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취준생 마주할 AI 면접관…직접 만나봤습니다
친절한 경제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요즘 기업들 신입사원 공채 시즌이잖아요. 어제(13일) 8시 뉴스 보니까 특이한 면접을 보셨던데, 어떤 면접관이길래 제가 이렇게 특이하다고 소개를 하는 걸까요?
<기자>
네. 예전에 어떤 회사들은 면접관들 사이에 몰래 관상 보는 사람이나 역술인을 앉혀서 "저 사람은 기운이 어떻다." 이런 것도 면접 점수에 포함시켰다고 하잖아요.
이 면접관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한데요, 최소한 앞으로 역술인보다 조금 더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합니다.
인공지능 AI 면접관입니다. AI 면접은 우리나라 채용 시장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올해 사용하는 곳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전국적으로 약 170개 기업이 올해 이미 AI 면접관을 전형에 포함시켰거나 하반기 안에 활용할 계획이어서 올해만 10만 명 정도의 취업준비생들이 AI 면접관과 마주 앉게 됩니다.
제가 이 AI 면접관한테 실제로 면접을 보면서 어떻게 보는 면접이고,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게 뭔지 좀 알아봤습니다.
<앵커>
언뜻 드는 생각은 긴장이 조금 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하는데 면접장에는 혼자만 있는 건가요? 다른 사람은 없이?
<기자>
네. 보통 내가 가장 마음이 편하고 개인적인 공간, 집에서 혼자 봅니다. 전형 기간 안에 보기만 하면 내가 편한 시간에 새벽 3시에 해도 되고 지금 해도 됩니다.
인터넷이 끊기지 않는 안정적인 PC나 노트북이 있어야 하고요. 웹카메라와 마이크는 꼭 있어야 합니다.
보통 AI 면접관을 고용한 기업이 자사의 홈페이지 같은 곳에 링크를 걸어놓으면 그 링크를 통해서 접속해서 한 마디로 컴퓨터와 얘기를 하는 겁니다.
웹 카메라에 대고 본인 확인을 하고 자기소개와 인터뷰도 합니다. 또 화면에 나오는 설문에 답하거나 여러 가지 게임을 수행합니다. 다 해서 1시간이 좀 넘는 정도로 면접을 봅니다.
[(AI 면접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권애리라고 합니다. 영업·마케팅 분야에 지원했습니다.]
AI 면접관은 사람과 달리 외모도 복장도 전혀 보지 않습니다. 녹화된 영상을 나중에 필요하면 사람 면접관이 돌려볼 순 있습니다.
보통은 AI 면접을 전형 초기단계에 응시자가 아직 많을 때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굳이 내 영상을 찾아볼 일까지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표정과 태도를 AI 면접관이 한 시간 내내 관찰합니다. 그래서 옷을 보지는 않지만, 옷부터 단정하게 입고 마음을 다잡는 게 심리적으로 유리하다고 합니다.
<앵커>
집에서 혼자 보면 실수해도 껐다 켜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기자>
네. 다시 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에 따라서 한 번 정도 멈추는 건 봐주기도 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AI 면접' 개발사 직원 : (다시 하면 안 돼요?) 다시 할 수가 없어요. (완전히 다 반대로 눌렀는데, 어떡하죠?)]
제가 중간에 어떤 게임을 하다가 화살표를 의도했던 것과 다 반대로 누르는 실수를 해서 다시 하고 싶다고 졸랐지만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처럼 AI 면접관이 보고 있는데도 산만하게 딴짓을 하고,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고 저런 행동도 일종의 감점 요인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혹시 당황스럽다고 혹시 욕설을 하면 그것도 중단 요인입니다.
1시간이 대부분 설문과 게임을 수행하면서 지나가는데요, 기본적인 추리력을 보는 게임 같은 것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정답이 없는 게임입니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맞춘다든가, 보너스를 언제 받을지 결정한다든가 이런 걸 고릅니다.
무의식 속에 숨겨진 지원자의 성향, 사고와 행동의 패턴을 파악해서 내가 응시한 해당 기업이나 직군에 잘 어울리는지를 보는 게 AI 면접의 가장 큰 목적이거든요.
그리고 설문과 게임에서 파악된 성향을 바탕으로 마지막에 AI가 저한테 사람처럼 질문을 몇 개 던집니다.
저는 주로 다른 사람들과 업무 협조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그전까지 게임에서 AI 면접관이 저를 좀 승부욕이 강한, 경쟁적인 사람으로 봤기 때문에 "그럼 협동은 잘할까?" 그런 걸 인공지능이 파악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개인 맞춤형 질문인 거죠.
[정동진/'AI 면접' 개발사 사업기획실장 : 면접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들, (지원자의) 잠재된 역량, 그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솔루션입니다.]
저는 AI 면접관으로부터 영업마케팅에 B플러스, A 못 받고요. 눈치가 빠르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일단 현재로서 AI 면접은 서류전형 단계에 추가하거나, 본격 사람 면접 전에 사전 면접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 그대로 보조책이고 AI에게 결정을 맡기는 기업은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 면접 규모를 좀 줄일 수 있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이 되고요.
응시자들 입장에서는 사람의 편견이 끼지 않는다는 점이 있어서 사용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가, 전형에서 AI 비중이 조금씩 커지는 추세입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