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뜨끈뜨끈한 ‘영혼의 음식’ [김셰프의 낭만식탁]
서울 설렁탕 담백하고 고소
부산 돼지국밥 국물맛 깊고 고기 푸짐
병천 순대국밥·통영 굴국밥…
지역 특산품과 어울리는 국밥들 많아
뚝배기서 김 모락모락… 속풀이 그만
서양엔 ‘스튜’… 국물 자작하게 조리
佛 뵈프 부르기뇽·伊 오소부코 등 있어
우리 삶에서 국밥은 참 친근한 음식이다. 평소 삼시 세끼를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 먹어도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고, 식사로도 안주로도
정말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지방 출장을 다닐 때도 국밥은 ‘미식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겨울이면 유독 더 생각이 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에서 국밥 국물을 떠 호호 불어가며 먹는 묘미는
정말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리만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순대국밥 |
#한국인의 국밥
국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먼저 국밥이 뜨거울 때 국물을 몇 수저 떠 입에 넣어 국밥 자체의 맛을 음미한다. 마치 밥을 반찬 삼아 절반 정도는 국밥과 떠서 비비듯 함께 먹어 준 후 밥이 조금 식으면 국밥 국물에 밥을 말아 뜨끈한 국물을 듬뿍 머금은 밥에 깍두기나 김치를 얹어 먹으면 정말 세상 최고의 꿀맛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국밥은 정말 영혼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 토박이인 나는 어렸을 적부터 순대국과 뼈해장국을 먹고 자랐다. 내장탕이나 양선지탕 같은 경우는 국밥 수준이 조금 높아진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그 참맛을 알게 되었고 마흔을 바라보는 요즘엔 담백한 북어국밥이나 콩나물국밥 같은 걸 즐겨 먹는다. 고기와 내용물이 많고 자극적이던 국밥에서 야채가 주가 되는 담백하며 국물이 맑은 국밥쪽으로 취향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어머니가 집에서 재봉틀을 돌리며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우리 형제를 돌보던 시절에, 점심시간에는 종종 동네 근처 소머리 국밥집에서 항상 두 그릇을 배달시켜 먹었다. 그 당시에 사치스러운 메뉴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고 어머니 친구분이 하는 곳이라서 우리에게만 배달을 해주셨는데, 어머니는 나에게 한 그릇을 다 먹이셨고 아직 어린 동생은 반 그릇, 어머니는 그 나머지 반에 뜨거운 물과 소금을 풀어 간을 맞추어 양을 늘려 드셨다.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먹어도 맛있다는 어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는데, 그런 국밥의 기억은 그 당시 단칸방에서 도란도란 함께 지냈던 우리 집의 사정과 아낌없이 주셨던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게 된다.
장터국밥 |
#국밥의 역사
쌀 문화권인 우리에게 국밥은 꽤 긴 역사를 지녔다. 사실 국에 밥을 말면 그것이 국밥인지라 정말 역사라기보단 그냥 삶 그 자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국밥이 우리에게 상업적으로 알려진 것은 조선 후기다. 드라마 사극 같은 것을 보면 조선시대 때에 주막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주막 자체는 여행객들이 묵어갈 수 있는 공간과 약간의 주류 정도만 제공이 되었고 음식은 제공되는 곳이 적었다고 한다. 화폐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조선 후기부터 주막에서 국밥 같은 음식 메뉴를 판매하였다고 전해진다.
상업적 이전에 국밥은 단체급식 같은 의미가 있었다. 큰 가마솥에 국물을 대량으로 끓여 노역장이나, 행사, 전쟁터 같은 곳에서 배식하기에 아주 적절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돼지국밥 |
#지역별 국밥
서울 설렁탕, 전주 콩나물국밥, 부산 돼지국밥, 곤지암 소머리국밥, 병천 순대국밥, 창녕 수구레국밥, 통영 굴국밥, 공주국밥, 나주곰탕 등 전국적으로 지역 특산품과 어울리는 개성 강한 국밥들이 많다. 그중 두어 가지만 꼽자면 서울의 설렁탕과 부산, 밀양의 돼지국밥이다.
갈비탕 |
서울의 설렁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취향에 맞게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가끔 소면이 들어 있는 설렁탕 집이 있는데, 그런 곳이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갈 것 같다. 설렁탕은 다른 국밥들보다는 고명이 적은 감이 있어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그 대신 큼지막한 대파를 송송 썰어 후추를 뿌려 먹으면 그 아삭아삭한 대파의 단맛과 고추와는 다른 매콤한 맛의 후추 향이 입안에 퍼지며 그 자체로도 보약처럼 온 몸에 녹아든다. 한겨울이면 집집마다 사골을 사다 큰 냄비에 끓여 재탕 삼탕을 해가며 따뜻한 국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경상도의 돼지국밥은 깊은 국물맛과 푸짐한 고기들, 정구지(부추), 소면이 밸런스를 지키는 정말 완벽한 국밥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때 서울 토박이 촌놈이 부산여행을 갔을 때 돼지국밥을 한입 먹어보고는 3일 내내 돼지국밥만 5번을 먹었던 것 같다. 아침을 돼지국밥으로 먹고 저녁에 반주로 돼지국밥을 먹고 또다시 아침을 돼지국밥으로 해장하는 돼지국밥의 ‘뫼비우스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비프스튜 |
#서양 요리 스튜
한국에 국밥이 있다면 서양에는 스튜가 있다. 스튜는 삶는다는 뜻의 ‘브레이징’을 조금 더 세분화시킨 조리법으로 작은 고깃덩어리는 자작하게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 만화영화를 보면 벽난로 화덕에 큰 냄비가 걸려 있고 큰 주걱으로 휘젓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스튜들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 헝가리의 굴라시, 이탈리아의 오소부코와 폴로 알라 카치아토라, 러시아의 스트로가노프 같은 국물 자작한 찜 요리들을 스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토마토소스 향 가득한 소고기 스튜를 만들어 본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콘하스 토마토 비프 스튜 |
■토마토 소고기 스튜 만들기
〈재료〉
부채살 500g, 치킨육수 1L, 토마토소스 300ml, 샬롯 1ea, 양송이버섯 2ea, 마늘 2ea, 가루 파마산 치즈 30g, 마늘 2톨, 밀가루 30g, 버터 50g, 로즈마리 조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30ml
〈만들기〉
① 부채살을 한입 크기로 손질한 후 소금을 뿌리고 밀가루를 둘러 준 후 팬에 노릇하게 구워준다. ②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야채들을 볶아 준 후 부채살을 넣고 버무리고 치킨육수를 넣고 반으로 졸 때까지 끓여준다.(은근히 1시간가량) ③ 토마토소스를 넣고 30분간 더 끓여준 후 파마산 치즈를 넣고 농도를 맞춰 준다. ④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둘러준 후 다진 로즈마리를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