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600년 역사 도심 속 전통사찰...지친 心身 달래고 여유를 찾다
[10년 복원 작업 마친 흥천사]
산책로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연결
흥선대원군 친필 현판 등 볼거리도
불교 사찰은 ‘코로나’ 시대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피난처 겸 안식처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조용한 사찰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찰 여행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도심과 동떨어져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서울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절들이 많다. 산중 암자부터 도심을 살짝 벗어난 산사, 빌딩 숲 한가운데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포교 사찰까지 방향은 달라도 모두 사찰이라는 이름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그중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자리한 흥천사는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심 속 전통 사찰이다.
조선 시대 도성 안에 세워진 첫 사찰인 흥천사는 태조 이성계가 신덕왕후 강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고 전한다. 원래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초기 중구 정동)에 지어졌다가 몇 차례 화재로 소실되면서 1794년(정조 18)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흥천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쇠락해 경내에 무허가 건물이 난립하고, 사찰 부지의 상당 부분이 팔려나가 폐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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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흥천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장장 10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고 새로 문을 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내 담장을 허물고 사찰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는 점이다. 흥천사는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산책로를 조성해 주민들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데크와 흙길로 이어진 산책로가 사찰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 수 있게 놓여 있다. 산책로를 따라 새로 들어선 전법회관을 지나면 어린이집과 삼각선원을 통과하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흥천사는 이 길을 ‘손잡고 오르는 길’이라 이름 붙였다. 직선거리로 3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찰 내 전각을 둘러보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현재 하루 1,000명 이상이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복원 작업을 거친 사찰 내 전각들도 볼거리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대방과 극락보전·명부전이, 우측에는 새로 들어선 전법회관과 삼각선원, 한옥 어린이집이 배치돼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수 작업을 거친 대방에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현판이 걸려있고, 극락보전 현판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쓴 글씨가 새겨져 있다. 사찰 후문을 빠져나가면 아리랑고개 중간 지점으로 북악스카이웨이와도 연결된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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