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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의 '택배 도착' 메시지…답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이잉-♪’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경비아저씨가 보낸 택배 도착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경비아저씨의 메시지를 받은 것도 처음이지만,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고 친절한 말투의 메시지가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A씨가 받은 메시지에는 ‘○○아파트 경비실 ○초소입니다. 택배가 도착했으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하트 하나가 달렸다. 메시지를 받고는 그냥 있을 수 없어 잠시 후 찾아가겠다는 답장을 그는 남겨 놓았다.

경비아저씨의 '택배 도착' 메시지…답

A씨가 경비원에게 받은 택배 도착 안내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해당 메시지를 보낸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인터폰으로 택배 도착 알림을 각 세대에 보냈으나, 와서 찾아가지도 않고 심지어 어느 가정에서는 “개가 있으니 인터폰 하지 말라”는 타박까지 받은 경험이 있었다면서 문자 메시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밝혔다.


경비실을 채운 택배물품이 작업이나 휴식에 적잖은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접해왔다.


본래 업무 외에 택배 보관까지 떠안으면서 이따금 경비원들이 주민과 갈등 빚는 사례도 들렸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 물건을 찾으러 왔다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주민과 경비원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에 나란히 입건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가 주민은 갑이고 경비원을 을이라 판단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같은해 4월에는 경비원의 우체국 택배와 등기 대리 수령을 법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택배 수령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분실이나 파손 등의 책임을 경비원이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법제화가 무산되기도 했다.

경비아저씨의 '택배 도착' 메시지…답

B씨는 물건을 찾아가지 않는 세대에는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경비원의 택배 배달에 대부분 가정에서는 놀라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지만, 모두가 같은 건 아니어서 마지못해 귀찮은 듯 받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B씨는 주민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동료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굳이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하기도 쑥스럽거니와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아서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거다.


주민 10명 중 8~9명은 따뜻하지만 간혹 차갑고 매몰찬 1명이 있다면서 B씨는 “택배 관련해서는 우리가 안내 연락을 드렸을 때 가능한 빨리 찾아가시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답장이라도 짧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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