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가장 올드하면서 가장 모던한 부르고뉴 와이너리는 어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750년부터 와인 빚은 도멘 샹송

부르고뉴 도멘중 가장 오랜 270여년 역사

프랑스 루이 11세 VS 부르고뉴 공국 샤를 1세 치열한 혈투 역사 생생

요새로 쓰던 망루 셀러로 사용

벽두께 무려 8~13m 와인 숙성 완벽한 환경 제공

올해 출시 2022 빈티지부터 레이블 모던하게 교체

소비자 알기 쉽게 포도밭 면적·방향·토양종류·오크숙성 기간 등 정보 자세하게 담아


세계일보

도멘 샹송 샤샤뉴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세네보떼.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본역. 최현태 기자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이던 디종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남쪽으로 달려 20분만에 아주 작은 역에 여행자를 쏟아냅니다. 부르고뉴 ‘황금의 언덕’ 꼬뜨 도르(Cote d'Or)의 남쪽 와인 산지,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의 관문인 본역입니다.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는 마을 치고는 시골 간이역 같은 소박한 모습에 놀라며 중세시대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골목길, 루 뒤 샤토(Rue du Chataeu)를 타박타박 따라갑니다. 15분쯤 걸어 폴 샹송(Paul Chanson) 거리로 접어들자 한눈에도 고풍스런 건물이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만듭니다. 도멘 샹송(Domaine Chanson). 부르고뉴 공국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인 ‘루이 11세 VS 샤를 1세’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와이너리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는 도멘 앞에 서자 부르고뉴 공국의 찬란했던 시간으로 순식간에 시간이동합니다.


세계일보

디종대성당. 최현태 기자

◆ 찬란한 역사, 부르고뉴 공국으로 타임슬립

중세시대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아름다운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프랑스의 역사적인 도시 디종(Dijon)을 중심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번영했던 나라가 부르고뉴 공국입니다. 게르만족의 부르군트인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프랑스 왕을 능가할 정도로 세력이 대단했답니다. 발루아 가문이 통치하던 1363∼1477년에는 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까지 영토를 확장할 정도로 강대한 나라였죠. 그러나 백년전쟁 동안 영국의 편에 섰다가 프랑스가 승리한 뒤 합병되면서 찬란했던 시절은 막을 내립니다. ‘100개의 종탑이 있는 도시’로 불리며 번영했던 디종의 종탑은 이제 13개만 남아 있으니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디종 거리를 걸으면 곳곳에서 부르고뉴 공국의 화려했던 시절을 만나게 됩니다.


세계일보

디종 부르고뉴 대공 궁전. 최현태 기자

많은 상점들이 몰려있는 포흐쥬 거리를 걷다보면 디종의 또 다른 명물, 부르고뉴 대공 궁전에 도착합니다. 반원형의 드넓은 리베라시옹 광장에 서 있는 화려한 궁전은 디종이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이던 1366년에 초대 발루아 대공이 짓기 시작한 건물. 옛 로마 요새가 있던 곳에 지은 궁전으로 여러 대공을 거치며 재건축돼 17세기에 지금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궁전 뒤로 솟은 필립 르 봉 탑은 46m로 15세기 중반에 부르고뉴 대공의 권력과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세웠답니다.


세계일보

부르고뉴 대공 궁전 미술관. 최현태 기자

현재 궁전은 시청사와 디종 순수미술관으로 사용되고 되며 부르고뉴 공국 옛 영지이던 플랑드르, 네덜란드 등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모네, 마네, 루벤스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1889년 파리 세계 만국박람회 때 에펠탑을 세운 에펠이 바로 디종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뛰어난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네요. 리베라시옹 광장은 야경도 멋집니다.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광장의 조명은 분수의 물줄기에 환상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세계일보

본 거리. 최현태 기자

◆ ‘올드 보이’ 도멘 샹송

디종이 찬란했던 부르고뉴 공국 중심 도시였다면 디종보다 앞서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였던 본은 부르고뉴 공국 마지막 공작 샤를 1세(Charles le Temeraire)와 부르고뉴 공국을 차지한 프랑스 왕 루이 11세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입니다. 부르고뉴 공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도중 자치권을 확보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샤를 1세는 부르고뉴 공국을 독립된 왕국으로 만들고, 알자스 북서쪽 로렌과 스위스 북서부로 세력을 확장하려 1474년 부르고뉴 전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을까요. 그는 1477년 1월 29일 낭시 근교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세계일보

부르고뉴 마지막 공작 샤를 1세.

세계일보

프랑스 왕 루이11세.

샤를 1세가 죽자 쾌재를 부른 이는 바로 프랑스 왕 루이 11세. 그동안 샤를 1세를 토벌하기 위해 수차례 원정 전쟁을 벌였고 부르고뉴 공국을 상대로 경제봉쇄령까지 내렸지만 부르고뉴 공국을 차지하지 못했던 루이 11세 입장에선 눈엣 가시가 사라진 겁니다. 더구나 샤를 1세는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게 됩니다. 기회를 잡은 루이 11세는 자연스러운 합병을 위해 공국의 유일한 상속녀인 마리(Marie)와 자신의 아들 도팽 샤를(샤를 8세)를 혼인시키려했지만 실패합니다. 더구나 부르고뉴의 부유층과 와인 생산자들이 프랑스 합병을 완강하게 거부하자 루이 11세는 샤를 1세가 죽은 지 1년 뒤 부르고뉴로 진격, 합병을 거부하는 부르고뉴 공국의 격렬한 저항을 진압하고 본을 점령하면서 찬란했던 부르고뉴 공국의 역사는 막을 내립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전경.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도멘 샹송 입구 로고. 최현태 기자

◆ ‘전쟁의 신’ 마르스와 ‘와인의 신’ 바쿠스의 만남

과거 본의 요새이자 망루였고 현재는 도멘 샹송의 셀러로 쓰이는 ‘바스티옹 드 로하투헤(Bastion de l'Oratoire)’ 건물은 이런 부르고뉴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루이 11세는 부르고뉴를 합병한 뒤 새로 확장된 왕국의 국경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국경에서 불과 몇km 떨어진 본의 요새와 성벽들을 더 견고하게 건축하는 작업에 돌입합니다.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였지만 프랑스 왕국에 저항하는 부르고뉴 공국 주민들을 쉽게 통제하려는 목적도 컸습니다. 현재 본에 남겨진 5개의 요새중 하나가 루이 11세가 건축을 결정하고 프랑수아 1세때 완성된(1519~1524년) 바스티옹 드 로하투헤입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위치.

세계일보

도멘 샹송 옛 모습.

세계일보

도멘 샹송 현재 전경.

원래 이름은 ‘여자의 탑(La Tour des filles)’이었습니다. 당시 인근에 자유분방한 여성들이 많이 살아 이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나중에 옆에 딸린 작은 예배당 때문에 샤펠 옆 보루란 뜻에서 ‘바스티옹 드 로하투헤(Bastion de l'Oratoire)’로 바뀌었고 지금은 샹송의 셀러로 사용되면서 ‘바스티옹 샹송’으로 불립니다. 바스티옹 샹송은 원래 방어용 망루이자 요새로 지어졌기 때문에 성벽 두께가 무려 8~13m에 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터운 성벽 덕분에 지하 셀러처럼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와인 저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간파한 시몽 베리(Simon Verry)가 루이 11세때 부르고뉴 와인 하우스를 설립해 바스티옹을 와인 셀러로 사용하는 허가를 받아냅니다. 1790년 바스티옹엔 1만병 이상의 와인이 보관됐다고 합니다. 전쟁을 위해 세운 요새가 와인 셀러로 변신했으니 ‘전쟁의 신’ 마르스와, ‘와인의 신’ 바쿠스의 기묘한 동거라고 할 수 있네요.


세계일보

바스티옹 구조.

1750년부터 와인을 빚던 샹송 가문은 프랑스혁명(1789~1794)때 바스티옹을 사들입니다. 와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와인을 숙성하고 보관할 셀러가 부족하자 1826년 당시 와이너리 오너이던 알렉시 샹송(Alexis Chanson) 2층짜리 바스티옹 건물에 2개층을 더 쌓아 현재의 4층짜리 바스티옹 건물이 완성됩니다. 현재 1~3층에는 레드와인, 4층은 화이트 와인이 맛있게 익어갑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유명 인사 거래장부.

◆ ‘모던보이’ 도멘 샹송

도멘 샹송은 오랜 역사만큼 상류층 인사들의 오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도멘 샹송에 보관하는 고객 리스트 자료에는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Voltaire), 루이 16세의 여동생인 마담 엘리자베스(Madame Elisabeth), 법률가이자 미식가인 장 자크 레지스 드 캉바세레스(Jean Jacques Regis de Cambaceres), 나폴레옹의 동생이자 폴란드의 왕인 루이 보나파르트(Louis Bonaparte)가 와인을 주문한 기록이 남아있답니다. 현재도 유럽 왕실 가문, 프랑스 대통령 등이 방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와인 레이블 정보. 최현태 기자

이처럼 부르고뉴 공국의 역사와 함께한 도멘 샹송은 최초 페인트가 지금도 남아있을 정도로 부르고뉴에서 가장 올드한 도멘이지만 가장 모던한 도멘이기도 합니다. 2024년 출시된 2022 빈티지부터 모던하게 레이블을 확 바꾸고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각종 정보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레이블 상단에 빌라주 이름을 크게 적고 그 밑에는 포도밭 파셀(Pacelle) 면적, 햇빛을 받는 포도밭의 방향(Exposition)과 토양 종류, 오크 숙성 유무와 오크 숙성 기간 등 자세한 정보를 표시했습니다. 이처럼 레이블 각종 정보를 표시한 와이너리는 부르고뉴에서 도멘 샹송이 최초입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정보를 통해 와인을 구입하기 전에 와인의 스타일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포도밭 유기농 인증.

세계일보

와인 글로브 실험.

작업환경도 아주 모던합니다. 수확때 엑소 스켈레톤(Exo Skeleton)이라는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데 작업자들이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는 동작을 줄여 허리디스크를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에 프랑스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중 한곳으로 선정됐는데 와이너리가 선정된 것은 도멘 샹송이 처음입니다. 또 물도 재사용하고 포도밭에 벌집과 꽃을 키우는 유기농법을 사용하며 가지치기한뒤 태우지 않고 가구업체에 공급해 의자 등 가구를 만드는 활용합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유리로 만든 숙성통인 와인 글로브(Globe)에서 와인을 숙성하는 실험도 진행중입니다. 오크통은 와인의 맛과 향을 빨아들이지만 글로브는 반대로 이를 내보내 낮은 온도에서 길게 숙성하면 좀 더 아로마틱하고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을 찾아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 수출 이사 뱅상 왈레이(Vincent Wallays)와 함께 가장 올드하지만, 가장 모던해진 도멘 샹송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도멘 샹송은 아베크와인에서 단독 수입합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부르고뉴 와인 산지. BIVB

◆ 땅과의 전쟁 치르는 부르고뉴

부르고뉴는 북쪽부터 샤블리(Chablis), 꼬뜨 드 뉘(Cote de Nuits), 꼬뜨 드 본(Cote de Beaune), 꼬뜨 샬로네즈(Cote Chalonnaise), 마꽁(Maconnai) 등 크게 5개 지역으로 이뤄졌습니다. 포도밭 4만8500ha을 6585명이 소유하고 있어 1인당 7.365ha에 불과할 정도로 잘개 쪼개져 있습니다. 더구나 그랑크뤼나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은 더 늘릴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로 포도 생산량은 매년 줄고 있습니다. 이에 커다란 도멘들은 포도밭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포도밭 따 먹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부르고뉴는 매년 포도 생산량이 줄고 있어요. 기후변화때문인데 특히 2022년에는 서리 피해가 컸답니다. 이 때문에 와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샹송은 물론 부르고뉴 생산자들도 와인 팔기 힘들고 소비자들도 높은 가격 때문에 힘들어 해요. 매년 모든 밭들이 가격이 올라가 감당하기 어렵지만 샹송은 포도밭을 구매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답니다.”


세계일보

꼬뜨 드 본 주요 와인산지.

세계일보

도멘 샹송 꼬뜨 샬로네즈 포도밭.

도멘 샹송은 현재 상트네(Santenay), 샤샤뉴 몽라셰(Chassagne Montrachet), 퓔리니 몽라셰(Puligny Montrachet), 본(Beaune), 사비니레본(Savigny-les-Beaune), 페르낭 베르줄레스(Pernand Vergelesses) 코르통(Corton)에 프리미에크뤼와 그랑크뤼 45h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프리미에 크뤼 마을 10곳에 25ha를 소유해 본 프리미에 크뤼의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멘 샹송은 최근 기후변화에 대비해 룰리(Rolly), 메르퀴리(Muercurey) 등 꼬뜨 샬로네즈 포도밭 45ha를 한꺼번에 구입했습니다.


세계일보

뱅상 월레이.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도멘 샹송 셀러.

◆ 요새에서 안전하게 무르익는 도멘 샹송

요새였던 바스티옹은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음식 없이 물만으로 버틸 수 있도록 지하를 파내 물길을 연결해 놓았습니다. 이 지하수가 셀러의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보통 와인을 새로 만들면 12개월안에 비우고 새롭게 채워야하는데 도멘 샹송은 4층이라 항상 많은 와인을 저장할 수 있답니다. 셀러에서 맛있게 숙성된 뒤 와인을 유통시킬수 있다는 장점이 매우 크죠. 바스티옹의 조그만 창문들은 겨울에 햇볕이 들어와 셀러가 적절하게 따뜻해지는 역할도 합니다. 이에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말로라틱 숙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 인간이 지었지만 지상에 있는 최고의 자연셀러나 다름없답니다.”


세계일보

왼쪽부터 셀러 마스터 Lucy Auger, 빈야드 매니저 Justine Savoye, 매니징 디렉터 Vicent Avenel.

현재 빈야드 매니저 주스티네 사보예(Justine Savoye), 매니징 디렉터 뱅상 아브넬(Vicent Avenel), 셀러 마스터 루시 오제르(Lucy Auger)가 양조를 책임집니다. 개별 밭들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인공적인 요소는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양조합니다. 샤르도네는 송이 째로 부드럽게 압착하고 오크통에서 12~14개월 동안 효모 앙금인 리 숙성을 진행해 복합미를 더합니다. 새 오크 통 비율은 15%가 넘지 않게 조절합니다. 피노누아는 송이째 7~10일 저온침용을 진행하고 12~18개월 동안 오크 숙성(새오크 비중 30% 미만) 합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샤르도네 와인.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도멘 샹송 코르통 그랑크뤼 레 베르제네. 최현태 기자

◆ 1500병만 생산 코르통 그랑크뤼 레 베르제네

도멘 샹송 코르통 그랑크뤼 레 베르제네(Corton Grand Cru Les Vergennes)는 샹송의 샤르도네를 대표합니다. 잘 익은 사과, 모과가 어우러지고 미네랄과 화이트 페퍼 같은 스파이시하면서도 우아한 오크향이 돋보입니다. 1년에 불과 1500병만 생산합니다. 지금도 마시기 좋지만 5~10년 정도 지나면 향이 더 활짝 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뱅상 왈레이 이사는 “최근 2005년 빈티지를 테이스팅했는데 컨디션이 아주 좋았어요. 20~30년은 충분히 숙성이 가능하다”고 귀띔합니다.


세계일보

뱅상 월레이.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페르낭 베르즐레스 프리미에 크뤼 엉 카라두. 최현태 기자

페르낭 베르즐레스 프리미에 크뤼 엉 카라두(Pernand Vergelesses ler cru En Caradeux)는 ‘베이비 샤를마뉴’로 불리는 샤르도네랍니다. 페르낭 베르줄레스는 코르통 맞은편의 포도밭으로 1.9h에 불과합니다. 상큼한 감귤류로 시작해 잔을 흔들면 매력적인 갓 구운 빵냄새가 피어납니다. 밀도감이 뛰어난 정교한 텍스처를 보여주며 길고 상쾌한 여운 뒤에 솔티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샤샤뉴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세네보떼. 최현태 기자

도멘 샹송 샤샤뉴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세네보떼(Chassagne Montrachet ler cru Les Chenevottes)는 몽라셰 그랑크뤼밭 바로 맞은편에서 자라는 샤르도네로 빚습니다. 살구향과 은은한 아카시아향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서 망고, 파인애플 등 이국적인 열대과일향이 따라 옵니다. 오크향은 우아하면서도 미묘한 백후추향으로 표현되며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도멘 샹송 본 프리미에 크뤼 끌로 데 무슈(Beaune ler Cru Clos des Mouches)는 거의 그랑크뤼와 맞먹는 가장 아이코닉한 샤르도네 포도밭입니다. 샹송은 이 포도밭 4.8ha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에 꿀벌이 많이 무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꽃향기로 시작해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향이 따라오고 갓구운 빵과 크리미한 덱스처,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스파이시한 노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룰리. 최현태 기자

도멘 샹송 룰리(Rully)는 코에 갖다 대자마자 깨 볶는 향이 비강을 파고들고 잘 익은 복숭아와 꽃향이 어우러집니다. 룰리는 꼬뜨 샬로네즈 포도밭이지만 샹송은 몽라셰처럼 만들려고 노력한 와인으로 프렌치 오크(새오크 20%)에서 14개월 숙성합니다. 2022년은 매우 더운 해였지만 신선한 산도를 잘 뽑아내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습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피노누아 와인. 최현태 기자

세계일보

도멘 샹송 본 프리미에 크뤼 끌로 데 페브 모노풀. 최현태 기자

◆ ‘본의 샹베르땡’ 클로 데 페브

도멘 샹송 본 프리미에 크뤼 끌로 데 페브 모노풀(Beaune ler Cru Clos des Feves Monopole)은 샹송을 대표하는 피노누아입니다. ‘본의 샹페르땡’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포도밭으로 샹송이 포도밭을 통째로 소유한 모노폴입니다. 잘 익은 딸기와 체리향으로 시작해 장미향이 피어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딸기잼과 체리잼의 아로마, 바닐라 힌트와 함께 쵸콜릿향도 살짝 풍기는 복합미를 선사합니다. ‘마스터 소믈리에의 요다’로 불리는 제스퍼 모리스(Jasper Morris)가 운영하는 인사인드 버건디(Inside Burgundy)가 2022 빈티지에 95점과 별 5개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빈티지 특유의 풍부한 향기를 뛰어나게 풍기는 고귀하고 우아한 본 와인으로 매우 훌륭한 산미를 지니고 있다. 깊고 짙은 라즈베리 과일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우고 탄닌은 숙성되면서 더욱 부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긴 여운은 매우 훌륭한 와인임을 보여준다. 2030~2038년 사이에 즐기는 것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젠시스 로빈슨도 20점 만점에 17점을 줬습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본 본 프리미에 크뤼 클로 데 무슈. 최현태 기자

도멘 샹송 본 본 프리미에 크뤼 클로 데 무슈(Beaune ler Cru Clos des Mouches) 피노누아는 장미향으로 시작해 신선한 딸기, 체리, 붉은 건포도의 향이 피어나고 섬세한 오크향도 곁들여지는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세계일보

도멘 샹송 메르퀴리 프리미에 크뤼 클로 레베크. 최현태 기자

도멘 샹송 메르퀴리 프리미에 크뤼 클로 레베크(Mercurey 1er Cru Clos l’Eveque)는 체리, 딸기로 시작해 감초, 후추향이 어우러집니다. 클로 레베크는 대주교가 소유했던 메르퀴리 최고의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으로 교황에게 바치던 와인이 생산되던 곳입니다. 도멘 샹송에서 운 좋게 포도밭을 매입했다는 군요.


세계일보

도멘 샹송 메르퀴리. 최현태 기자

메르퀴리 프리미에 크뤼(Mercurey 1er Cru)는 레드커런트와 체리 등 붉은 과일향으로 시작해 꽃향기가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미묘한 후추향이 어우러집니다. 탄탄한 구조감과 풍성한 볼륨감이 돋보입니다. 기본급 메르크뤼는 장미 꽃 향과 잘 익은 딸기, 딸기잼 아로마, 바닐라 힌트가 어우러집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오늘의 실시간
BEST
segyenews
채널명
세계일보
소개글
빠르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세계일보의 불은 늘 켜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