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사주면 애인해줘?" 언제적 이야기···'부부의 세계' 폭행·성성품화 논란
수위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불륜’ 소재와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JTBC ‘부부의 세계’가 폭력성 논란과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8회는 지선우(김희애 분)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이 유리창을 깨고 침입, 위협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얼굴을 완전히 가린 한 남성은 김희애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발로 차고, 목까지 조르는 폭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마치 1인칭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남성의 시선에서 김희애의 겁에 질린 얼굴과 고통스러운 표정을 포착, 괴한의 시점에서 폭행이 표현돼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불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15세 시청가에 맞지 않게 연출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한 시청자는 “김희애를 때리는 장면이 게임 VR처럼 가해자 입장에서 묘사되는 게 역겹다”며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이 19세(시청가)도 아닌데 방송에 그대로 송출된다는 것도 소름이 끼치고, 해당 장면이 굳이 그런 식으로 묘사됐어야 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지난 방송에서도 김희애가 박해준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이 나와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면서 “실제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상기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가해자 입장에서 구체적이고 잔인하게 묘사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장면도 논란이 됐다. 8회 방송에서 20대 여성 알바생이 유부남 김영민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며 “가방을 사주면 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이 담겼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 대해 “여성을 ‘상품’으로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여성이 가방을 하나 얻으려 유부남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연출과 설정 자체가 불편하다”, “시대 흐름을 전혀 못 읽는 것 같다”, “시청률만 높다고 인기 드라마인가”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드라마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부의 세계’ 제작진은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편 ‘부부의 세계’ 8회는 전국기준 20.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기록,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