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통 심장에 넉넉한 3열··· 캐딜락XT6 '덩칫값' 하네
시승기
Bestselling Car 미국차 직접 타보니
3.6리터 V6 엔진···2톤 덩치에도 안정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에 정숙감 ↑
평균 연비 8km/l···꽤 높은 효율성 자랑
캐딜락이 고급스러운 버전으로 체급을 낮춰 돌아왔다.
캐딜락이 20년 전에 내놓은 ‘에스컬레이드’는 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문을 열었다. 에스컬레이드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볼보 ‘XC90’, 제네시스 ‘GV80’까지 후속 주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형 SUV의 대명사였던 캐딜락이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차급은 훨씬 더 고급스러워진 ‘XT6’다.
대형 3열 XT6의 첫 이미지는 매우 세련돼 보였다. 듬직한 어깨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라인과 가로 헤드램프가 적용돼 튼튼하고 강인한 느낌을 전달했다. 이전 모델까지 고수하던 수직형 헤드램프를 버린 전면부는 콘셉트카 ‘에스칼라’를 그대로 차용한 듯 했다. 측면에는 캐딜락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직선 스타일이 돋보였다. 차체를 더욱 단단하고 듬직해 보이는 인상을 줬다. 후면부에도 배기구를 양쪽에 배치해 파워풀함을 선사했다.
문을 열자 3열 좌석까지 넓은 공간이 시원함을 줬다. 2열 좌석은 ‘캡틴 체어’라고 불리는 독립식 좌석 구조로 벤치형보다 편안함을 제공한다. 3열도 다른 동급 SUV 대비 넓었다. 특히 3열의 헤드레스트는 동급 SUV 대비 최대 크기로 디자인됐다.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3열 좌석을 접자 SUV 특유의 넓은 적재공간이 나타났다. 2열 좌석까지 모두 접는다면 2,229리터에 달하는 공간이 생긴다.
XT6를 타고 달릴 코스는 강릉 안목 바다까지 왕복 약 500km였다. 도심을 빠져나가 고속도로 주행을 한 뒤 와인딩을 느낄 수 있는 대관령에 해안 도로까지 다양한 드라이빙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XT6 스포츠 모델은 GM의 3.6리터 V형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형제차인 쉐보레 ‘트래버스’와 정통 픽업 ‘콜로라도’에도 실린다. 3.6리터 V6 엔진은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2,150kg의 덩치에도 엔진 덕분에 힘이 부침이 없었다.
승차감도 큰 덩치만큼이나 안정감이 있었다. XT6는 스포츠 모델 전용의 액티브 댐핑 기능이 적용된 퍼포먼스 서스펜션이 탑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웠다. 속도가 시속 120km를 넘어서자 다소 차체가 흔들리는 롤링현상이 있었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잡아 전체적인 안정감을 크게 해치지 않았다. 특히 정숙성에서 깜짝 놀랐다. 파워트레인으로부터 넘어오는 소음 외에도 외부 소음 차단 능력이 뛰어났다. 아울러 14개의 스피커로 작동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까지 더해지며 흡사 세단과 비슷한 정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솔린 엔진에 2톤을 넘는 큰 덩치를 생각한다면 연비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XT6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줬다. 강릉까지 왕복 500km를 달리는 내내 고속도로에서는 12km/l가 넘는 연비를 나타냈고, 평균 연비는 8km/l 수준을 유지했다. 운전 보조장비도 훌륭했다. 미국 캐딜락이 자랑하는 ‘슈퍼 크루즈’ 기술은 국내 모델에는 빠졌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로 이탈 방지 보조까지 지원됐다. 위험 상황에서 엉덩이를 진동시켜 경고하는 햅틱 시트, 계기판 화면을 통해 야간 시야 확보가 가능한 나이트 비전 등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장시간 운전 시 디지털 미러가 피로감을 대폭 줄였다. 해상도가 높아 후측방에서 다가오는 차를 넓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대시보드 중앙 8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소 답답함을 자아내 아쉬움을 남겼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