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명규, 버젓이 피해 학생 접촉하고 훈련 지도
<앵커>
올해 초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면서 감춰온 체육계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빙상계 대부로 불려온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문제를 감추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한체대가 징계 절차를 밟고 있고 일단 전 교수에게는 피해 학생과의 접촉 금지, 학교 수업 금지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SBS 취재 결과 전명규 교수가 통보를 무시하고 학교에서 훈련 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 피해 학생 접촉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성룡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한체대 쇼트트랙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빙상장에 모자를 눌러 쓴 전명규 교수가 나타나더니 선수들에게 뭔가 지시를 내립니다.
특정 선수를 따로 불러 한참 얘기를 나눴는데 바로 폭력 피해 당사자였습니다.
SBS 취재 결과 전 교수는 지난달부터 교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체대 빙상장 관계자 : (혹시 전 교수님 좀 뵐 수 있을까 하고 왔는데요.) 지금 수업 중이셔서… (수업 중이세요?) 네.]
올해 초 SBS 보도를 통해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한체대는 지난 1월 긴급교수회의를 열어 전 교수의 수업 배제를 비롯해 피해 학생과 격리 조치를 의결했는데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피해 학생과도 접촉하고 있던 겁니다.
한체대 측은 전 교수와 피해 학생의 격리 조치는 방학 중 훈련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한체대 교학처 관계자 : 1학기로 일단 한정했는데, 2학기가 9월부터니까 아직은 수업 배제, 격리된 상황에 있는 거죠. 그 상황은 유지되고 있고요.]
전 교수는 피해 선수와 접촉해 훈련을 지도했느냐는 SBS 취재진의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추후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안 그래도 위축돼있는 피해 선수들에게 사건을 덮자고 회유하거나 혹은 진로 문제까지 거론하며 압박해온 게 이미 지난 3월 감사로 드러났습니다. 교육부가 중징계를 내리라고 한 상태인데 그런 전 교수가 피해 학생들을 계속 만나온 데 대해서 한체대 측은 몰랐다는 답만 내놨습니다.
김형열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SBS가 단독 입수한 교육부의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입니다.
20건에 달하는 전 교수의 비리를 지적하고 8건에 대해서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한체대에 통보했습니다.
특히 피해 선수 회유와 합의 종용 관련 3건은 모두 중징계 권고 사안입니다.
전 교수가 폭행 피해자의 부모나 지인을 압박해 합의를 종용했다는 점과 폭행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나 졸업 후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감사에 출석하지 않도록 회유한 사실, 그리고 학교로부터 피해 학생들과 격리조치 통보를 받은 뒤에도 제3자를 통해 수차례 피해 학생과 접촉하고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까지 모두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전 교수는 바뀐 게 없었습니다.
한체대 측은 교내 빙상장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진 전 교수의 피해 선수 접촉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도 관리 감독 소홀 책임에 대해서는 발뺌했습니다.
[한체대 교학처 관계자 : (전 교수가 피해) 선수를 만났든 안 만났든 수업 외적으로 이루어지는 내용은 저희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한체대 훈련처 관계자 : 저희는 훈련 지원이지, 훈련 감독 부서는 아니거든요. 특별히 저희가 (감독) 하는 건 없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복무 부적정 등의 사유로 전 교수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한체대는 정부 포상을 근거로 징계를 경감한 바 있습니다.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한체대 규탄 성명을 내고 이번에는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