜증나서 호미 막 던지고 이런 거는 다 자르고 내보내니까 부정적인 모습은 안 나오는 것이다. (웃음)”


-구독자가 꽤 많으니 악플도 달릴 것 같은데.


“악플은 제가 다 차단한다. 처음엔 좀 속상했다. 이제는 ‘응징할거야’ 이러면서 차단하는 재미가 있다. 악플러들은 그냥 욕 쓰는 사람부터 ‘생각 없이 저질러서 지 탓이다’라는 사람, ‘멍청하다’ 등 안 좋은 얘기들을 한다.”


-유튜브 수익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채널 시작한 첫 달엔 수익이 없었다. 둘째 달부터 PD랑 반씩 나눴다. 제가 받은 금액 기준으로 처음에 20만원, 그 다음달 40만원, 그러다 50만원 정도로 몇 번 받았다. 이후에 유튜브가 떡상하면서 최고로 많이 받은 달에는 400만원 수익이 나서 제가 200만원을 받았다. 금액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 오르락내리락 한다. PD 없이 혼자 하는 지금은 월 50만원 정도다. 감사한 금액이다.”


-유튜브에 아직 밝히지 않은 근황이 있다면.


“작년부터 가공 연구를 계속했는데 이번에 딸기 즙 내리는 것을 성공했다. 꽤 괜찮은 정도로 나왔다. 시중에도 있긴 하지만 백화점 납품 들어갈 정도로 좋은 퀄리티라 사업화를 알아보는 중이다. 법인으로 갈 수도 있고, 벤처기업 쪽 지원받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귀농에 관심 갖는 청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요즘 귀농하려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다. 땅이 있으면 하라고 추천한다. 저 같이 땅까지 사야 되는 사람은 배로 더 힘들다. 농사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어서다. 규모가 커야 확실히 돈을 번다. (웃으며) 많은 빚쟁이들 만드는게 제 목표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직장에서 일하는게 제일 쉬운 것이다. 정신적 고통은 있더라도 육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그렇다. 농사는 (직장 생활보다) 체력적으로 5000배 정도 더 힘들다. 시골에서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10분에 끝날 일을 1시간 동안 하니 너무 많은 손해다. 지금도 혼자는 쉽지 않다고 느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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