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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NN "김정은 수술 후 위험"…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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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정은 심혈관 시술설'을 보도한 데 이어, 미국 CNN 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서는 여러 정보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인데, 어디까지가 확인된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근거 없는 내용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시간 순으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정은,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 참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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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것은 김 위원장이 최근 참석했을 법한 행사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때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한 2012년 이후 김일성의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에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으로 집권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백두혈통의 적자임을 부각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또, 하루 전인 지난 14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했는데 이와 관련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없었습니다. 주요한 무기 시험을 빼놓지 않고 참관하던 최근의 사례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참관했을 것으로 예측됐고, 훈련 다음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선전하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보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순항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거나, 김 위원장이 몸살 등으로 아픈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근거 없는 찌라시 최근 다시 돌아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이른바 '찌라시'였습니다. 지인들을 통해 받아본 분들도 계실 텐데, "수술 실패로 김정은은 현재 뇌사 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로 시작하는 찌라시가 최근 급속히 전파됐습니다.


찌라시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드리면, 김 위원장이 뇌사 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이나 사망한 것은 아니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하다, 아시안게임 중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이 현재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여정이 명목상의 지도자로 표면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평양에 계엄령이 선포됐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통합진보당 최고지도부와 예전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동요상태이다 등등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찌라시는 몇 년 전에 이미 돈 적이 있는 근거 없는 내용입니다. 몇 가지 사실만 검증해봐도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아시안게임 중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이라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김양건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통합진보당 최고지도부가 동요 상태라고 했는데, 통합진보당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됐습니다.


● 김정은 건강 이상 첩보 입수


그런데, 어제(20일) 오전 찌라시와는 전혀 별개의 김 위원장 건강 이상 첩보가 저에게 입수됐습니다.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명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는 어려운 첩보였다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 건강이 얼마나 이상한지 등 구체적 내용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첩보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저를 비롯한 SBS의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매우 바빴습니다. 한국형 전투기의 AESA 레이더 관련 보도, 동해선 남북 철길의 마지막 구간인 강릉-제진 구간 복원 보도와 함께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리저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 인사들에게 첩보의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사실무근"이나 "확인된 바 없다"는 답변들이었습니다.


북한 관련 내용을 왜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확인하느냐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모든 정보가 폐쇄적인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가장 신뢰있는 취재원은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의 정보 습득 능력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정보기관이나 혹은 한미 공조를 통해 습득한 북한 정보보다 더 신뢰도를 부여할 수 있는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건 진보 정부나 보수 정부를 통틀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들어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일 묘향산지구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술을 받은 김 위원장이 현재 향산특각에 머물고 있으며 회복 단계"라는 것입니다. 오전에 받은 첩보와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대북매체의 보도. 하지만 데일리NK의 보도도 정부 차원에서는 역시 확인할 수 없었고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결국 'SBS 8뉴스'의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미국 CNN 방송이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 정부, '김정은 건강 이상설' 확인되지 않아


결론적으로 말해, '김정은 건강 이상설'은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몸 상태를 공개할 리도 없으니 한동안 '설'로만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혈관 시술설'이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말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2000년대 후반 북한이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가던 시기, 대북매체들은 당시 관련 내용을 수시로 보도했습니다. 시장 개장 시간을 통재한다든가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연령대를 제한한다든가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보기관에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라는 답변을 받아 보도하지 못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 정보기관 간부 출신이 쓴 학위논문을 보니, 대북매체들의 보도가 사실로 돼 있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국회가 정상화돼서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으로부터 북한 관련 보도를 받는 때를 기다려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쯤 가면 종합적인 정보기관의 판단이 나올 테니까요. 아니면 미국까지 보도에 나섰으니 그 전에 무엇인가가 드러날 수 있을까요. 사안이 커져가고 있는 이상, 김 위원장이 거동에 문제가 없다면 북한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개 활동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 같습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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